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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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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공부는 평생 하는 것
    공부는 평생 하는 것

    어린 시절 헤어졌던 형제가 오랜 세월이 흘러 전쟁터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색의 군복을 입은 이들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눈앞의 적이 실은 꿈속에서조차 그리워하던 피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요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노린다.이런 유의 플롯은 비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픽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인데, 흥미롭게도 이런 비극적 역설은 우리 몸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인체 극장에서 일어나는 비극의 주인공은 바로 면역세포다. 면역세포란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 바이러스, 암세포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이기에, 면역세포는 기본적으로 ‘남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의 ‘남’이란 단순히 내가 아닌 타인을 넘어,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 진영에 속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편이 누군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모두 단 하나의 수정란에서 기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 과...

    2025.11.12 20:2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한 손엔 방패, 한 손엔 무기를 든 인류
    한 손엔 방패, 한 손엔 무기를 든 인류

    챗GTP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의 세계는 마치 실시간 기네스 기록 경신대회가 열린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AI가 섭렵 가능한 분야에 대한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소식은 AI가 설계한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었다. 약 2주 전인 지난 9월17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를 통해 실제 기능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했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발표한 바 있다. 박테리오파지란 바이러스 중에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종류를 일컫는 말로, 세균들에게는 무서운 천적 중 하나이다. 연구진은 AI가 디자인한 결과를 토대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오파지가 진짜 바이러스처럼 세균을 감염시키고 파괴함을 증명해 이를 발표한 것이다.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낯설지 않은 일이다. 이미 2003년에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Φx174(파이엑스174)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5386bp의 DNA를 인...

    2025.10.01 22:22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어떤 길을 갈 것인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그리스의 작은 섬 아이기나는 제우스 신과 강의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아코스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아이기나에 비극이 닥친 것은, 남편의 바람기에 넌덜머리가 난 헤라 여신에게 아이아코스의 친부가 알려진 탓이었다. 분노한 헤라는 역병을 내려 이 작은 섬을 초토화했고, 하루아침에 백성 없는 나라의 허울뿐인 왕이 되어버린 아이아코스는 아버지 제우스 신에게 엎드려 도움을 청했다.하지만 아무리 신의 왕이라도 이미 죽은 이들을 살려낼 방도는 없었다. 고민하던 제우스는 마침 눈에 띈 개미굴의 개미들을 모두 아이아코스의 백성으로 변신시켜 빈 땅을 채워주기에 이른다. 이후 아이기나섬의 사람들은 개미라는 뜻의 ‘뮈르미돈(myrmidon)’이라 불렸는데, 이들은 사람이 되었어도 여전히 개미 시절처럼 근면하고 성실하며, 국가에 충성하는 것으로 유명했다.이 설화처럼 개미는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도 나오듯 근면 성실의 대명사이다. 또한 ‘개미군단’이라 지칭될 때는 작지만 질서정...

    2025.08.27 20:44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때로는 상추처럼
    때로는 상추처럼

    지난봄.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 축하 선물 겸 갖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뜻밖에도, 가정용 스마트팜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제 손으로 직접 키운 채소를 먹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답변은 아니었지만, 매우 건전하고 바람직한 데다 생산적이기까지 한 바람인지라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새로운 가전제품이 하나 늘었다.가정용 스마트팜은 다소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는 구조도 사용법도 단순했다. 물탱크에 물과 영양액을 비율에 맞춰 넣은 뒤, 씨앗을 뿌린 트레이를 끼우고, 일정 시간 동안 LED 전등을 켜두기만 하면 됐다. 첫 시작은 상추였다. 상추는 기대 이상으로 잘 자랐다. 씨앗을 심고 이틀이 지나자 조그만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보름이 채 되기도 전에 풍성히 자라났다. 첫 수확을 축하하며 상추를 먹어야 한다는 핑계로 고기를 구웠다. 안온한 실내에서 비바람이나 해충의 위협 없이 그야말로 ‘온실의 화초’로 자라난 상추는 놀...

    2025.07.23 20:48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꿀벌의 분가
    꿀벌의 분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꿀벌 집단에서 개체 수를 전담하는 것은 여왕벌이다. 여왕벌의 산란 속도는 경이적이어서, 평균 1분당 1개꼴로 하루에만 약 1500개에 달하는 알을 낳는다. 아무리 일벌의 수명이 6주에서 최대 6개월 남짓으로 길지 않다고 해도, 이 정도 속도라면 곧 하나의 벌집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마련이다. 이렇듯 밀집도가 올라가면, 이들 중 일부는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며 자연스럽게 분가를 한다.꿀벌의 분봉은 보통 5월을 전후한 봄에 이루어진다. 식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 전에 새집을 만들어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다.분봉 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다음 세대를 이끌 새로운 여왕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벌들은 일명 ‘여왕의 방’이랄 수 있는 ‘퀸 컵(Queen Cup)’이라는 땅콩 모양의 방을 여남은 개 만들고, 여기서 자라는 애벌레에게 로열젤리를 듬뿍 먹여 차세대 여왕 후보군을 확보한다. 그리고 일벌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

