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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태웠다고 애태우지 말아요…달큼한 불맛 타오르는 중이니
캠핑의 꽃은 불꽃이다. 어스름이 지는 저녁 무렵, 자연스럽게 둘러앉은 모두를 사색에 잠기게 하는 ‘불멍’의 대명사 장작불. 천천히 달아올라 끝까지 숨은 열기를 품고 있는 숯불. 비 오는 날 물먹은 장작을 만나면 다이얼만 돌리면 켜지는 가스 불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환기할 걱정 없이 탁 트인 곳에서 날것의 불을 피우는 것에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음식을 요리할 수도 있고 주변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수도 있는 열기, 활활 일렁이는 자연의 힘을 만들어내고 통제하고 있다는 희열이다.나무만이 가진 맛가끔 생각한다. 나에게 언제든지 불을 피울 수 있는 바비큐 키친이 있었다면 캠핑을 다녔을까? 산과 바다의 품속에 가까이 안겨 있다는 싱그러움, 집이 아닌 곳에서 누울 자리를 만드는 자유로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일상 탈출의 즐거움은 모두 캠핑을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지만 역시 집에서는 만들 수 없고 먹기 힘든 음식을 마음... -
바삭바삭 입안에서 봄이 부서진다
제일 먼저 가졌던 나만의 부엌은 고시원의 공용 공간이었다. ‘공용’이지만 나만의 부엌으로 꼽는 것은 집에서 독립한 후 혼자 장을 보고 식단 구성을 생각하며 밥을 해 먹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쓰는 부엌이 갖고 싶기도 하고, 화구도 두 개 이상이면 좋겠고, 공간도 넓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먹을 음식을 직접 계획해서 만드는 것 자체는 즐거운 일이었다.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3구 화구에 넉넉한 조리 공간과 냉장고, 우리 가족만 쓰는 부엌까지 그 모든 소원을 다 이뤘다. 물론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그럼에도 바라는 바는 항상 생긴다. 오븐을 갖추니 이번에는 브로일러도 있으면 좋겠고, 환기도 더 잘되고 화력도 더 좋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거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부엌이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캠핑이다.캠핑에서 무언가를 요리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집에는 있지만 밖에는 없는 것’을 떠올리며 불편하고 부족한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팥양갱 도넛 ~
내가 진짜 손만 뻗으면 뭐든지 있는 세상에서 살아왔구나. 캠핑을 떠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전구 하나가 나가도 금방 대형마트에서 사 올 수 있고, 저녁 느지막이 다음날 학교 준비물을 알게 되어도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을 때도 있다.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도 배달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 와중에 가끔 새벽배송 주문 타이밍을 놓쳐서 물건이 한두 개라도 품절되면 그게 얼마나 불편하게 느껴지는지.그러다 캠핑을 처음 떠나면 ‘내가 가져오지 않은 물건은 없는 채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짐을 싸도 가면 없는 물건이 있고, 두고 온 것이 있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떨어지는 것이 있다. 저번 캠핑에는 달걀을 깜박해서 팬케이크를 부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10개씩 챙겼더니 정작 수건을 두고 오는 식이다. 이런 걸 여러 번 반복하면 캠핑장 매점에서 어디까지 조달할 수 있고 어떤 물건은 없으면 큰일 나는지 대충 알 수 있게 된다. 물... -
후식임을 거부합니다, 이 한 술의 '행볶'
저녁 무렵 캠핑장을 거닐면 인류가 처음 불을 발견했을 때 어떠했을지를 상상할 수 있다. 대다수가 제때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서 장작이며 숯에 불을 붙이고, 익혀 먹을 고기를 준비하고 채소를 씻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어제 막 불을 손에 넣은 사람들처럼 여기다 뭘 구우면 맛있을지 신이 나고, 아는 맛은 알아서 즐겁고 모르는 맛은 궁금해서 들뜬다. 아마 초대 인류도 그랬겠지. 이 고기를 익히면 어떤 맛이 날까? 저 채소를 구우면 어떤 질감이 될까? 미지의 맛있는 세계를 손에 넣은 기분이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커스터마이즈 캠핑 바비큐한때 회식의 대명사이자 이제는 ‘코리안 바비큐’로 해외까지 진출한 통칭 ‘고깃집’은 기본 구성이 비슷하다. 대체로 동물성 단백질인 메인 식재료, 그에 곁들이는 함께 익히는 채소와 생으로 먹는 채소, 양념, 후식으로 이어지는 밥과 면과 찌개다. 이렇게 단출한 구성일수록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면 그 변형도 화려해진다. 첫 회식의 ... -
(5)캠핑장의 ‘최애’ 아침 메뉴 프렌치토스트
