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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동맹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동맹
선거와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운동은 여타의 사회운동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었다. 최대 규모의 유권자 집단이면서, 존재 그 자체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르게 표현하면, 노동자 집단은 ①진보적 가치를 내장한 + ②유권자연합이 가능한 집단이었다. 카를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온 세상’이라고 주장했던 이유다.이런 입장에서 보면, 진보정치 노선은 언제나 3가지가 존재한다. 첫째, 진보적 가치는 실현하되 유권자연합에 실패하는 경우. 둘째, 유권자연합을 위해 진보적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 경우. 셋째, 유권자연합도 성공하고 진보적 가치도 실현하는 경우다. 진보정치의 본질적 미션은 세 번째 노선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다.실제로 노동운동과 연동된 진보정치는 인류에게 두 가지 선물을 안겨준다. 하나는, 보통선거권이다. 보통선거권은 19세기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들의 핵심 과제였다. 1846년 영국... -
‘진보의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역전됐다. 경제성장률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 둔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4%였다. 미국은 1.9%였다. 2023년 처음으로 역전됐다. 미국은 2.1%, 한국은 2.0%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수치다. 사람들은 성장률이 낮아질수록 성장의 가치를 더 주목하게 된다. 성장은 고용과 직결되고, 고용은 소득과 직결된다.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률이 낮아지면 ‘내부 분배 투쟁’이 격화한다. 사회 갈등도 심해진다. 경제성장 그 자체가 중요한 이유다. 진보 쪽 일부에서는 ‘진보적’ 경제성장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넓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실험도 같은 맥락이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보수가 주도한 성장론이 ‘이윤주도’ 혹은 ‘자본주도’ 성장론이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내용적 실체가 임금주도성장론 혹은 노동주도성장론으로 귀결된 이유다. ... -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정당’은 무엇이었나
2024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2004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은 첫 원내 진입을 했다. 딱 20년이 지나 ‘원내 진보정당’의 시대가 저물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진입했다. 민주당 노선과 구분되는 ‘독자적’ 진보정당으로 볼 수 없다. 진보정당의 본격적인 출발은 2000년 1월30일 창당한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초박빙 구도에서 약 100만표를 받았다. 이때 만들어진 유행어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였다. 2004년 총선에서는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아주 근사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약 13.1%인 280만표를 얻었다. 8명의 비례대표 의원과 2명의 지역구 의원, 합계 1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이때 국회에 들어갔던 의원들 중에는 한국 진보를 상징하는 ... -
종부세 개편의 4가지 방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도 주목받은 측면이 있다. 이재명 대표 후보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 후보는 종부세에 대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7월10일, 출마 선언), “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7월18일, 후보 토론회)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실제로 종부세 개편을 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실제로 해낸다면, ‘리더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현행 종부세가 왜 문제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한국 종부세는 정책 목표가 지나치게 혼재되어 있다. ①보유세 ②부유세 ③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세 ④다주택자 규제세 ⑤지역균형발전세를 모두 추구한다. 보유세의 기본 취지는 재산 가치와 연동된 지역 인프라에 대한 비용 지불이다. 보유세가 ‘재산세’인 이유다.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선진국에서 보유세는 보유세일 뿐이다.한국 종부세는 세계적으로 유별나다. 다섯 가지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왜 그렇... -
한국 종부세와 미국 보유세의 3가지 차이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다시 이슈가 될 것인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종부세에 대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 쪽에서는 종부세 폐지 혹은 완화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종부세 폐지 및 완화론은 그저 ‘보수의 반동’일 뿐이다. 정말 그럴까?종부세 강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칭송하는 제도 중에 미국의 보유세가 있다. 미국의 보유세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진보 지식인들도 높게 평가한다. 미국의 보유세와 한국의 종부세는 3가지가 다르다. 미국의 보유세는 효능감이 높다. 반감은 적다. 그래서 국민수용성이 높다. 한국의 종부세는 정반대다. 효능감이 적다. 반감은 크다. 그래서 국민수용성이 낮다. 첫째, 미국의 보유세는 효능감은 높고, 반감은 적게 설계되어... -
종부세 폐지 공론화 - 고민정 의원이 옳다