    2025.06.18 21:22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차이는 손이 아닌 발에 있다
    차이는 손이 아닌 발에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신체적 특성 중 하나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손의 존재이다. 우리는 손으로 수없이 많은 것을 만들고 가꾸고 다듬어왔다. 발로는 그런 걸 할 수 없다. 엄청나게 서툰 결과물을 접할 때 “발로 만들었냐”며 비꼬는 건 그 때문이다.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의 손은 해부학적 구성이 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는 물론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구성하는 뼈의 수도 14개로 동일하다.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각각 5개의 뼈가 있으며, 이들은 다시 여러 개의 뼈들이 어우러져 커다란 관절을 구성하는 손목뼈와 발목뼈들과 맞물린다. 손목뼈가 8개인 데 비해 발목뼈는 7개로 하나가 적을 뿐 손과 발의 전체적인 뼈의 수와 구성, 그 배열 패턴은 매우 유사하다.하지만 인간의 손과 발의 주된 기능과 할 수 있는 일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을 만들어내는 차이는 엄지의 위치에서 비롯된다. 발은 엄지가 다른 발가락과 나란한 방향으로 같은 ...

    2025.05.14 20:12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공감의 뇌과학
    공감의 뇌과학

    “살민 살아진다.”근래 인기를 끈 드라마에서 많은 사람을 울린 대사다. 사고로 순식간에 자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아직은 어린 부모에게, 나이 든 이들이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무거운 슬픔에 짓눌린 부부에게 이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다. 어떻게 이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렇게 영혼이 빠진 듯 숨만 쉬던 중 부부의 눈에 문득 무언가가 들어온다. 따듯한 밥상, 먼지 없는 마루, 채워진 쌀독, 남겨진 다른 자식들의 말갛게 씻긴 얼굴 같은. 그건 그들이 그 기간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돌봐준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그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다르게 공감해준 것뿐이었다.인간은 공감할 수 있는 존재다. 심지어 뇌과학자들은 인간은 ‘공감하는 뇌’를 타고난 존재라고까지 말한다. 신경학자 에밀리 캐스파도 그렇다고 여겼다. 하지만 르완다 내전의 전범들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가해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는 끔찍한 모순을 느낀다. 어떻게 ...

    2025.04.09 21:24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
    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갓 미물이라 여기는 생쥐와 인간의 유전적 일치율은 80%에 달하고, 진화상 가장 최근에 갈라진 침팬지와의 유전적 차이는 1% 남짓이다. 그러나 나무 위의 침팬지들이 수백만년 동안 별 변화 없이 살아온 데 비해, 땅에 내려선 인류는 지형을 뒤바꿀 정도의 문명을 이루며 무려 80억이 넘는 수로 불어났다. 무엇이 침팬지와 인간을 이토록 다르게 만들었는가.이런 의문에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답은 ‘지능’이다. 소위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은 커다란 두뇌를 가졌기에 주변을 관찰해 얻은 정보와 경험을 통해 습득한 기억을 바탕으로 다음을 예측할 수 있는 고차원적 의식을 갖출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매우 직관적이지만, 어딘가 미진하다. 사람보다 더 큰 뇌를 가진 동물은 얼마든지 있고, 각각의 뇌를 구성하는 뇌세포의 성분이나 특성조차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누군가는 사람은 동...

    2025.03.05 20:52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물고기도 안다
    물고기도 안다

    ‘머리가 나쁘다’라고 누군가를 낮잡아 볼 때, 흔히 소환되는 동물 중 하나가 금붕어다. 금붕어의 기억력이 겨우 3초에 불과하다는 낭설은 너무나도 널리 퍼져 있다. 과학적인 시각으로 봐도 물고기의 지능은 물리적으로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대개의 물고기들은 뇌가 아주 작고 신경세포의 숫자도 1000만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다. 이는 어림잡아도 인간 뇌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며, 이렇게 작은 뇌는 신체활동을 유지하고 움직임을 제어하며 본능적 반응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정도다. 하지만 과연 정말 물고기는 속설대로 멍청한 걸까. 이에 반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바로 영국 UCL 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이 실시한 ‘물고기의 수학적 능력’에 대한 연구다. 이들의 실험 대상은 관상어로 인기 있는 작고 흔한 물고기인 거피였다. 거피를 비롯한 작은 물고기들은 본능적으로 무리를 이루려는 습성이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최하단에 위치한 이들일수록 무리를 이루려는 ...

    2025.01.22 21:05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나무늘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나무늘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생물들이 많다지만, 그 ‘희한한 동물들’의 목록 상단에 위치할 만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나무늘보다. 남아메리카의 울창한 정글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던 나무늘보를 처음 문명 세계에 알린 것은 16세기 스페인의 한 탐험가였다. 그는 나무늘보를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동물”이라고 혹평했고, 이 부정적인 첫인상은 이후 나무늘보의 이미지를 ‘너무나 게을러 형편없는 짐승’으로 고착시킨다. 나무늘보에 대한 경멸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그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는데, 나무늘보의 영어 명칭인 ‘sloth’는 7대 죄악 중 하나인 ‘나태(sloth)’에서 그대로 붙여진 것이기 때문이다.나무늘보에게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근원에는 애초에 편향된 시선이 있었다. 나무늘보의 원래 서식지는 남아메리카의 빽빽한 열대우림이지만, 이들을 처음 대면한 사람들은 그들을 원래 살던 나무 위가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땅바닥에 내려놓고 살폈다. 땅 위에 내려진 나무늘보...

    2024.12.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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