하루 중 캠핑장에서 꼭 맞이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아침이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주중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이 든다.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서면 느껴지는 아침 공기, 이름이 궁금한 새 소리. 마치 평생 여기서 살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하루를 시작하는 캠핑의 아침.새로운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법사실 캠핑을 떠나는 당일에는 워낙 할 일이 많다. 가져갈 짐을 싸서 차에 싣고, 주중에 내내 혼자 있던 캠핑카로 이동해서 짐을 옮긴 후 부품을 갈아 끼우듯이 캠핑카를 주차했던 자리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캠핑장에 도착한 후에는 캠핑 장비를 세팅해야 한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캠핑 의자에 길게 기대앉기 전까지는 영 긴장을 풀기가 어렵다. 그러니 아무래도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쉬는 사람’이 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캠핑을 떠날 때면 캠핑장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하루라도 늘리고 싶다. 여기서 문제... -
마시멜로·초콜릿 끼운 마초쿠키 불멍하다 혀끝도 사르르~
스모어에 처음으로 로망을 가진 것은 만화 스누피의 한 일러스트를 봤을 때였다. 야영을 떠난 스누피와 우드스톡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리저리 꺾어진 나뭇가지에 마시멜로를 꽂아서 굽는 모습이었다. 구름을 끼운 것처럼 하얗고 동글동글한 덩어리를 숲속에서 주운 나뭇가지에 꽂아 타오르는 불꽃에 굽는다니? 물론 실제로는 아무 나뭇가지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독성이 있는 식물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아무튼 이렇게 구운 마시멜로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서양에서는 기본적으로 스모어를 만들어 먹는다. 구운 마시멜로와 초콜릿, 통밀 크래커의 조합을 스모어라고 하는데, 스모어란 S’MORE, 즉 자꾸 더(more) 달라고 할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장작불에 살살 구워서 뜨끈하게 살짝 부풀어 올라 찐득하게 늘어나는 마시멜로를 초콜릿과 함께 통밀 크래커에 끼우면 마시멜로의 열기가 초콜릿을 녹이면서 단맛이 두 배로 늘어난 디저트가 완성된다. 미국의 여름 캠프를 ... -
그릇·냄비·술잔…너 ‘하나’로 충분해
캠핑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들어볼 일이 없지만, 캠핑을 시작하면 누구나 하나쯤은 사게 되는 물건이 있다. 아니, 사실 하나에서 멈추지 못한다. 아침이면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고, 점심에는 밥그릇이자 국그릇으로 쓰고, 쌈장과 마늘이며 고추를 담아 차리는 미니볼에 소주잔과 막걸리잔 역할까지 하기에 결국 크기별로 마련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하게 사랑받는 이 캠핑용품은 바로 위쪽은 넓고 아래쪽은 좁은 사발 형태의 ‘시에라 컵’이다.아웃도어 식기의 대명사시에라 클럽 컵 혹은 애팔래치아 마운틴 컵이라고도 불리는 시에라 컵은 아웃도어 캠핑용 식기의 대표주자다. 이름은 미국의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의 이름을 땄는데, 여기서는 애팔래치아 마운틴 컵이 원형이며 야생에서 시냇물을 쉽게 떠올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시에라 클럽의 설립자이자 자연보호주의자 존 뮤어가 이 초기 형태의 컵과 차 한 잔, 빵 한 덩어리, 책 한 권만 가지고 광야를 여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
달달·쌉쌀·향긋, 취향 녹인 한 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크게 느껴졌던 음식이 바로 핫초콜릿이다. 당시 집에서 가끔 특식처럼 마실 수 있었던 초콜릿 음료는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풀어 마시는 코코아였다. 그 또한 달콤해서 좋아했지만 어린 마음에도 ‘따뜻한 마시는 초콜릿’에 기대하는 맛은 아니었기에 의아했다. 그냥 우유에 초콜릿을 넣고 좀 흔들었다 뺀 것 같은 맛? 나는 입술에 코팅이 될 정도로 진한 초콜릿 그 자체를 마시고 싶은데. 하지만 아마 부모님도 정통 핫초콜릿은 먹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핫초콜릿은 가루를 타서 만드는 코코아와 달리 초콜릿을 바로 녹여서 만든다. 마치 초콜릿 분수에서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초콜릿처럼 진갈색 그대로 걸쭉하고 진한 액상이 되어야 한다. 아주 먼 옛날, 강장 효과를 위해 씁쓸한 원형 그대로의 카카오를 갈아 마시던 아즈텍인처럼 날것의 겨울바람에 노출되어 온기와 원기 보충이 필요한 캠퍼에게 제격인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핫초콜... -
불장난으로 ‘뚝딱’···이 달콤함, 장난 아니다
캠핑을 떠나는 주가 되면 제일 먼저 어떤 불을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에 맞춰서 메뉴를 구성하고 원료를 준비해야 하니까. 화목난로를 설치하고 불멍을 할 예정이라면 캠핑장에 가서 장작을 사면 되고, 숯불을 피워 바비큐를 하고 싶다면 인터넷이나 캠핑용품 전문점에서 어떤 숯을 사용할지 고르고 주문해 가져간다. 캠핑장에서 판매하는 숯이 마음에 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사람의 마음에 열정의 불을 댕기는 열원은 단연 장작이다. 켜고 끄는 것이 간편한 부탄가스는 내 노력의 여하에 따라 요리를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덜하지만, 반면 장작은 바로 ‘하이 리스크’다운 부분이 도시인의 낭만에 날아와 꽂히는 것이다.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세미’ 야생적인 요리 환경에 나를 던져 놓고 진정한 요리 실력을 테스트하는 기회라고나 할까? 비록 내 본체는 새벽 배송이 난무하는 도시에 안주하는 허약한 현대인이지만, 통제된 야생 속에서 마치 자연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