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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181
  • [겨를]휴가에서 생긴 일
    휴가에서 생긴 일

    여름휴가를 위한 책을 추천해볼까요. 팟캐스트 피디님이 던진 이야깃거리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추천자라니, 정말 잘 골라야 하겠는데. 복길의 K팝 에세이 <펑펑>을 녹음 직전까지 끼고 다니다가 막상 휴가에는 다른 책을 찾게 되었다.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어야겠다. 푹 빠져들 작품이면 좋겠다. 시대와 언어권이 먼 작가로, 회사 책은 제외하고. 얼마 전 친구가 추천한 미국 소설가가 떠올랐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체의 작가인데 같은 이유에서 나도 좋아하리라는 것이었다. 한국에 출간되어 있는 서너 종에서 여가와 어울려 보이는 <스포츠라이터>를 택했다.과로했던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성인 독서율이 최저에 이른 가운데 강남 코엑스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스터리다. 굿즈가 흥행을 이끌었다고 분석되지만 책도 많이 팔렸다. 도서전에서 사들인 책을 다들 쉬면서 읽으면 좋을 텐데.출판에서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은...

    2026.07.15 20:04

  • [겨를]실버스테이와 동네스테이
    실버스테이와 동네스테이

    실버스테이는 ‘고가의 실버타운과 저소득층용 고령자복지주택 사이 사각지대에 있는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정책자료와 기사를 읽다 보면 몇호를 공급할지, 어떤 시설을 갖출지에 대한 설명은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노인은 어떤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실버스테이 정책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치고 있다.노인들은 정말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가기를 원할까?내가 만난 많은 노인들의 대답은 달랐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신 시설을 갖춘 낯선 건물이 아니었다. 매일 다니던 시장, 단골 병원, 오래 알고 지낸 이웃, 익숙한 골목길을 떠나지 않는 삶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친근한 관계에 의지한다. 그래서 노후 주거의 핵심은 집이 아니라 동네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실버스테이가 아니라 동네스테이다.동네스테이는 특정한 건물의 이름이 아니다. 노인을 기존의 삶에서 떼어내 한곳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살던 지역...

    2026.07.08 20:03

  • [겨를]“싸워”만으론 안 되는 일들
    “싸워”만으론 안 되는 일들

    한 학기가 끝났다. 100일 동안 학생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을 만들었다. 사용자들을 직접 만나 코멘트를 듣고, 그들에게 더 뾰족하게 가치를 줄 수 있도록 제품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나온 제품은 이런 것들이었다.이주민 학부모들은 알림장을 비롯한 학교와의 소통에서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번역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더 쉬운 번역과 더 명료한 시각화로 아이 챙기는 것을 놓치지 않게 하는 앱이 나왔다. 작은 마을 공동체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들에 대해, 번거로운 행정 절차를 덜고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도 있다. 고민을 올리면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익명으로 연결해 안전하게 소통하도록 돕는 플랫폼도 있다. 나의 매일매일을 정말 쉬운 채팅 형식으로 기록해서 다양한 감정 보석을 채집해 모으는 게임 기반 감정 다이어리 앱도 나왔다. 아동청소년들은 여전히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꼬집어내고, 아이들이 자신...

    2026.07.01 20:05

  • [겨를]검은 봉지에 담긴 것
    검은 봉지에 담긴 것

    할머니는 물건 하나를 그냥 사는 법이 없었다. 시장 좌판에 놓인 것들을 요리조리 살피고, 파는 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눈 후에야 지갑을 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말은 안 하는 최씨네, 성질은 못됐어도 물건은 끝내주는 박씨네. 그렇게 산 채소와 과일은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 누가 물건을 고르는 비법을 물으면, 할머니는 ‘감’이라고 답했다. 물건 한 번 보고, 파는 사람 얼굴 한 번 보면 딱 알 수 있다고.온라인 마켓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나는 다시 재래시장에서 장을 본다. 생필품 전부는 어렵더라도 먹거리만큼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사고 싶어졌다. 내 단골 가게는 ‘야채나라’. 야채나라 사장님은 나를 ‘언니야’라고 부르는데, 노인들을 제외한 모든 손님이 그에게는 ‘언니야’이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애교 넘치는 호칭을 쓰지만, 사실 그리 곰살맞은 사람은 아니다. 상인 특유의 과장된 말도 할 줄 모르고, 공짜로 더 얹어주는 법도 없다. 그렇게 좀 무뚝뚝하다 싶은 ...

    2026.06.24 20:19

  • [겨를]수요일 밤의 책방
    수요일 밤의 책방

    초여름의 수요일, 함양의 동네책방 ‘오후공책’에 갔다. 사회자가 아닌 작가로 초대받아 좀 더 긴장됐다. 읍내에서 저녁을 먹고 골목으로 걸어서 접근했다. 인당교를 건널 때 백로 무리가 점령한 대나무숲이 보였다. 책방 문을 열면서 손님과 마주쳤다. 벌써 온 손님들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웃음이 났다.한국에서 동네책방은 지역에 있는 중소형 책방에 비해 새로운 존재다. 해방 이래 지역 거점에 지역서점이 자리했다면, 동네책방은 2010년대 등장했다. 2025년 기준 동네책방은 887곳 운영하고 있다. ‘동네서점 지도’에 따르면 2016년에는 292곳이었다.나는 주말여행을 다닐 때 동네책방에 들르는 편이다. 일부러 찾아가기보다 길을 걷다 만나면 들어간다.군산 ‘마리서사’에서는 채만식 <탁류>를 샀다. 중학교에서 배운 소설을 적산가옥에서 만나자 난생처음 읽을 마음이 들었다. 공주 ‘오래된질문’에서는 부르디외 <상속자들>을 샀다. 쉴 때는 건드리지 않던 사...

