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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과자 뜯어서, 토핑 올리면, 먹을 준비 끝!
    과자 뜯어서, 토핑 올리면, 먹을 준비 끝!

    “아,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늘 내가 가장 열심히 한 일이 ‘귀찮아서 다리조차 안 떠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스크롤 내리는 것도 번거로우니까 알아서 화면이 내려가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제일 열심히 하게 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캠핑 와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면 귀찮게 캠핑은 왜 가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에 있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주중에 바쁘다고 미룬 다림질 거리도 나를 부르고 냉장고 안도 엉망진창이고 읽어야 할 책도 산더미다. 그래서 이 모든 자잘한 일거리를 과감히 뒤로하고 집을 떠나는 것, 그게 바로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실천이다. 한없이 게으른 캠핑에 도전, 시작!푸짐한 음식과 화려한 세팅이 필요한 맥시멀 캠핑만 준비가 필요한 건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캠핑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나름 준비가 필요하다. 캠핑은 반나절...

    2025.06.07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3가지만 기억하면 스테이크 노 미스테이크
    3가지만 기억하면 스테이크 노 미스테이크

    삼겹살 회식에서 가장 앉기 좋은 자리는 고기 집게를 전담해서 모든 고기를 직접 굽는 사람 옆자리다. 음식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할 때 그런 선배가 있었다. 핏덩어리 같은 후배가 집게를 들었다가 실패한 고기를 먹는 것이 싫어 “너희는 가만히 있으라”고 일갈하고 집게를 사수하는 선배였다. 고기 잘 굽는 법에 대해 잔소리만 늘어놓는 입만 산 사람들보다 얼마나 훌륭한 인간성인지!캠핑장에서도 주변 사이트를 둘러보면 불 앞에 서서 고기를 굽는 사람 중에서 특히 자세부터 자신감이 묻어나는 경우가 있다. 완벽하게 고기를 구워서 가족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식사를 책임진다는 자신감을 가져 마땅하다. 날것의 불을 절묘하게 조절하면서 타지도 않고 덜 익지도 않게 수인분의 고기를 구워내는 건 그 자체로 재주이자 권력이다.그야 당연히, 고기 굽기는 테크닉이니까! 무엇보다 집게를 든 사람의 실력이 좋으면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종류도 달라진다. 그 사실은 요리학교에 들...

    2025.05.24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좋아하는 것을 양껏 ‘어른이’의 특권
    좋아하는 것을 양껏 ‘어른이’의 특권

    심장 뛰는 치즈·초장·조개의 조합식당서 먹을 때마다 감질나던 양캠핑장서 50개나 구워 먹으니마음이 치유된 느낌가끔은 균형을 깨고기울어진 행복 맛보는 것도 필요포레스트 검프는 말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고. 그도 맞는 말이지. 하지만 어딘가 한 부분이 결코 철들지 않는 나는 항상 반항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필 초콜릿만 가득한 상자를 갖고 싶은데, 하고.편의점 대신 작은 동네 슈퍼마켓이 가득했던 시절에는 가게마다 다른 구성으로 판매하는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있었다. 그냥 평범한 종이상자에 포장지를 둘렀을 뿐이지만 그때는 함부로 갖고 싶다고 바라서도 안 될 것 같아서 사달라고 조르지도 못했다. 하루에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과자를 상자 가득 가질 수 있다니? 가끔 집에 놀러 온 손님이 이 종합선물세트를 주면 한동안은 과자 축제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그때는 이름을 아는 과자도 많...

