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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급할 때 선택지 없어···카드대출에 불법금융 ‘늪’으로
소득 없는 청년에 은행 문턱 높아 이자 비싸도 카드대출 쓸 수밖에 소방공무원을 준비 중인 정홍진씨(26·이하 가명)는 어느 날 카드사에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무직대출’, 즉 직업이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회사라 안심하고 돈을 빌렸다. “항공정비 관련 학과를 나왔지만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진로를 바꿨는데, 돈이 많이 들어 고심하던 차였거든요. 학원비에 체력시험까지 준비하다보니 1년에 1000만원은 넘게 들었죠.”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300만원 빌리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갚기가 쉽지 않았다. 빚이 연체되자 신용등급은 8등급으로 떨어졌다. 생활비와 학원비로 쓴 빚을 갚기 위해 그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매달 이자 5만원을 포함해 28만원씩 빚을 갚고 있다. “카드대출을 받은 게 후회되지만, 은행에서 대출받으려 해도 3개월 이상 일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저 같은... -
‘삼시세끼’도 사치인 현실, 냉동식품·라면이 주식 ‘하루 한 끼’도 다반사
식당 메뉴 고를 때 가격에 먼저 눈길이…생활비 부족하면 식비부터 절감 취준생 절반 “식사 제대로 못 챙겨” 김나윤씨(26·이하 가명)는 주로 냉동식품과 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보관기간이 긴 데다 값도 싼 냉동식품은 한 끼를 때우는 데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냉장식품은 잘 상하고 버릴 확률도 높아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체력보충이 절실할 때도 있지만 대학 다닐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과외와 학원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번 생활비를 식비에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는 “가끔은 마트에서 고기덮밥 같은 간단한 조리음식을 사먹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밥맛이 없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때도 많다. 맛있는 게 정말 먹고 싶을 때는 친구들을 만난다”면서 “주변을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나뿐만은 아니다. 그렇게 절망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한지훈씨(23)는 “지난 반년 새 체중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홀로 생계를 책... -
입사시험 준비 평균 17개월···책값·학원비 671만원 썼다
경계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며 각종 자격증과 입사시험에 약 17개월 동안 평균 670만원 넘게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취업해 벌었을 잠재소득을 기회비용으로 더하면 실제 취업준비(취준) 비용은 연 3600만원이 넘는다.경향신문이 입수한 한국고용정보원의 ‘2019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 분석자료’를 보면 청년들은 시험준비에 평균 16.8개월이 걸렸고 총 671만3000원(월 40만원)을 썼다. 시험준비는 공무원·공공기업·언론사 입사시험 그리고 회계사와 같은 전문가 자격증 시험을 모두 포함한다. 단순 자격증 취득에는 평균 9.6개월이 소요되고 평균 65만3000원(월 7만원)이 들었다. 그 외 직업교육에는 평균 3.9개월간 15만7000원(월 4만원)이 들었다.이 조사는 2년제 대학 이상 고등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자들 가운데서 일자리가 있는 1만679명이 분석 대상이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대졸자까지 더하면 취준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이처럼 수많... -
제조업의 ‘젠더 페널티’…“짐 싸서 타 도시로 나가 봤지만 제자리”
일자리가 많은 도시에서조차 여성 청년들은 취업과 실업 사이 경계로 밀려난다. 자동차·조선·기계 생산에 특화된 두 도시인 울산과 창원의 경우도 그렇다. 중공업 노동자인 남성 가장의 외벌이 고소득으로 전업주부와 자녀들이 생활했던 과거의 가족경제 모델이 사라지면서 기혼 여성들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맞벌이 전선에 나선다. 청년 여성들은 결혼 대신 취업을 택하지만 일자리 경쟁은 치열하다. 탈락한 이들은 기약 없는 구직활동을 이어가고, 소득 없는 예비 노동력이 돼 노동시장 외부 경계를 떠돈다. 또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 엑소더스’를 꿈꾼다. 2년 빼고 매일 구직 중이었다잦은 구직·이사에 체력·통장 ‘바닥’사무·서비스직 자리는 한정적이고이것저것 빼고 나니 생산직만 남아이혜림씨(27·이하 가명)는 특성화고 졸업을 6개월 앞둔 2013년 드럼세탁기 부품 제조공장에 취업했다. 대기업 소속 생산직은 성적이 높은 소수 학생에게만 선발 기회가 돌아갔고, 대다수... -
자격증 공부하면 “술이나 마셔라” 충고…옮길수록 일터는 작아져
잔업·특근까지 해도 한 달 180만원직급도 올라가봤자 ‘현장 조장’미래 없으니 오래 다닐 필요 못 느껴20대에 입사·퇴사 반복하다 보면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하향 선택“공장에 널린 게 일자리다.” 청년실업률 기사에 으레 달리는 댓글이다. 실제 창원과 안산, 천안과 같은 제조업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곳에서 일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청년들은 말한다. 그러나 일을 쉽게 구하는 만큼, 쉽게 그만두기도 한다. 1~2년 넘게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왜 그들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경계청년이 됐을까. 경향신문이 만난 지역 거주 청년들은 “미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모씨(32·이하 가명)도 경남 김해의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 일을 반년 만에 그만뒀다. “졸업하고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쉬고 있는데 학교에서 취업 자리가 있다며 면접 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추천한 교수 말로는 정부 디지털 일자리 사업이었는데 실제로는 ‘제조집’이라... -
알바·잠재취업·초단기근로…일하고 있는데 일이 고프다
단기 알바 등 취업자인 동시에입사 시험 준비하는 ‘실업자’들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 해당수도권에서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12일 서울 건대입구역 먹자골목에서 자전거 배달원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취업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취업자 중 취업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자 초단시간 취업자: 취업자 중 취업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자 일시휴직자: 직업이 있지만 일시적인 병, 휴가·연가, 일기 불순, 노동쟁의,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하는 자. 유급이나 무급휴직도 해당 실업자: 취업을 희망하고 4주 내 구직활동을 했고, 현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비경제활동인구: 가사 또는 육아를 전담하는 주부, 학생 및 일을 할 수 없는 연로자 ... -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노동시장은 다양해지는데 세밀하지 못한 ‘취업 상태’ 파악
확장실업률,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잠재취업가능자, 잠재구직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니트(NEET). 취업과 실업의 경계에 있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취업과 실업 간의 중간지대가 커질수록 이들을 설명하는 단어는 늘어난다. 더 이상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등의 구분만으로는 변화하는 노동시장, 특히 그중에서도 취약한 청년의 상태를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잃고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취업자 내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경우 취업자로 분류한다. 주 52시간 일한 노동자와 단시간(36시간 미만) 일한 경우를 모두 취업자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로 단시간 근로를 하고 있지만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불완전 취업자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부분실업을 인정하지 않는 고용보험 시스템 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