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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왜, 대놓고 이를 쑤실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친구 녀석이 이쑤시개로 이를 쑤신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라 슬쩍 눈치를 주자, 겸연쩍어하며 한마디 한다. “왜 주윤발 같아? 영웅본색?”나이가 들면 아무 데서나 이를 쑤시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유가 뭘까? 치아 틈새가 넓어져서이다. 잇몸이 약해지며 위축돼 잇몸과 치아가 만나는 곳의 공간이 늘어난다. 여기에 음식물이 끼면 영 불편하다. 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이 몰아닥친다. 당장이라도 이를 쑤시거나 양치를 해서 해결하고 싶어진다. 잇몸의 염증이 만성화되면 치간이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잇몸을 잘 관리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벌어진 경우라면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아에 끼인 음식물 찌꺼기가 균을 증식시켜 구강 상태를 악화시키며 심지어 충치균은 심장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대놓고 이를 쑤시는 또 다른 이유는 주변을 의식하지 못해서이다. 심리적인 시각이 협소해져서 외부에서 주는 자극... -
늙으면 왜,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을까?
가끔 면도하다 피부가 베인다. 나이가 들수록 잦아지니, 머리가 내리는 명령을 몸이 잘못 알아듣는 것이 분명해졌다. 더 서글퍼지는 것은, 도무지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것이다. 젊을 때는 하루이틀이면 아물었던 상처가 일주일이 넘도록 발적과 통증이 그대로다. 늙으면 왜, 상처가 덧나기 쉽고 오래갈까? 이길주 피부과의원 원장에 의하면, 노화된 피부가 잘 아물지 않는 이유는 복잡하다고 한다. 상처가 난 후에 생기는 염증반응이 길어져서 피부 증식이 늦어지고,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조직 손상이 늘어나고, 미세혈액순환이 부족해서 세포 괴사가 연장되기 때문이다. 상처는 만성화되고, 이차적인 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흉터도 더 심해질 수 있다.피부의 노화는 안팎으로 생기는 변화가 원인이다. 불가피한 내적인 생화학적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외적인 변화는 막아볼 수 있다.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면, 조금이나마 피부의 노... -
늙으면 왜, 잘 먹어도 살이 빠질까?
“우리 아저씨는 잘 자시는데, 이상하게 살이 빠져요. 운동요? 온종일 TV만 봐요.”할아버지가 점점 마르는 걸 보고 주변 사람들이 굶기는 줄 알겠다며 속상해하신다. 체중 감량의 원인은, 그럴 만한 다른 질병이 없으니 운동 부족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근육은 30세를 전후해서 감소하기 시작해서, 60세부터는 매년 약 3%씩 줄어든다. 근육이 많이 줄어들면 행동이 둔해져서 넘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삶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합병증이라도 생기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당뇨와 같은 질병에 걸리기도 쉽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허벅지 둘레가 1cm 줄어들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남성은 8.3%, 여성은 9.6%씩 증가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뇌건강과도 연관이 깊다.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치매의 원인인 인지기능저하와도 연관이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은 근력이 더 강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인지 능력이 평균 18%... -
늙으면 왜, ‘시간의 왜곡’이 일어날까?
새해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월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의 흐름이 바뀐다. 하루는 참 지루해서 느리게 지나가고, 1년은 언제 가는지 모르게 휙 하고 흘러가 버린다.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던데, 왜 이렇게 느껴질까?하루가 긴 이유는 어렵지 않다. 지루해서이다. 젊은 적에는 할 일도 많고, 관심 가는 일이 많았으나, 나이가 들면 일상의 영역에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안정되어 좋기도 하지만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다.반면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열 살에게 1년은 인생의 10분의 1지만, 60세가 되면 고작 60분의 1이 되니 시간이 빨리 간다는 시간의 상대성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또 나이가 들면 생체리듬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뇌 기능과 도파민 분비가 저하되기 때문이라는 생물학적 가설도 있다. 심리적으로 사회적 불안이나 기억력 저하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시간의 왜곡’... -
늙으면 왜, 눈물이 많아질까?
눈물은 나름의 역할이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생존을 위한 보호의 역할을 한다. 슬픔, 두려움, 그리고 아픔 등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해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보호 심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눈물이 정서 변화의 신체적 징표만은 아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눈물 한 방울로 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인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의학적 팩트다. 눈물은 눈 건강과 시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이물질이나 균을 씻어 내고, 건조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나이가 들면 눈물이 너무 많아져 귀찮고 불편해지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사회적 상황이 원인일 수 있다. 울분이 넘쳐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나 할까. 신체적으로는 눈에 생긴 문제가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중앙안과 이재빈 안과전문의는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안구 건조와 눈물관 이상 때문”이라고 한다. 노화에 따라 눈이 쉽게 건조해지는데, 건조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
늙으면 왜, 허리가 구부정해질까?
