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에 외면당했던 고젠스, 제대로 갚았네

황민국 기자

독일 떠나 세리에A서 기량 만개

윙백임에도 공격수처럼 골 사냥

포르투갈 격파 ‘전차군단 선봉장’

2019년 유니폼 교환 거절 ‘복수’

<b>“호날두 형, 오늘은 유니폼 필요없어”</b> 독일의 로빈 고젠스가 20일 뮌헨에서 열린 유로 2020 F조 2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헤딩 쐐기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뮌헨 | AFP연합뉴스

“호날두 형, 오늘은 유니폼 필요없어” 독일의 로빈 고젠스가 20일 뮌헨에서 열린 유로 2020 F조 2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헤딩 쐐기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뮌헨 | AFP연합뉴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는 골잡이의 독무대가 아니었다.

독일의 신성 로빈 고젠스(27·아탈란타)는 2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로 2020 F조 2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1골·1도움을 쏟아냈다.

단 62분간 뛰면서 2개의 상대 자책골까지 유도한 그의 맹활약에 독일은 포르투갈을 4-2로 눌렀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패배했던 독일이 16강 진출의 희망을 되찾은 순간이다.

코로나19에도 경기장을 찾은 1만여 관중은 고젠스가 후반 16분 쐐기골을 터뜨린 뒤 벤치로 물러나자 박수로 화답했다. 고젠스는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으로 선정된 뒤 “득점을 터뜨리기 전에 교체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왼쪽 윙백인 고젠스는 수비수도 얼마든지 골 사냥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발군의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속공이 강점인 그는 마치 공격수처럼 문전까지 파고들어 골을 노린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유로 2020 F조 2차전에서 독일에 2-4로 패배한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뮌헨 | 로이터연합뉴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유로 2020 F조 2차전에서 독일에 2-4로 패배한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뮌헨 | 로이터연합뉴스

공을 다루는 재주가 다소 미숙해 독일에선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네덜란드를 거쳐 이탈리아 축구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수비 축구가 대세인 이탈리아 세리에A의 아탈란타에서 지난 2년간 무려 20골·14도움을 기록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도 스리백에 최적화된 고젠스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대회 직전 수비 전술에 과감히 칼을 댔다. 뢰브 감독은 익숙한 포백 대신 스리백을 도입했는데, 고젠스는 포르투갈 수비를 유린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고젠스는 이날 0-1로 끌려가던 전반 35분 과감한 공격으로 후벵 디아스의 자책골을 유도하더니 4분 뒤에는 왼쪽 측면을 공략한 뒤 토마스 뮐러에게 패스를 연결해 하파엘 게헤이루의 자책골에도 기여했다. 후반 들어선 골과 도움까지 기록했다. 고젠스는 후반 6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배달해 카이 하베르츠의 득점을 도왔고, 후반 16분에는 요슈이 키미히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고젠스의 이날 활약상은 과거의 설움을 털어내는 것이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젠스는 2019년 코파이탈리아 8강전에서 자신의 우상이었던 호날두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가 “싫다(No)”는 한마디로 거절을 당한 바 있다. 이날 재회에서도 유니폼 교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고젠스 스스로 거부했다. 고젠스는 “오늘 나는 호날두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오늘은 승리만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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