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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퇴직 법관도 탄핵심판 대상? “각하 당연” “헌법 수호 위한 판단 필요”
“이 사건은 헌정 사상 법관이 탄핵심판의 대상이 된 첫 사건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가지는 엄중한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여 공정하게 심리할 것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변론기일의 시작을 알리며 말했다. 사건번호 2021헌나1, 임성근 전 판사(57)에 대한 탄핵심판이다.헌법 제106조1항은 “법관이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징계 종류에 파면이 포함되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법관은 함부로 파면할 수 없게 돼 있다. 독립된 재판을 위해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다. 법관은 탄핵이라는 절차를 통해 파면할 수 있지만 헌재가 법관 탄핵을 심리한 적은 없었다. 임 전 판사가 첫 대상이다.임 전 판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으면서 일선 재판부에 재판과 관련해 말을 한 것이 탄핵 심리 대상이다. 법원의 1심 판결로 사실관계... -
(38)‘개인적 친분’ 있어 도와줬다는데, 그 대상은 왜 하필 국회의원인가
상고법원 도입 추진하던 양승태 대법원, 국회의원 관련 재판 검토해줘검 “입법에 도움받으려는 목적”…임종헌 “대국회 업무의 하나였을 뿐”의원 지인 아들 ‘벌금형 선처 청탁’ 의혹엔 “단순한 절차적 배려에 불과”사법농단 사건에는 국회의원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사실 중엔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에게 국회의원 관련 재판에 대해 검토시키고, 그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거론되는 국회의원은 총 6명이다. 홍일표·유동수·서영교·이군현·노철래·전병헌 의원으로 이 중 유동수·서영교 의원은 현직이다. 3명은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3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서류증거 조사를 통해 이 부분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국회의원은 법원 예산을 편성하고, 법원 조직이나 재판과 관련된 법률을 만드는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양승태 대법원’이 국회와... -
(37) 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일까,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불리한 처분일까.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를 둘러싸고 사법농단 재판에서 오가는 공방이다.헌법 제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조항이다. 동시에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제9조 1항), 판사에 대한 보직을 행한다(제44조 1항)고 규정한다. 대법원장 인사권에 특별한 견제장치는 없다. 1980년대까지도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하거나, 대법원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판사가 하루아침에 전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은 법관이 윗선 눈치를 보는 관료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인사 불이익이 헌법이 금지한 ‘불리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
(36)“윗선 요구, 재판 독립에 반하는지 스스로 따져야” 사법행정 판사의 의무
사법행정에 재판 경험 활용 취지 법원행정처 심의관 제도 만들어 재판 독립 침해 검토 의무 주어져‘일선 법원 사법행정 담당’도 준수 지난달 23일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게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2부(윤종섭·김용신·송인석)의 판결은 재판에 개입한 사법행정권자를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바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지시 또는 요청을 받아 재판 개입의 손발·중간자 역할을 한 판사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이어서는 안 된다고 확인한 것이다. 재판 개입 관련 문건을 작성하고, 법원행정처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하고, 재판부의 심증을 빼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이들이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일선 법원의 수석부장과 기획법관이 그런 역할을 했다.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사건을 심리한 이번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일선 법원의 ... -
(35)판사 잘못 지적을 넘은 권고…“그것은 재판이 아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게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지난 23일. 선고문을 낭독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2부 윤종섭 재판장의 입에선 “그것은 재판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여러 번 반복해 나왔다. 재판부는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제시한 방향에 맞춰 진행된 재판은 단순히 부적절한 것을 넘어 아예 재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에 대한 선배 법관의 조언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며 재판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단이다. 사법농단 재판에서 재판의 정의가 다시 쓰이는 순간이었다.재판부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체 458쪽에 달하는 판결문 중 53쪽에 걸쳐 직권남용죄의 해석과 사법행정권의 범위·한계에 관해 썼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과연 형법상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 -
