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진우 부창부수 ‘마운드 해피송’

송진우와 부인 정해은씨가 지난 13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식당 개마고원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송진우와 부인 정해은씨가 지난 13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식당 개마고원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비결이 뭐 있나요. 다른 생각 안하고 운동만 열심히 했을 뿐이지. 보약요? 지난 겨울에 개구리를 몇마리 먹어보기는 했는데 그것도 하다가 말았어요. 밥도 한끼에 한 공기 이상 안 먹고, 술은 가끔 마시는 편이고…. 아, 담배는 입에 대본 적이 없네요.”(송진우)

“워낙 스스로 알아서 하는 사람이라 집에서 특별히 해주는 게 없어요. 1992년 결혼하고 나서 지금껏 밤 12시를 넘겨 집에 들어온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야구 쉬는 날에는 골프나 낚시를 하고, 몇년 전부터는 스타크래프트에 재미를 붙여서 골치예요.”(부인 정해은씨)

분명히 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날마다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프로세계에서 17년씩이나 버티고 있는데…. 그것도 근근이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혹을 앞둔 나이에 막내동생뻘인 상대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대투수’에게 특별한 비결이 없을 리가 없다고.

지난 13일 대전에서 만난 송진우(39·한화)는 기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마치 대학입시가 끝난 뒤 수석입학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사실 그것이 운동선수에게는 정답이다. 송진우는 프로야구선수의 ‘교과서’나 다름없다.

89년 프로입단 후 야구 이외의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없다. 97, 98년 두 시즌 동안 6승에 그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시즌 꾸준한 성적을 올렸고 99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연봉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2002년 다시 FA 기회를 얻었지만 가장 빨리 원소속팀과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줄다리기를 한다고 해서, 다른 팀으로 옮긴다고 해서 얼마나 더 받겠어요. 빨리 계약 끝내고 운동하는 게 낫죠.”

부인 정해은씨(36)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돈이야 많이 벌수록 좋겠지만 다른 것도 생각해야죠. 진우씨가 욕심내고 그랬다면 지금처럼 팬들한테 존경받고 살 수는 없었겠죠. 그래서 2000년에 ‘선수협’ 한다고 나섰을 때도 말리지 않았어요.” 이쯤되면 영락없는 부창부수(夫唱婦隨)다.

송진우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사소한 집안일에는 신경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총각시절에는 어머니가 뒷바라지했고 결혼 이후에는 부인이 모든 것을 맡았다.

그래도 부인 정씨는 남편을 치켜세웠다. “경기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안시켜요. 아이들도 제몫이죠. 진우씨가 ‘선수생활 하는 동안에는 이해해 달라’고 처음부터 양해를 구했거든요. 그래도 남편으로는 90점 이상이에요. 모든 면에서 믿을 수 있거든요.”

이런 송진우가 지난달부터 야구말고 다른 일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부인 정씨가 대전에 연 고깃집 ‘개마고원’. 정씨는 “혹시나 하고 말을 꺼냈는데 순순히 허락을 하더라고요. 아마도 은퇴할 때가 다가오니까 노후가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에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송진우는 부담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혹시나 부업을 하다가 성적 나빠졌다는 소리 나올까봐….”

다행히 식당을 개업하고 나서 되레 성적은 올라갔다. 지난 8일엔 최고령 완봉승을 거뒀고, 14일에는 시즌 10승째를 채우며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11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송진우는 운동장으로 차를 몰았다. “경기는 안해도 연습은 해야죠.”

〈대전|글 홍진수·사진 박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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