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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해의 맛 ‘고것 참 차지다’
마무리다. 한 해를, 5년을 달려온 연재 또한 마무리다. 5년 동안 다닌 시장이 대략 120개다. 앞선 기사에서는 폭설에 막혀 못했던 취재를 했다. 대장정의 마무리는 뭐가 좋을까 고민을 했다. 좋았던 곳, 재미난 곳, 가장 큰 곳 등 몇 가지를 떠올리다가 가장 좋아하는 곳과 시작한 곳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시장을 볼 때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흥정 나는 곳과 정만 나는 곳으로 나뉘었다. 사람이 많아야 흥이 난다. 흥이 오가다 보면 정이 쌓인다. 쌓이는 정을 느끼다 보면 내 손에는 봉지가 여럿 들려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은 사람에 대한 기억만 남아 있었다. 정에 의지한 기억은 사그라지는 풍경에 대한 넋두리였다. 사그라든다는 것은 슬프다. 전국에서 흥이 사라진 장터를 꽤 많이 만났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흥이 있든 없든 오일장터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이웃마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그렇다면 120개 시장에서 가장 먼저 ... -
찬 공기 아쉬움 몰아내고, 들숨 가득 채운 짠 공기
119개 시장, 지난 4년 동안 다닌 시장의 숫자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다닌 듯싶다. 경상도의 양산과 밀양, 충북의 진천, 세종시 그리고 충남의 아산과 청양, 공주시와 전남 장성이 남았다. 경상북도 내륙은 뺐다. 구미와 예천, 영주, 영천도 남아있다. 시장을 다녀보면 내륙의 겨울 시장은 재미가 없다. 내륙에 있는 시장은 갈 수 있는 시기가 한정적이다. 주로 짧게 끝나는 봄, 가을만 가능하다. 그때를 빼놓고는 바닷가 시장보다 볼거리가 적다. 내륙에 있는 시장은 미루고 미뤘다. 더 재미난 시장이 있으니 거기 먼저 갔었다.119개 시장 중에서 아쉬움이 남는 시장이 몇 곳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이 서지 않았던 남해 오일장(2, 7장). 다른 지역은 장이 섰지만 유독 그 시기에는 경상도만 장이 서지 않았다. 장날에 맞춰 장은 서지 않았지만 그래도 삼삼오오 팔 물건을 펼친 이들 덕분에 겨우 취재를 했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재미난 취재... -
시장은 역시 ‘흥정’이지
우리나라에서 읍이 가장 많은 곳은 어느 군일까? 울주군을 돌아다니면서 든 생각이다. 울주군은 참으로 넓었다. 이름도 비슷한 언양읍에서 온양읍까지는 차로 30분 족히 걸렸다. 어느 방향으로 가나 ‘읍’ 표지판이 보이기에 궁금함이 밀려왔다. 지도를 찾아보니 언양읍 주변으로 범서읍과 삼남읍이 있다. 온양읍은 온산읍과 청량읍과 마주하고 있어 울주군에만 6개의 읍이 있다. 보통 군 단위에는 많아야 두서너 개다. 여섯 개의 읍이 있으니 사방팔방 교통 표지판에 읍이 보이는 게 당연했다. 울주군과 같은 숫자는 달성군이 있다. 인구 숫자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둘 다 배후 도시가 크고 대기업체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돈이 돌면 사람이 모인다는 당연한 순리를 두 도시가 보여 주고 있다.재래종 배추·문어·초피같은 싱싱하고 알찬 식재료에 사람도 북적…다양한 볼거리에 즐겁다어느 날 동영상 시청 중에 남창 옹기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울산은 태화 종합시장을 작년에... -
왜 이 참기름집만 붐빌까 “귀신만 알겄지” 입담마저 구수한 장터
