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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 [조현철의 나락 한 알]올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여름은 괜찮을까
    올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여름은 괜찮을까

    폭염의 계절 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 실외노동 못지않게 밀폐된 공간 속 실내노동도 힘들고 위험하다. 며칠 전 물류센터의 여름 폭염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는 겨울엔 춥기로, 여름엔 덥기로 악명 높다. 나는 쿠팡을 ‘로켓배송’ 광고를 처음 보았을 때의 섬찟함으로 기억한다. 배송은 사람이 하니 로켓배송은 사람보고 로켓이 되라는 말이다. 실제로 쿠팡은 노동자를 기계처럼 부렸고,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 쿠팡 노동자는 쓰러지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쿠팡에서 배송 기사, 물류센터 노동자, 조리사 등 20여명이 사망했다. 로켓배송의 연료로 소모된 셈이다. 사망 원인은 주로 과로사, 심혈관계 질환, 온열질환이다. 2022년 기준 쿠팡 산업재해율(5.92%)은 국내 산업재해율(0.65%)의 9배 이상이었고 산업재해에 취약하다는 조선업(2.61%)과 건설업(1.25%)보다도 훨씬 높았다.지난해 9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폭염 대책 마련이 사업주...

    2025.06.15 20:55

  • [조현철의 나락 한 알]그 많던 광장의 의제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광장의 의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8일 로마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다. ‘레오’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바로 레오 13세(재위 1878~1903)를 떠올렸고, 본인도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 레오 13세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다.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난과 평화, 피조물 보호의 상징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자기 이름으로 정하고 재임 기간 내내 ‘프란치스코’로 살려고 애썼다. 가난한 이들, 갈 곳 없는 이들을 찾았고 말 못하는 비인간 존재를 대변했다. 이런 맥락에서 레오 14세의 교황직 수행 준거는 레오 13세가 될 것이다.1891년 레오 13세는 ‘노동헌장’으로도 불리는 회칙 ‘레룸 노바룸’(새로운 사태)을 반포했다. 이 회칙은 사회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견해를 최초로 밝힌, ‘가톨릭 사회교리’의 근원이 된 문헌이다. ‘노동자들의 상황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회칙 주제는 ‘자본과 노동’이며 ‘새로운 사태’는 ...

    2025.05.18 19:48

  • [조현철의 나락 한 알]올해, 봄은 언제 올까
    올해, 봄은 언제 올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인가 했더니 4월 중순에 눈보라가 쳤다. 파면으로 일단락되나 했더니 집으로 돌아간 윤석열은 “다 이기고 돌아왔다”며 개선장군인 양 행세한다. 우두머리가 쫓겨났는데 졸개들은 여전히 활보한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다 탄핵소추된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는 헌재의 기각 판결로 직에 복귀하자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며 ‘헌재 알박기’에 나섰다. 헌재가 제동을 걸긴 했지만, 대통령이 파면돼도 직속 수하가 권한을 이어받는 체제에서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의 분탕질을 수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세월호 참사, 박근혜 파면, 코로나19. 우리는 때마다 ‘이제는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냥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그건 현상 유지가 아니라 퇴행이다. 그렇게 되도록 놔두기에는 지난겨울부터 광장에 쏟아부은 열정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해서, 이전의 일상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2025.04.20 20:12

  • [조현철의 나락 한 알]7세 고시, 이러다 다 망한다
    7세 고시, 이러다 다 망한다

    ‘7세 고시’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유행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려고 보는 시험이란다. 7세는 늦다며 ‘4세 고시’도 생겼다. ‘초등 의대반’과 ‘초등 특목반’도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 전부터 사교육이 기획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다. 아동학대나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보면 6세 미만의 아이 중 절반가량이 사교육을 받았고, 영어 사교육 비용으로 1인당 월평균 154만원을 썼다. 이 정도면 사교육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다.초중고 사교육 바람도 꺾이질 않는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밝힌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3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학생 수는 8만명이 줄었는데 총액은 오히려 2조원이나 늘었다. 학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았고 월평균 59만원을 썼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 허리가 휜다....

    2025.03.23 20:4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회복과 성장’, 그리고 한계
    ‘회복과 성장’, 그리고 한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화두는 ‘회복과 성장’이다. 지난 10일 국회 연설에서는 ‘공정 성장’과 ‘잘사니즘’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어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한다고도 했다. 성장을 둘러싼 우클릭 비판에 ‘분배’를 더해 응답한 셈이다.성장해야 분배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성장한다고 분배가 그냥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껏 성장에 목매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자본주의에서 성장은 정언 명령이다. 정부와 기업은 늘 구조적인 성장 압력을 받는다. 은행 이자를 갚고 투자자 수익을 보장하려면 기업은 매년 더 많은 이윤을 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으로 고용 수요가 줄어 실업자가 느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문제는 성장 후 분배다. 성장의 결실이 필요한 곳으로 돌아갈까?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2025.02.23 21:01

  • [조현철의 나락 한 알]‘탄핵 혼돈’ 넘어 체제 전환 꿈꾸자
    ‘탄핵 혼돈’ 넘어 체제 전환 꿈꾸자

    12·3 불법 계엄 이후 혼돈 상태를 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복잡해진다.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거라는 조짐이다. 대통령 구속으로 이 난동이라면, 대통령 파면은 어떨까? 조기 대선을 치른다고 해도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 확정 전에 치르는 대선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모두, 사태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사태의 시작이다.정치적 양극화가 만든 진영의 골이 깊고 넓다. 이제는 진실이 아니라 어느 편이냐가 중요하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불법 계엄으로 나라를 일거에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리고도 관저에서 구치소에서 버티는 것도,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국회에서 관저 앞에서 감싸고 받드는 것도 다 기댈 진영이 있어서다. 극우 진영이 이들을 지지하고 이들은 극우 진영을 선동한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원 난입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를 정당화하는 음모론...

