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헤어졌던 형제가 오랜 세월이 흘러 전쟁터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색의 군복을 입은 이들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눈앞의 적이 실은 꿈속에서조차 그리워하던 피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요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노린다.이런 유의 플롯은 비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픽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인데, 흥미롭게도 이런 비극적 역설은 우리 몸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인체 극장에서 일어나는 비극의 주인공은 바로 면역세포다. 면역세포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 바이러스, 암세포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이기에, 면역세포는 기본적으로 ‘남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의 ‘남’이란 단순히 내가 아닌 타인을 넘어,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 진영에 속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편이 누군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모두 단 하나의 수정란에서 기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 과...
2025.11.1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