여든이 넘은 아버지는 친구들 사이에 베스트드레서로 소문난 멋쟁이다. 체형이 좋아서 특히나 슈트핏이 멋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뒷모습을 마주하면 서글퍼진다. 어깨가 처지고 허리도 구부정해져서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세월의 무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구부정한 자세는 골밀도 감소와 근손실이 주된 원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구자성 원장에 따르면 이는 나이가 들면서 몸을 바르게 세워주는 척추의 전방부가 주저앉는 동시에, 근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척추는 앞으로 기울어지는 데다 이를 지탱해줄 코어근육마저 약해지니 체형은 구부정해지고 키마저 줄어든다.이미 바뀐 체형은 바로잡기 어렵다. 골다공증이 심해지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더 이상 체형이 틀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칼슘이 풍부한 식사와 함께 골관절에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체력과 운동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벼운 산책도 좋다.이제 봄이다. 따사로운 햇볕... -
늙으면 왜, 목욕탕에서 배를 ‘탕탕탕’ 두드릴까?
‘탕탕탕.’ 고요한 목욕탕의 정적을 깨는 찰진 타격음에 깜짝 놀랐다. 폭발음을 추적해보니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자신의 배를 두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밀폐된 좁은 장소인지라, 소음은 고막을 때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신 배를 두들겨댄다. 이미 뱃가죽은 뺨 맞은 볼처럼 붉게 물들었다.왜 배를 두드릴까? 고릴라는 가슴팍을 쳐서 내는 소리로 다른 동물들을 위협한다는데, 벌거벗고 있는 목욕탕에서 누굴 위협하려는 목적은 아닐 텐데. 비의학적인 의견이지만, 내장기관이 좋아진다거나 변비에 특효라고들 하기도 한다. 심지어 뱃살을 빼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자기학대적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또는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성격적으로 비뚤어진 자기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무슨 목적이라도 상관없다.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똥물을 먹어도 상관할 일이 아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
늙으면 왜, 자꾸 ‘깜빡깜빡’ 건망증이 심해질까
“휴대폰을 냉장고에서 찾았어요. 남들 얘기가 그저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내가… 치매면 어떻게 하죠?”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냈는데, 그 뒤로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단다. 다행히 몇 분 후에 기억이 나 찾을 수 있었지만, 70이 넘으니 치매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어 병원을 찾으셨다. 할머님의 진단은 노인성 우울증. 기억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진짜 치매가 아니라서 오래전에는 ‘가성치매’로, 최근에는 ‘가역적 치매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치료가 제법 잘되는 가벼운 병으로 인식되던 노인성 우울증이 최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인 자살률이 연령대별 통계에서 제일 높을뿐더러, 진짜 치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우울증은 기억력 손상이 없는 우울증에 비해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 물론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는 치매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으며 정기적인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가능하다.문제는 전통적 사... -
늙으면 왜, “취직 언제해” 잔소리, 명절에 심해질까?
“결혼은 언제 하니?” “취직은 하고?” “살 좀 빼지 그래!”쓸데없는 잔소리로 젊은 사람들 가슴은 멍들어간다. 명절은 ‘때를 지켜 즐기는 날’이라는데, 때를 지키기는커녕 틈만 나면 도망갈 궁리만 한다. 심지어 ‘스트레스’나 ‘증후군’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붙여 부르기도 하는, 이 즐겁지 않은 명절 현상은 누구의 잘못일까.모든 노인이 잔소리쟁이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젊은 사람을 괴롭힐 의도는 없다. 그들의 상황이 안타까워서, 아끼는 마음에, 다 잘되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격려는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고된 세상사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든데, 집안 어른의 공격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명절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나이가 들면서 관계의 중심이 주변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되니 말이다. 문제는 상대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 -
늙으면 왜, 사레가 잘 들릴까요?
“(콜록콜록) 기침 아니에요. 사레, 사레!” 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던 시절, 때가 때인 만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한 어르신은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기침을 한다고 모두 코로나19나 감기 같은 상기도 감염의 증상은 아니다. 보통 숨을 쉴 때는 기도가 열려있지만, 음식물을 삼킬 때는 후두덮개가 기도를 막는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기도로 음식물이 흡인(吸引)되어 사레가 들려 기침을 유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사레들림이 잦아지는 이유는 뇌 신경의 반응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모터에 전달되어 문이 열리거나 닫혀야 하는데, 오래된 부품 때문에 신호 전달이 늦어지면 문을 빨리 여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사레들림은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음식물이 폐에 염증을 일으켜 흡인성 폐렴과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고, 자칫 이물질이 기도를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