    2025.01.26 20:3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새해, 광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소망한다
    새해, 광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소망한다

    ‘12·3 불법 계엄’ 사태에 맞서 열린 ‘2024 광장’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다. 무엇보다 청년 여성이 대거 참여했다. 시위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촛불과 정형화된 깃발 대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기발한 문구의 깃발이 광장을 수놓으며 참여자의 정체성을 알렸다. 장엄·비장한 민중가요와 경쾌·발랄한 K팝이 중장년과 청년을 하나로 연결했다. 위기를 넘는 방식이 달라졌다. 광장은 즐기며 저항하는 축제의 장이었다.음식과 음료 값을 미리 계산해 집회 참여자에게 제공하는 선결제 물결은 해외까지 퍼졌다. 앳된 목소리로 떡집에 전화해 가장 싼 떡 10개를 결제했다는 소식이 겨울 광장을 덥혔고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1980년 광주 양동시장의 주먹밥이 부활했다. 지난 21일 윤석열 체포를 내걸고 용산으로 트랙터를 몰고 가던 ‘전봉준투쟁단’이 남태령에서 경찰 차벽에 막히자 설렁탕, 닭죽, 핫팩 등 후원 물품이 몰려왔다. 선결제가 ‘배달 선결제’로 진화했다. 광장은 연대의 장...

    2024.12.29 21:08

  • [조현철의 나락 한 알]2024년 가자지구, ‘소녀가 온다’
    2024년 가자지구, ‘소녀가 온다’

    한 해의 끝자락,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때다. 창문 아래 빈 의자에 신문에서 오려낸 빛바랜 사진 세 장이 놓여있다. 모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진이다. 하나는 라파의 난민촌 사진이다. 한 소녀가 쪼그려 앉아 물 한 컵으로 설거지를 한다. 앞에 놓인 빈 냄비 세 개에 무엇이 있었을까? 뭘 먹기는 했을까? 소녀는 무표정하다. 무표정한 얼굴 속에 감추어진, 그 또래가 감당해서는 안 될 경험을 생각해본다. 다른 두 사진을 보니, 이스라엘이 소개령을 내린 칸유니스에서 사람들이 한밤중에 피란길에 나섰다. 머리에 이고 어깨에 짊어진 보따리가 단출하다. 짐이 줄어든 만큼 삶이 파괴되었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는 다른 손으로 물 한 통을 움켜잡고 있다. 이들도 표정이 없다. 그 무표정함 속에 숨겨진 절망과 분노를 가늠해본다. 내가 사는 수녀원 뜰에서 재잘대며 마음껏 뛰노는 이곳 아이들의 모습과 겹치면 어느 한쪽이 비현실처럼 보인다. 혼란스럽다.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1년째인 지난 1...

    2024.12.01 20:34

  • [조현철의 나락 한 알]용산이 입을 열면 남한은 몸을 떤다
    용산이 입을 열면 남한은 몸을 떤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 러시아 하원은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비준했다.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대남확성기 방송, 평양 상공 무인기와 차원이 다른 국면이 전개되며,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가파르게 고조된다. 군사적 완충장치를 모두 없앤 터라 전쟁 위기감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평화가 절실하다.평화는 힘으로 지킬 수 없는 것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힘에 의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지금 전쟁 중인, 주변국 군사력을 압도하는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보라. 평화인가? 늘 경비가 삼엄한 주한 미국대사관을 보라. 평화인가? 힘에 의한 평화는 불안과 파괴의 일상을 가져다줄 뿐이다. 윤 대통령은 평화는 구걸로 지킬 수 없다고 하지만, 힘으로만 지킬 수 없는 게 또한 평화다. 힘은 한쪽이 키우면 다른 쪽도 키운다. 평화가 아니라 불안이 자란다. 평화에 힘이 필요하다면 대화는 더 필요하다. 대화는 구걸이 아니다.“통일, 하지 맙시다.” 최근 임종석 전...

    2024.11.03 21:32

  • [조현철의 나락 한 알]농촌, 아픈 우리 손가락
    농촌, 아픈 우리 손가락

    지난 6월 말 북한산에서 손을 다쳤다. 평소 자주 다니던 익숙한 길이었는데 발이 꼬이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다른 데는 괜찮은데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몸에 깔려 접질렸다. 자고 나니 손가락이 많이 부었다. 병원에 가니 당분간 손가락을 쓰지 않으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근데 그냥 뒀더니 시간이 갈수록 더 불편해졌다. 자고 나면 손가락이 뻣뻣해져 굽혀지질 않는다. 손가락을 천천히 힘껏 당겨야 겨우 주먹을 쥘 만큼 굽혀진다. 안 되겠다 싶어 다른 병원에 갔더니 인대를 다쳤는데 재활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거기서 일러준 대로 재활운동을 하고 나면 손가락이 조금 편해진다. 그런데 금방 다시 뻣뻣해진다.손가락이 아프니 ‘몸의 중심은 머리나 심장이 아니라 지금 가장 아픈 곳’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요즘은 다친 손가락이 내 몸의 중심이다. 시간과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그러면 몸이 편안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편하다. 어디 몸만 그럴까. 우리 사회도 가장 아픈 곳을 중심에...

    2024.10.0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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