    2026.06.17 20:06

  • [겨를]실버타운은 죄가 없다
    실버타운은 죄가 없다

    매일 아침 고령자 주거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실버타운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뉴스 빈도만 보면 대한민국의 고령자 주거는 실버타운밖에 없는 것 같다. 전 국민이 노후엔 실버타운에 들어가야 하는 시대가 오는 듯한 분위기다. 과연 이게 정상일까. 현실은 전혀 다르다.대부분의 국민은 나이 들어도 지금 살던 지역과 집, 익숙한 관계 속에서 늙어가기를 원한다.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시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2%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식사 및 생활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전용주택(실버타운 등)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하다. 즉 내가 살아온 동네에서,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다. 그런데 언론이 보여주는 노후의 모습은 지나치게 편향돼 있다.실버타운이 노후의 주거를 위해 필요한 선택지...

    2026.06.10 20:16

  • [겨를]병목을 만드는 리더들
    병목을 만드는 리더들

    “제가 병목이 되지 않도록, 빠르게 결정하고 빠짐없이 논의드리겠습니다”라고 구성원들에게 말했던 것이, 막 팀을 맡게 된 내가 한 첫 다짐이었다. 비판을 무릅써가며 뭐든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성격도 아니고, 포근하게 이야기 다 들어주는 집중력도 안 되니, 일이라도 빈틈없이 속도감 있게 잘해내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나 혼자 아등바등 짊어지지 말고, 일거리 잘 분배해서, 조직 내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그런데, 요즘 내가 그 병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정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여러 제안들을 충분히 믿고 따라가도 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턱턱 걸리는 생각들에 멈칫한다. 쉬운 일부터, 급한 일부터 처리하다보면 중요한 사안은 뒤로 밀린다. 일머리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스스로 만족스럽지가 않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AI 시대 ‘일하는 개인’의 역할은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일이라는 ...

    2026.06.03 22:50

  • [겨를]고독을 훼손하지 않는 울타리
    고독을 훼손하지 않는 울타리

    시골에 사는 꿈을 실현한 내게 가끔 찾아오는 불편한 질문이 있다. 내가 1인 가구였다면, 혼자 사는 여성이었다면 이런 생활이 가능했을까. 사람의 키만큼 자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 수 없을 만큼 시야를 완벽하게 가리는 그 풀이 누군가에게는 위험의 표식일 수도 있다. 귀촌이나 귀농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부부 중심의 가구’나 ‘가족 단위의 이주’를 기본값으로 둔다. 그 ‘정상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혼자라는 독립을 선택한 이들은 종종 결핍되거나 유별난 존재로 오해받기 쉽다. 불필요한 호기심,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무례한 시선과 질문은 1인 가구의 일상을 침범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우리는 흔히 안전을 행정의 영역으로만 생각한다. 폐쇄회로(CC)TV의 개수를 늘리고 가로등을 촘촘히 세우는 것만이 대안이라 믿는다. 물론 그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장소가 지녀야 할 궁극적인 온도를 설명하...

    2026.05.27 20:14

  • [겨를]읽기 위기 속에서 독자 되는 법
    읽기 위기 속에서 독자 되는 법

    <독자 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어서 황급히 저자 정보를 확인했다. 문화면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한소범은 스스로 “1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면 그중 40분은 사실상 인스타그램 릴스와 X(트위터)의 새 게시글을 스크롤하는 데 썼다”고 털어놓는다. 나와 다르지 않은 독서 환경에 있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책을 주문했다.저자 되는 법도 아니고 독자 되는 법을 배운다고? 이때 독자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는 사람과 1년에 한 권을 읽는 사람 사이의 존재다. 주의를 빼앗아가는 디지털 플랫폼에 사로잡힌 존재.현란한 스마트폰 화면을 밀다가 손가락을 딱 떼고 책을 읽으려면 몸이 바뀌어야 한다. 먼저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서 책에 집중하기란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교실에 앉아 있는 법을 배우기나 비슷하다.읽기가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인문학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내가 만든 책을 좀 더 널리 읽혀서 연봉 인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인플루언서가 아닌 사람이 추...

    2026.05.20 20:14

  • [겨를]살던 곳에서 죽을 수 있으려면
    살던 곳에서 죽을 수 있으려면

    통합돌봄의 핵심은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아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 개개인의 욕구에 맞춰 주거, 의료, 요양, 생활지원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리며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념에는 빠진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도 그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통합돌봄은 ‘살던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dying in place)’으로 완성되어야 한다.살던 곳에서 맞이하기 힘든 오늘의 죽음은 어디에 있을까. 전체 사망자의 4분의 3이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서 사망하고 있다. 존엄한 돌봄과 임종은 돈이 많거나 운이 좋아야만 가능하며,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불평등한 삶의 조건 속에서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가 말한 ‘각자도사 사회’의 현실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한 청년에게서 들은 할머...

    2026.05.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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