충(주)청(주)도의 한 축이 청주다. 출장 다니면서 오가다가 가끔 들렀다. 초록마을에서 일할 때는 매장 방문으로 주로 갔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가끔 청주와 옥산 사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도담에 가곤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친환경 과일 공급사로 산지 생산자와 좋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고 그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곳이다. 사업 동료로 시작해 친구, 협력자, 인생 선배로 상황에 따라 서로의 역할을 달리하며 보낸 시간이 20년이 넘는다. 일 년에 두세 번 가는 곳이라서 청주는 지리부터 분위기까지 꽤 익숙한 곳이다. 이번에도 시장 취재를 끝내고 올라가는 길에 들러 커피 한잔하고 왔다.청주는 오일장에 새벽시장도 있다고 하는데, 새벽시장은 유명무실한 듯 예전 자료만 검색되었다. 오일장 또한 몇몇 할머니들과 장사하는 이들만 장을 펼치고 있었다. 오일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상설시장만 문을 연 듯한 모습이었다. 충청도의 또 하나의 축인 충주 오일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상설... -
대추나무에 ‘달곰함’ 걸렸네
10월의 보은군은 달곰한 대추로 시작해 대추로 끝난다. 물론 보은 이외 다른 고장에서도 대추는 난다. 특히 태백산맥이 밑으로 이어진 의성, 청송을 비롯해 국내 최대 생산지 경산까지 대부분 산자락이 높은 동네에서 많이 생산한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판을 지나 달곰한 고장 보은에 다녀왔다.보은은 소백산맥의 한 자락인 속리산이 품고 있는 동네다. 동쪽으로 상주와 속리산을 나누고 있다. 1000m가 넘는 높은 산은 많지 않더라도 산지가 많은 동네가 여기다. 대추 외에도 호두 또한 많이 생산한다. 가는 날이 마침 대추축제 기간이었다. 축제는 오일장에서 길 하나 건너 있는 보청천 수변과 맷돌공원에서 열렸다. 보은군에는 산외면, 내북면, 회인면, 회남면, 수한면, 삼승면, 탄부면, 마로면, 장안면, 속리산면과 군청이 있는 보은읍이 있다.구경 삼아 다닌 축제장에서 11개 읍·면에서 생산한 대추를 맛볼 수가 있었다. 지역은 다양한데 나오는 대추는 단일 품종이다. 개량한 ... -
아직은, 설익은 계절… 버섯도 전어도 아닌 너! 딱 걸렸어, 어묵!
새벽보다 더 깊은 새벽에 길을 나섰다. 추석연휴의 시작일이기에 귀성 차량 행렬에 휩쓸리게 되면 군산은 다음을 기약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출발은 막힘이 없었다. 수십 번 다녔기에 아는 길.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켜놓은 내비게이션에서 길을 바꾸라는 메시지가 떴다. 보통은 몇 분이나 몇백 원 아낄 것이라면 길을 바꾸라는 권유 정도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가타부타 조건도 없이 바꾸라는 메시지다. 가는 방향의 고속도로 앞이 심하게 막히는 듯싶었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거쳤다. 간혹, 중간중간 정체를 만나기도 했다. 겨우 도착하니 목적으로 온 새벽시장이 아침시장이 되었다. 명절 전 때를 놓치면 추석 이후로 열흘 정도는 장이 잘 서지 않는다. 추석 때 장만한 제수가 남아 있기에 사람들이 장터에 나오지 않는다. 장이 서도 시작부터 파장 분위기가 났다. 그간의 경험으로 사람 없는 장터에 허전함만 가득했었다.군산의 새벽시장, 오랫동안 시민들과 함께해온 곳이... -
청송·봉화 닭불고기 안동은 닭조림 닮은 듯 다른 ‘불맛’
경상북도 청송, 태백산맥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평평한 땅보다는 운동 열심히 한 이의 알통처럼 울퉁불퉁 우뚝 솟은 산이 더 많다. 평지에서 자라는 농산물은 적어도 깊고 높은 산 덕에 나는 것들이 유달리 더 맛있다. 그래서 사과나 자두가 그렇게 맛있다. 청송은 가끔 가던 곳이다. 아주 가끔은 영덕에서 오던 길에 잠시 동청송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곤 했다. 약수터 근처에는 닭불고기 파는 식당이 꽤 있다. 식당 입구에 있는 약수터와 주변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다. 약수에 있는 미네랄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 적당한 탄산까지 있어 한잔 마시며 운전의 피곤을 풀곤 했다. 약수 받아가는 것은 공짜, 얼음 담긴 텀블러에 담아 운전하며 마시다 보면 금세 280㎞를 지나 집이었다.청송과 영덕의 경계에도 약수터가 있다. 읍내까지 몇 군데 자연스레 땅을 뚫고 약수가 솟는다. 식당 주변은 관리가 잘되어 있다. 근처에 몇 개의 약수터가 ... -
너, 별맛 없지만 맛있어!