    2025.05.10 12: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피크닉처럼 떠나 캠핑처럼 먹는다
    피크닉처럼 떠나 캠핑처럼 먹는다

    알고보니 나, ‘캠세권’ 주민…서울 한복판 중랑캠핑숲으로 당일치기미리 믹서기에 갈아둔 반죽 들고…피크닉에선 못하는 ‘요리’ 도전팬에 붓고 잘 접으면 ‘완성’…각종 과일·누텔라 곁들여도 좋아나는 몰랐다, 내가 ‘캠세권’에 살고 있다는 걸. 캠핑하러 다니지 않을 때는 찾아보지 않아서 몰랐고, 캠핑을 시작한 이후로는 도심과 캠핑은 공존할 수 없는 단어인 줄로만 알아서 도시 경계선을 넘어선 곳의 캠핑장만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마감을 쳐내는 주중의 나와 ‘일상탈출’을 꿈꾸는 주말 캠핑의 나를 완전히 구분하고 있던 것도 한몫했다. 여유는 평소의 삶을 떠나야만 가능한 것, 주중은 실수가 없도록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시간. 이러면 이제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일할 때와 놀 때의 괴리감만 심해진다.캠핑과 피크닉 사이 어딘가‘놀고 싶다! 출근하기 싫다!’ 문제는 아무리 캠핑이 그리워도 매주 주말마다 시간을 내는 것이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2025.04.26 06: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태국의 맛 담은 진정한 매콤새콤 신라면
    태국의 맛 담은 진정한 매콤새콤 신라면

    어린 시절 라면을 끓일 때면 계량컵을 꺼냈다. 그게 라면이라는 경이로운 세계를 대하는 내 나름의 자세였다. 왜 맛있지? 내가 뭘 했지? 어떻게 물만 끓이면 5분 만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이 되지? 요리를 못하는 사람을 보고 라면도 못 끓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라면을 못 끓이지? 어쩌면 한 치의 어긋남이라도 있으면 망하는 것일지도 몰라. 나중에 알고 보니 망하지 않으려면 정확히 내가 한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시키는 대로 끓이기.하지만 뭐든지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라면 회사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당시 내 마음은 라면에 대한 경이를 넘어 두려움에 가까웠다. 난 이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이제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끓여야 하는 라면이 두 개를 넘어가면 혼란에 빠진다. 그 해결책은 봉지에 적혀 있지 않으니까.두 개를 끓이면 물은 두 배? 그런데 그렇게 끓이면 라면이 한강물이...

    2025.04.12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캠핑장에서 만두? 빚어볼 만두하군!
    캠핑장에서 만두? 빚어볼 만두하군!

    내 고향은 부산, 그중에서도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해운대다. 정작 여기에 살 때는 사시사철 사람이 많다고 잘 나가지 않았는데 고향을 떠나고 나니 바닷가와 특히 동백섬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동백이 피어나는 삼사월이 되면 부산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청량리와 부산을 잇는 KTX이음이 해운대에 정차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그것만 뚫리면 밥 먹듯이 주말마다 내려가리라.여기서 고향 이야기를 한 것은 살면서 한 번도 만두를 빚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을 만들기 위함이다. 부산에서 만두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보통 중부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명절에 만두를 빚고 떡만둣국이나 만둣국을 먹는다. 잘게 다진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음식은 따뜻한 기후에서 잘 상하니까. 부산이 얼마나 따뜻한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20년간 부산에 살면서 자연산 고드름은 동요로만 접했고, 눈 내리는 것은 두 번 봤는데 그중 한 번은 적설량 2㎝에 ...

    2025.03.29 06: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맥모닝? 캠모닝!
    맥모닝? 캠모닝!

    빵을 좋아한다. 솔직히 누가 안 그렇겠냐 싶지만, 아무튼 빵을 좋아한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너무 좋아해서 직접 빵을 굽는 것도 좋아하고 빵 굽기를 준비하는 시간도 좋아한다. 바게트를 먹고 반해서 바게트를 찾아다니다 바게트를 구우려고 노력하는 책을 썼을 정도다. 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좋은 점은 체력이 생겨서 기계 없이 끝까지 손으로 빵 반죽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근력이 생기고 칼로리를 소모한 만큼 빵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언제나 어떤 빵이든 검색하고 있어서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들어가면 알고리즘의 혜택으로 오븐에서 기적처럼 부풀어 오르는 빵 반죽을 찍어 올린 영상을 볼 수 있다. 갓 구운 빵이 탄생하는 순간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요만하던’ 반죽이 ‘이따만하게’ 부푸는 풍요 그 자체인 모습, 노릇하게 익은 크러스트의 향기와 촉촉하고 따끈한 속살. 본디 다시 실온으로 식을 때까지...

