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 1점대’ 페디, NC의 ‘가을야구 꿈’ 이뤄줄까

김하진 기자
NC 선발 투수 페디가 7월 5일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NC 선발 투수 페디가 7월 5일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간경향] 2023시즌 전반기 가장 활약한 외인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일 것이다. 페디는 전반기 15경기에서 12승 2패 평균자책 1.71을 기록했다. 리그 투수 중 기록 대부분에서 선두권을 휩쓸었다.

평균자책 1위, 다승 1위, 피안타율 1위(0.207), 승률 2위(0.857), 삼진 2위(109개),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1.01) 2위 등 각 부문에서 고루 높은 성적을 냈다. 이 기세대로라면 정규시즌을 마칠 때 다관왕도 가능하다. 가히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할 만하다.

험난했던 NC, 페디와 인연 맺다

페디를 영입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그가 좋은 성적을 내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NC는 2022시즌을 마치고 2019년부터 NC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4시즌을 지낸 드류 루친스키와 작별했다. 루친스키는 KBO리그 2년차인 2020년 19승(5패)을 올리고, 그해 통합 우승을 이끄는 등 ‘에이스 용병’이었다. 4시즌 동안 53승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사를 표하면서 재계약할 수는 없게 됐다. NC는 루친스키 외에도 나머지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바꿨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성패 여부는 적응력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3명을 모두 바꾼다는 건 모험과도 같은 시도였다.

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8명이나 쏟아지면서 양의지(두산) 등을 놓치는 바람에 전력에 누수가 적지 않았던 NC였지만 페디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낸 결과다. NC가 올린 78승 중 12승이 페디의 몫이었다. 페디의 승률은 8할(0.857)에 달한다.

NC는 지난해 12월 말 페디의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20만달러, 연봉 80만달러로 총액 100만달러였다. 100만달러는 2019년부터 정해진 신규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이다. 페디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에 지명됐고,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메이저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출장해 454.1이닝, 21승 33패, 평균자책 5.41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건 페디가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점이다. 페디는 2019년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팀의 5선발로 활약했다. 2022년에도 5선발로 활약했다. 당시 구단 측은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투수답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도 갖췄다. 구단 선발진의 핵심 멤버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NC가 미국에서 뛰고 있던 페디를 바로 데려올 수 있었던 첫 번째 전략은 속도였다. NC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는 “페디가 영입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NC가 가장 먼저 접촉을 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전략은 계약 조건이었다. NC는 페디와의 계약에 옵션을 넣지 않았다. 100만달러가 계약금과 연봉으로만 구성됐다. 이런 조건으로 페디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011년 창단해 2013년부터 1군에 진입한 NC는 외국인 선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팀 중 하나였다. 역대 외국인 최고 타자로 꼽히는 에릭 테임즈를 선발했고, 투수 중에서는 에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 등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 선방했다. 이번에도 NC의 이런 외국인 선발 시스템이 힘을 발휘한 셈이다.

스위퍼 선구자, 아낌없이 주는 페디

페디가 KBO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건, 150㎞ 강속구를 보유한 데다 제구력까지 좋은 덕분이다. 또한 변형 슬라이더인 스위퍼까지 겸비했다. 스위퍼는 좌우 변화가 심한 변형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다.

NC와 경기를 치른 상대팀 투수들은 페디에게 스위퍼를 배우러 간다. 페디도 흔쾌히 스위퍼 비법을 공유한다. 지난해 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한 키움 안우진도 페디에게 스위퍼를 배우러 가기도 했다.

시즌 중 맞이한 부상 위기도 손쉽게 넘겼다. 팔꿈치 통증으로 지난 6월 9일 SSG전 이후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6월 28일 잠실 두산전에 복귀하자마자 5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이는 등 6이닝 1안타 1볼넷 6삼진 무실점 호투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한국 야구에 녹아들려는 노력도 아낌없이 한다. 팀 동료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홈구장 더그아웃에 작은 사진관을 차리기도 했다. 더그아웃에 작은 칠판을 하나 마련하고 홈런을 친 동료가 들어오면 즉석 사진을 찍어 전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NC의 팀 홈런 개수는 51개로, 10개 구단 중 4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이렇게 실력을 갖춘 데다가 팬 서비스까지 좋아 NC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18일 NC 구단이 올린 영상이 야구계의 화제가 됐다. 이날 창원NC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NC와 SSG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는데, 우천 취소 이벤트 영상이 업로드됐다. 페디는 한국말로 “마!”, “저 봐라”, “영 파이다”, “오늘 갱기 모한다”, “내일 온나”라며 능숙하게 말을 했다. 경남 사투리로 ‘비가 오니 경기장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경기를 못 하니까 내일 오라’는 뜻이었다. 사흘 만에 조회 수가 6만 회에 육박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구단의 사투리를 쓰는 직원이 미리 음성을 녹음했고, 페디는 그걸 그대로 따라했다. 페디의 이런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팬들이 “여권을 불태워버리라”고 하자 지난 7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실제로 여권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6회 등판하기 전 한국어로 “내가 페디다. 함 쳐봐라”고 말하며 도발하기도 했다.

페디에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그는 1점대 평균자책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평균자책을 낮게 유지한다면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점대로 유지하고 싶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NC는 2020년 통합 우승 이후 2시즌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페디가 전반기 활약에 이어 계속해서 제 몫을 해준다면 페디의 꿈과 팀의 꿈을 동시에 모두 이루는 순간이 정말 찾아올지도 모른다.


Today`s HOT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폭격 맞은 라파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해리슨 튤립 축제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