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에 ‘달곰함’ 걸렸네

김진영 MD

(117) 충북 보은 오일장

속리산이 품고 있는 보은의 가을은 대추와 함께 물든다. 때마침 만난 대추축제에서 보은군 11개 읍·면에서 생산한 대추를 맛볼 수 있었다.

속리산이 품고 있는 보은의 가을은 대추와 함께 물든다. 때마침 만난 대추축제에서 보은군 11개 읍·면에서 생산한 대추를 맛볼 수 있었다.

10월의 보은군은 달곰한 대추로 시작해 대추로 끝난다. 물론 보은 이외 다른 고장에서도 대추는 난다. 특히 태백산맥이 밑으로 이어진 의성, 청송을 비롯해 국내 최대 생산지 경산까지 대부분 산자락이 높은 동네에서 많이 생산한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판을 지나 달곰한 고장 보은에 다녀왔다.

보은은 소백산맥의 한 자락인 속리산이 품고 있는 동네다. 동쪽으로 상주와 속리산을 나누고 있다. 1000m가 넘는 높은 산은 많지 않더라도 산지가 많은 동네가 여기다. 대추 외에도 호두 또한 많이 생산한다. 가는 날이 마침 대추축제 기간이었다. 축제는 오일장에서 길 하나 건너 있는 보청천 수변과 맷돌공원에서 열렸다. 보은군에는 산외면, 내북면, 회인면, 회남면, 수한면, 삼승면, 탄부면, 마로면, 장안면, 속리산면과 군청이 있는 보은읍이 있다.

구경 삼아 다닌 축제장에서 11개 읍·면에서 생산한 대추를 맛볼 수가 있었다. 지역은 다양한데 나오는 대추는 단일 품종이다. 개량한 품목 중에서 ‘북조’ 품종을 많이 심고 있다. 커다란 품종인 상왕은 품종 이름보다는 ‘사과대추’로 널리 알려졌다. 단일 품종이라도 산의 높이, 아침과 저녁으로 부는 바람과 비치는 햇살에 따라 대추의 맛이 달랐다. 11개 읍·면에서 서너 개 이상 농원이 나왔으니 대추 맛만 보고 다녀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맛을 보다가 가장 달다고 여긴 곳에서 샀다. 많은 사람이 몰린 곳에서 맛을 봤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맛은 당도도 중요하지만 씹는 맛, 단맛을 받치는 새콤함 등 많은 요소가 관여한다. 나와 맞는 맛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11개 읍·면이 대추 단일 품종 생산
높이·바람·햇살 따라 다른 맛
노지 재배 대추는 씹는 맛·향 일품

송이·싸리·표고도 ‘가을의 선물’
갓 아래 주름 많은 자연산 표고
향 좋고 치밀해 씹을수록 고소해

2차선 도로가에 삼삼오오 사고팔고
한나절 시골 장터라도 위험한 풍경
차량 통제 등 보은군청 관심 필요

큰 대추는 왕밤 크기와 얼추 비슷하다.

큰 대추는 왕밤 크기와 얼추 비슷하다.

대추는 지름 크기에 따라 구분해서 팔고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왕밤 크기와 얼추 비슷했다. 가격은 왕밤 이상인 kg당 5만원이었다. 그 이하는 2~3만원 사이였다. 당도는 크기와 관련 없이 거의 비슷했다. 시식했던 것보다 한 치수 큰 것을 샀다. 씨앗이 과일 중심에 있기에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먹기 좋다. 연로하신 어머니와 장모님 드릴 생각이니 드시기 편하게 조금 큰 것으로 골랐다. 보은 대추는 노지 재배와 비가림 재배 두 가지 방식으로 한다. 비가림은 비를 직접 맞지 않도록 시설에서 재배한다. 물관리가 가능해 당도가 좋다. 반면에, 노지는 비가 많으면 당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씹는 맛이 좋고 향이 좋은 장점이 있다.

대추 축제장에는 대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 읍·면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있었다. 대추 전시장보다 규모가 더 있었다. 다양한 농산물 중에서 이맘때 장터에서 꼭 샀던 토종 팥인 예팥을 샀다. 축제장보다 먼저 간 장터에서 토종 팥을 봤으나 한 바퀴 돌고 오니 누가 있던 두 봉지를 홀랑 사가 버려서 입맛만 다신 채 축제장으로 넘어온 차였다. 가을에 토종 팥을 사서 밥에 넣어 먹거나 팥소를 만들어 놓는다. 일반 붉은 팥으로 하는 것보다 팥소를 만들어 놓으면 훨씬 구수함이 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토핑으로 올리거나 잼 대신 팥소를 빵에 바르기도 한다. 돌다 보니 노란 샤인머스켓이 보였다. 익은 녀석은 노랗게 포도색이 변한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샤인머스켓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노랗게 익은 것을 입안에 넣으면 파란 샤인머스켓 서너 개 합친 것보다 달다. 노르스름한 색이어야 익은 샤인머스켓이다. 파란 아오리 사과처럼 안 익은 파란 샤인머스켓을 먹고 있다.

이맘때 만날 수 있는 토종 예팥. 일반 붉은 팥보다 구수하다.

이맘때 만날 수 있는 토종 예팥. 일반 붉은 팥보다 구수하다.