    2025.03.15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귀찮음 넘어야 향긋한 ’쉼’
    귀찮음 넘어야 향긋한 ’쉼’

    커피를 좋아한다. 마감을 하나 넘기면 또 새로운 마감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상 속에서 커피는 보통 각성제이자 동료다. 부족한 수면에 멍해지는 뒷머리를 탕탕 두들겨 깨우듯이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쥐고 들이켜면 실제 신체에 찾아오는 효과와는 상관없이 출근 준비가 끝난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부터 업무 시작!실제 효과와는 상관이 없는 이유는 딱히 커피를 마신다고 잠을 설치는 체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주변 사람들이 카페인 민감성을 호소하며 열두 시가 지나면 디카페인을 찾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가는데도 커피를 마신다고 잠이 깨지는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셔도 수면의 질은 랜덤이다. 말하자면 커피를 마신다고 정신이 멀쩡해지지도 않고, 커피를 안 마셨다고 잘 자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사실 내가 일을 할 때 책상에 커피를 올려두는 것은 토템을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컴퓨터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성황이다. 커피님, 끝내주는 원고를 쓸 ...

    2025.03.01 15: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침이 꼴깍 넘어가도 똑딱똑딱 조금만 더 기다려봐
    침이 꼴깍 넘어가도 똑딱똑딱 조금만 더 기다려봐

    새우·버섯·굴·문어·관자원하는 식재료 맘껏 골라 올리브유에 ‘보글보글’마늘향 잘 배게 하려면 최소 30분 따뜻하게 가열온도 천천히 오르내리는 두꺼운 무쇠팬 쓰면 좋아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완급 조절이다. 달려야 할 때 달리고, 걸어야 할 때 걷는 것이다. 젊을 때는 의욕이 넘치지만 요령은 없어서 지금 돌아보면 한없이 뛸 준비만 되어 있었다. 지금인가? 싶으면 전력으로 질주하고, 아닌가? 싶으면 급브레이크를 걸듯이 멈추고 고민하며 그 자리를 맴돌았다. 마치 섬세한 기어 조절이 되지 않는 폭주기관차와 같았다고나 할까.당시에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돌이켜보면 이것 때문이다. 신속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기다리고 여러 번 검토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 생각에는 그냥 착착 진행하면 될 것 같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따져봐야 하는 절차가 많을 때도 있다.그때는 몰랐다. 무조건...

    2025.02.15 15: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식빵 + 떡 ≠뭐냐고? =  맛있다!
    식빵 + 떡 ≠뭐냐고? = 맛있다!

    두 장의 식빵 사이에 인절미를 채운 뒤 포개어 노릇하게 굽는다.여기에 콩가루, 꿀, 아몬드 플레이크를 뿌리면 카페 못지않은 ‘인절미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마감을 앞두고 마주하는 텅 빈 워드 파일은 아찔함과 막막함을 느끼게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만의 필드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에서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생각을 글자와 문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지금이야 모든 글을 거의 키보드로 쓰기 때문에 워드라는 프로그램명을 쓰지만, 원래 흔히 쓰이는 관용어구는 ‘○○의 캔버스’다.다재다능한 범용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창의성이든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를 누군가를 위한 캔버스라고 부른다. 요리사의 영역에서 예시로 들 수 있는 요소는 닭고기다. 염지해서 튀기면 프라이드 치킨, 대파와 함께 푹 고면 닭곰탕, 토막 내 간장 양념에 졸이면 찜닭. 중국에는 간장과 술, 참기름을 한 컵씩 넣어 만든다...

    2025.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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