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밖에서도 ‘신 스타’입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연습경기 중계에 깜짝 사인회까지…한국에서도 확인된 신태용 감독 인기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지난 2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인도네시아 팬의 요청을 받고 유니폼에 사인하고 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지난 2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인도네시아 팬의 요청을 받고 유니폼에 사인하고 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부임 후 20세 안팎 선수 집중 발굴
지난해 스즈키컵 준우승 쾌거
현지 광고 모델 발탁 등 ‘상한가’

올해 항저우 AG 등 준비차 방한
영덕·대구 전지훈련에서 담금질
내달 베트남전 벌써부터 ‘후끈’
“K지도자 위상 책임감 갖고 뛸 것”

인도네시아 23세 이하 축구대표팀과 포항 스틸러스가 비공개 연습경기를 치른 지난 23일 포항 스틸야드에선 때 아닌 사인회가 열렸다.

선수가 아닌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서울과 창원, 안산 등 전국 각지에 체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10여명이 “미스터 신”을 외치며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52)에게 다가섰다. 이들이 건네는 유니폼에 부지런히 사인하던 신 감독은 “요새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신 스타’가 됐다”고 껄껄 웃었다.

“인도네시아 밖에서도 ‘신 스타’입니다”

신 감독을 둘러싼 관심은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개인 방송인들에서도 확인된다. 인도네시아에 머물 땐 가족들이 그의 끼니까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선수단을 이끌고 방한한 뒤로는 훈련 풍경과 연습경기까지 이들의 중계 대상이 됐다. 신 감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도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연스레 광고시장에서도 상한가를 쳤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루왁 커피’의 새 모델로 발탁된 신 감독은 현대자동차와 하나은행의 현지 모델로도 낙점됐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면 스낵 광고도 찍어야 한다”면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에는 광고 한 편 찍은 적이 없어서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의 스타로 떠오른 것은 역시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준우승이 영향을 미쳤다. 그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9위로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긴 덕이다. 2020년 부임한 그는 20세 안팎의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평균 연령대는 23세를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 이달 영덕과 대구를 오가며 진행한 전지훈련에선 하루에 세 차례 담금질을 하는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기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신 감독은 하루하루 성장하는 선수들의 기량에 “앞으로 어디를 함부로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꺼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굵직한 대회만 3개(동남아시안게임·항저우 아시안게임·스즈키컵)를 치르는데, 하나라도 우승한다면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기대하는 대회는 역시 오는 5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안게임이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과 첫 경기부터 맞붙다보니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해 스즈키컵에선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어 0-0으로 비겼다. 신 감독은 “현지에서도 한국인 감독의 맞대결이라 주목하고 있다”면서 “23세 이하로 출전 연령이 제한된 대회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신 감독은 대표팀의 해외파 차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라 유럽파인 위탄 술레이만(레키아)과 에기 마울라나 비크리(세니카), 엘칸 바곳(입스위치) 등이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 일본 J리그에서 뛰는 프라트마 아르한(도쿄 베르디) 역시 이번 소집에선 빠질 가능성이 높다. 주장인 아스나위 망쿠알람(안산 그리너스)이 K리그의 적극적인 차출 협조에 합류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신 감독은 “사실 이 선수들을 전부 데려갈 수 있다면 동남아시안게임이 아니라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쌀딩크’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성공한 뒤 숱한 한국 지도자들이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판곤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도 신 감독의 활약상이 영향을 미쳤다. 신 감독은 “지난해 스즈키컵 한 대회에서 잘한 것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는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 앞으로도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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