상주 하면 삼백의 고장이 먼저 떠오른다면 옛날 사람이다. 상주 오일장을 가려 나서는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가 삼백이었다. 쌀, 명주, 목화 세 가지가 많이 나서 그리 불렀다고 한다. 이제는 쌀 빼고는 테마파크를 가야 겨우 구경할 수 있다. 세 가지 중에서 더는 재배하지 않는 목화 대신 곶감이 들어가 있다. 감을 말리면 하얀 분이 나오기에 그리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많이 나는 곶감이니 이해되기도 한다. 전국 생산량의 약 60%가 상주에서 난다고 한다. 시장 내에서도 곶감이나 곶감을 이용한 음식을 볼 수가 있다. 상주 곶감을 이용한 찹쌀떡이 대표다. 팥소가 들어간 대부분 찹쌀떡과 달리 홍시와 곶감이 들어가 있다. 자연스러운 단맛이 꽤 괜찮다. 다만 기왕 특산물을 이용할 것이라면 주재료인 쌀과 홍시 또한 상주 것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앞서 상주는 삼백의 고장이라 했지만 필자에게는 포도의 고장이다. 특히 유기농으로 오랫동안 포도를 키우는 사람... -
초록초록 의령장 나들이, 정겨운 맛 새록새록
한 달에 두 번 오일장을 다니며 사진 찍고 글을 쓴다. 책도 몇 권 냈기에 작가라 부르는 이도 있지만 여전히 낯선 부름이다. 나는 28년째 식품 MD이고 그리 불리는 것이 좋고 익숙하다. 의령 오일장을 가기 전에 경북 의성에 들렀다. 본업인 식품 MD 일로 여름 사과인 산사와 신품종 루비에스를 보기 위함이다. 의령에서 일 보고는 집으로 가는 길에 산청에 들려 여름 배인 한아름 배를 볼 예정으로 길을 떠났다.경남 의령 하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23년 전 거래했던 한과 회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는 그다음이 홍의장군 곽재우다. 한과 업체는 잠깐 거래한 정도지만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미국으로 이민 간 팀원의 추천으로 거래를 진행했던 업체인지라 그런 듯싶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고향이 의령인지라 길 이름, 다리 이름 하나하나에 ‘의병’이 붙어 있다.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의령에서 나는 것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별로 없다. 많이들 아는 ‘망개떡’ ‘국밥’ ‘소바... -
단양마늘-구경 갈래, 오직 너만을 보러
충청북도 단양, 마늘로 시작해서 마늘로 끝나는 동네가 아닌가 싶다. 시장을 가봐도 마늘, 마늘, 마늘만 보였다. 한식에서 마늘은 필수 요소. 그런데도 마늘을 강조하는 음식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태안과 서산, 의성 그리고 단양은 토종 마늘인 한지형 마늘의 대표 산지다. 스페인 원종인 난지형 마늘과는 수확 시기 및 저장 기간이 다르다. 난지형이 조금 빠르고 한지형은 6월 중순 즈음 수확한다. 그것을 알리듯 시장 입구에 내걸린 플래카드도 진짜 단양 마늘은 6월 중순에 수확한다는 내용으로 걸려 있었다.단양 구경시장은 상설시장이다. 관광형 시장으로 사람이 제법 몰리는 곳이다. 더욱이 7말 8초의 휴가 기간이라 시장 다니는 대부분이 관광객이었다. 시장의 기능은 그날그날의 식재료를 사고파는 기능이다. 관광형 시장은 식자재보다는 완성한 음식을 파는 기능이 특화되어 있다. 단양 시장은 1, 6장으로 오일장이 열려도 관광 시장이라 오일장의 잔잔한 재미는 없었다. 여름 과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