민주당발(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논란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실거주 1주택 제외, 고민정 최고위원은 종부세 폐지를 포함한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종부세는 현재 ‘진보의 심장’ 같은 이슈가 됐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처럼, 종부세를 찬성하면 진보, 반대 및 완화를 주장하면 보수로 간주된다. 다르게 말하면,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합리적 토론이 쉽지 않은 이슈가 되어 버렸다. 종부세 폐지까지 공론화해야 한다는 고민정 최고위원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정치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타당하다. 먼저, 정치적 타당성이다. 종부세는 결과적으로 ‘정권교체 촉진세(稅)’로 작동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서울지역 25개구 중 14개 구에서 패배했다. 이들 14개 구는 부동산 가격 순서와 대체로 일치한다. 대부분은 한강벨트 지역이다. 종부세는 민주당에... -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
5월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된다.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총선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힘 108석, 거대야당 192석이다. 집권여당이 108석이 된 경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참패다. 내용도 매우 고약하다. 국민의힘은 ‘양남당’(영남+강남)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는 총 90명이다. 이 중에서 양남의 당선자 숫자는 66명이다. 비율로는 73.3%다. 국민의힘 지지기반은 영남과 강남으로 축소됐다. 윤 대통령의 신뢰도가 확 낮아진 분기점은 작년 8월15일 경축사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선포했다. 곧이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추진했다. 홍범도 장군은 1943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미국, 소련, 영국, 중국이 파시즘 세력과 맞서 서로 동맹국이던 시절이었다. 철 지난 이념투쟁이기도 하지만 뜬금없고 황당한 선언이었다. 대통령이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하고, 엉뚱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 -
조국혁신당 돌풍과 정권심판론 부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2월26일 수락 연설을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총선 국면은 4개로 구분할 수 있다. 1국면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등장이다.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다. ‘보수의 결집’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했다. 2국면은 ‘윤·한 갈등’ 이후다.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다. 윤·한 갈등은 1월21~23일에 걸쳐 진행됐다. 중도 일부가 반응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가로 상승했다. 3국면은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 국면이다. 2월14일 이재명 대표는 ‘새 술, 새 부대론’을 주장한다. 2월20일 박용진 의원은 하위 10% 통보를 공개했고, 2월27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컷오프했다. 민주당의 기본 지지층은 친문, 친명, 호남이다. ‘비명횡사 공천’이 부당하다고 느낀 친문과 호남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민주당의 총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점이다. 4국면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이다. 2월25일 영입인재 1호로 신장식... -
‘사과나무 전략’과 민주당의 위기
1월 말에 <이기는 정치학>이라는 ‘현실정치 교과서’를 목표로 하는 책을 출간했다. 종부세는 왜 ‘정권교체 촉진세’였는지, 탄핵촛불연합은 왜 해체됐는지 등 역대 정책과 이슈, 선거의 관계를 다룬다. 후반부에서는 이번 총선의 판세 전망과 중도확장 전략에 대한 제안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초대박 압승론’에 취해 있었다. 151석의 과반은 떼어놓은 당상이고, 일부에서는 180석을 전망했다. <이기는 정치학>은 ‘이대로라면’ 총선 패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총선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는 국민의힘 144석, 민주당 139석으로 봤다. 5석 격차로 민주당이 패배하는 경우다. 나쁜 시나리오는 국민의힘 156석, 민주당 127석으로 29석 격차로 민주당이 패배한다. 현재 민주당은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나쁜 시나리오’에 근접하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패배가 매우 유력해졌다. 흔히 총선은 ‘정권심판 선거’... -
민주당의 ‘감나무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4·10 총선을 앞두고 서서히 진용이 짜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필자는 작년 8월25일 이 지면을 통해 한동훈 선거대책위원장 혹은 비대위원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한동훈이 ‘총선 선대위원장’을 할 경우”). 보수층에서 높은 지지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 탈냉전 스마트 우파 이미지, 1973년생 등이 예측의 논거였다. 당시에는 엉뚱한 전망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았다. 그러나 결국 예측이 적중했다.선거는 ‘상대평가’이자 동시에 ‘51% 게임’의 성격을 갖는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되, 중도층을 흡수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핵심은 중도확장이다. 중도확장의 관점에서, 12월26일 공식 업무를 개시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행보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정치에서 중도확장의 개념적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정치에서 약점보완=혁신=중도확장은 동의어다. 국민의힘 약점은 김건희 특검법, 이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