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봄에 알게 되는 것](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4/23/l_2025042401000705500071751.jpg)
지난주에는 퇴근길에 차가 막혔다. 일 년에 한 번, 벚꽃이 만개할 때 겪는 일이다. 만경강의 벚꽃을 보려고 몰려든 이들이 차창을 열고 천천히 달렸다. 차를 세우고 내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벚나무 아래 해사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이들을 누가 나무랄 수 있겠나. 그 길에서 조급한 건 꽃잎뿐이었다. 왜 그리 빨리 떨어지는지…오늘 아침에는 한산해진 벚나무 길을 걸었다. 주말 비와 함께 인파는 물러났고, 연둣빛 잎을 틔우기 시작한 나무들은 동네 할머니들 차지가 됐다. 할머니들은 꽃잎을 반쯤 떨군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자주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셨다. 급히 갈 이유가 없으니까. 살다 보면 ‘천천히’ ‘가만히’ 같은 부사가 어울리는 시간이 오는 듯하다. 나는 그런 노년을 기다린다. 길에서 이웃 할머니를 만났다. 저만치 걸어오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멈춰 몸을 작게 웅크리셨다. 어디 불편하신가 여쭈었더니, 조용히 고갯짓으로 바닥을 가리키신다. 거기, 봄이 한 움큼 있다. ...
9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