대추를 이용한 떡을 비롯해 빵도 판매하고 있었다. 떡을 맛볼까 하다가 빵을 샀다. 빵 중에서 궁금했던 것이 대추찰빵. 보은 대추를 활용해선 만든 빵이다. 질감은 떡과 빵의 중간 정도.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사용해서 오븐에 구웠다. 쫀득한 식감이 달지 않아 좋다. 보은에서 생산한 대추 가루와 대추채를 넣었다. 다만, 지역의 것이 더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굳이 중국산 당절임 팥이나 강낭콩을 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외국산 밀 대신 우리밀을 사용한다면 보은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빵(boeunbread) (043)542-5004

보은 오일장은 1, 6일이 든 날에 장이 선다. 보은 시내에 있는 결초보은 시장과 전통시장을 지나는 2차선 도로가에서 열린다.

보은 오일장은 1, 6일이 든 날에 장이 선다. 보은 시내에 있는 결초보은 시장과 전통시장을 지나는 2차선 도로가에서 열린다.

보은 오일장은 1, 6일이 든 날에 장이 선다. 보은 시내에 있는 결초보은 시장과 전통시장을 지나는 2차선 도로가에서 열린다. 다른 지역의 시장과 달리 혼란스럽고 차가 지나다녀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보통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교통 통제를 하거나 경찰이나 자원봉사자가 나와 정리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파는 사람이 인도에 있고, 사는 사람은 차도에 있는 이상한 풍경이었다. 한나절 장이 설 때는 차를 통제해도 될 듯한데 보은군청의 세심한 관심이 아쉬웠다. 몇백m 양 길가에 삼삼오오 봇짐을 앞에 두고 장이 섰다. 잠깐이면 끝나는 전형적인 시골 장터였다.

자연산 표고(위 사진)는 원목 표고(아래)보다 갓 아래 주름이 많다.

자연산 표고(위 사진)는 원목 표고(아래)보다 갓 아래 주름이 많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의 중간, 보은장은 버섯 천지였다. 할머니들 앞에는 갓이 핀 것부터 갓이 피지 않은 선물용까지 다채로운 송이버섯이 놓여 있었다. 보은을 품고 있는 속리산의 선물이었다. 가격은 대략 500g에 12만~15만원 정도였다. 송이보다는 사람들은 주로 손질한 싸리버섯을 구매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갓이 활짝 핀 자연산 표고가 보였다. 크기가 제각각이어도 향은 좋았다. 가격은 작은 바구니에 1만5000원. 오일장 끄트머리에는 원목 표고를 팔고 있기에 사서 재배와 원목을 비교해봤다. 자연산 표고는 갓 아래에 주름이 많았다. 원목과 비교해 향이 좋고 조금 더 치밀했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있었다. 원목 재배는 자연산과 비교해 약간 식감이 부드러운 것을 빼고는 큰 차이가 없었다. 둘 다 씹을수록 우러나는 향은 일품이었다. 자연산이든 원목이든 표고는 참기름을 멀리해야 제 향을 느낄 수가 있다. 소고기와 버섯으로만 볶을 때 다른 양념 대신 소금만 툭툭 쳐서 볶아도 천하일미가 된다. 제철 재료가 스스로 셰프가 되기에 사람은 약간의 손만 가하면 된다.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참맛이다.

노란색으로 잘 익은 샤인머스켓은 파란 것보다 서너 배 달다.

노란색으로 잘 익은 샤인머스켓은 파란 것보다 서너 배 달다.

오일장에는 더덕과 도라지 파는 곳에 사람이 모였다. 뜨거운 여름을 땅속에서 보낸 더덕과 도라지가 단풍 드는 가을에 제맛을 낸다. 더덕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겉이 흑갈색인 것과 붉은빛 돌면서 통통한 것이 있다. 팔고 있는 것은 길쭉한 형태의 갈색 종이었다. 시내에서 냉면을 먹을까 찾은 식당은 겨울철 휴식기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내년 4월에 다시 연다는 안내만 반겼다. 장터에서 더덕 본 김에, 때도 가을이니 더덕구이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잘 찾지 않는 더덕이지만 때가 때인 만큼 가을에 한 번쯤은 먹어야 한다.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쌉싸름한 더덕 맛을 생각하면서 불고기를 주문했다. 기대와 달리 더덕 불고기의 더덕은 모양만 더덕이었다. 쌉싸름함이 희미했다. 더덕을 먹는 이유가 씹는 맛도 있지만 특유의 쌉싸름함 또한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셰프가 더덕이나 도라지의 쓴맛을 제거하는 방법을 문의했었다. 문의에 대한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쓴맛을 제거하면 더덕이나 도라지를 무슨 맛으로 먹을까?” 더덕 쓴맛은 뜨거운 물에 데치고 찬물에 이어 소금물에서 잠시 두면 제거된다고 한다. 쓴맛을 제거한 더덕을 왜 먹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더덕 향과 맛에 대한 갈증만 키운 식사였다. 더덕과 도라지는 쓴맛과 진한 향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쓴맛을 제거한 더덕이 더덕인가 싶었다. 쓴맛 제거하는 법을 검색하면 비슷한 내용의 레시피가 나온다. 이런 레시피가 음식 문화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본연의 맛을 점차 잃어가고 그 자리를 설탕과 MSG가 메꾸는 듯싶다.

속리산이 내준 표고는 향기로웠고, 속리산이 키운 대추는 달곰했다. 다만, 다녔던 전국 오일장 중에서 한적한 편에 속하면서 가장 위험했던 장터여서 아쉬움이 컸던 시장이었다. 보은군의 관심이 필요해 보였다.

▶ 김진영

[지극히 味적인 시장]대추나무에 ‘달곰함’ 걸렸네

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8년차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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