(34)직권남용과 제 식구 감싸기 사이…재판 개입 혐의 두 법관의 “후회”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타성”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 “교만” 최후진술서 반성적 태도 보여 1심서 각각 징역 2년6개월 구형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탄핵 추진을 공식화한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508호 법정에서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1심 마지막 재판이 열렸다. 2019년 3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지 1년11개월 만이다.두 사람 모두 사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들은 30년간 입었던 법복을 벗게 됐다.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에 관해 내내 무죄를 주장해왔는데, 최후진술의 기회를 얻은 둘의 입에선 ‘오만’ ‘교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만한 마음과 타성에 젖어 놓쳐 버렸던 일들이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이 전... -
“제가 부족해서” 법원행정처 ‘조언’ 듣고 결정 바꿨을 뿐이라는 판사
판사에게 있을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거나, 판사의 정확한 판단을 돕기 위해 사법행정권자가 특정 사건의 재판에 관해 말이나 자료를 전하는 것은 허용될까.사법농단 재판에서 판사의 ‘미숙함’이 쟁점이 됐다. 재판 개입의 대상이 된 몇몇 판사들은 법정에 나와 재판에 개입한 사법행정권자를 탓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부족했다고 증언했다. 자신이 실수로 놓친 부분을 사법행정권자가 바로잡아줬으며, 오히려 자신이 적절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례가 없고 법리적으로 복잡한 쟁점이라는 이유로 법원행정처가 특정 사건을 검토해 재판부에 자료를 준 일도 있다. 피고인들은 이것은 ‘조언’이나 ‘재판 지원’일 뿐, 재판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대한 직무감독권이 존재하지 않아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고, 이런 형태의 재판 관여는 가능하다는 주장이다.반대로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에 대한 직무감독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검... -
법복 벗고 피고인과 증인으로 만난 두 악연…‘법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놓고 충돌 3년10개월 만에 법정서 만나 이탄희의 ‘진술표’ 공개에 임종헌은 ‘경위서’로 맞서 사법농단 진실 놓고 공방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중법정의 증인석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42)이 앉았다. 이 의원은 판사이던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는 법원행정처 조치에 반발하고 사표를 냈다. 그는 사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는 단초가 된 상징적 인물이다. 임 전 차장과 이 의원은 그 후 법복을 벗었고 두 사람은 이날 피고인과 증인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3년10개월 만이다.사법농단은 법원 조직 전체가 함께 반성해야 하는 사건일까, 개인의 욕심이 법원에 화를 부른 사건일 뿐일까. 사표를 낸 게 “제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던 이 의원은 이젠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사법... -
“영혼 없는 공무원은 다 처벌?” “양파 깎으라면 깎을 뿐”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보고서 작성 지시 놓고 ‘직권남용’ 공방피고인 측 “명백히 위법한 지시가 아닌 한 그것에 따를 의무 있다”검찰 “지시 따랐다 하더라도 하급자가 원칙 어겼다면 처벌해야”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관료제 조직만큼 좋은 게 없다. 윗선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관료제 조직은 성과를 내는 데 효율적이다. 그런데 그 지시가 위법·부당하다면 어떨까. 그래도 지시를 따라야 할까.사법농단 재판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처장·차장·실장 등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법관 독립 침해 우려가 있는 내용을 검토해 보고서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론됐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피고인들... -
행정처의 정부 서류 검토, 단순한 조언?...심의관은 “무섭고 당황했다”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사법부 소속인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검토해줬다면 법조인의 흔한 ‘법률 조언’으로 볼 수 있을까.사법농단 사건에는 행정부가 법원 재판에 낼 소송 서류를 법원행정처가 사전에 받아 검토해준 대목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외교부 의견서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를 법원행정처가 미리 봐줬다. 단순히 사건 정보와 일반적인 법리, 전망을 알려주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법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이를 ‘조언’ ‘안내’ ‘자문’과 같은 단어들로 포장한다. 법조인은 으레 주변 요청을 받아 법률 조언을 많이 한다고도 한다. 법관윤리강령 5조 3항은 법관이 정보 제공은 물론 법률 조언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정성을 의심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