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세리머니' 박종우 구하기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의 ‘미션’을 일궈낸 대한축구협회가 또 다른 난제에 부딪쳤다. 이른바 ‘박종우 구하기’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홍명보호가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지만 영광스러운 자리에 박종우(23·부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럽파 박주영과 구자철, 기성용 등도 빠짐없이 해단식 및 환영식에 참석해 공항에 마중 나온 천 여명의 축구팬의 뜨거운 성원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인원은 전체 18명 가운데 17명뿐. 동메달을 딴 직후 ‘독도피켓 논란’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조사를 받고있는 미드필더 박종우가 빠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동료들과 함께 귀국했지만 해단식에 참석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박종우가 자취를 감춘 건 전날 메달시상식에 이어 두 번째다. IOC가 그의 세리머니를 정치적 행동으로 보고, 대한체육회(KOC)에 박종우의 시상식 불참을

올림픽축구대표팀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진상조사를 받았다. 박종우는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열린 승리 세리머니에서 관중이 들고 온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 문제가 됐다. 박종우는 정치적인 표현을 금지한 IOC로부터 진상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독도는 우리땅’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박종우.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요청했기 때문이다. 초대받지 못한 박종우는 동료들이 한껏 메달의 기쁨을 누릴 때 홀로 라커룸을 지켰다. 그의 몫인 동메달도 현재 보류 상태에 있다.

홍명보 감독은 외신을 통해 “혼란스럽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고, 단지 흥분해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해단식에서도 홍 감독은 밝은 표정을 짓는 선수들과 달리 시종 굳은 얼굴로 자리를 지켰다.

사건은 지난 11일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 직후 터졌다. 승리에 도취된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피켓은 박종우 등 우리 대표팀 선수단에서 준비한 것이 아닌 관중석에서 넘겨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 관련시설이나 경기장에서 선수의 정치적 선전을 일절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선수에 대한 실격이나 자격취소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종우의 우발적인 행동도 시각에 따라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IOC가 이를 문제삼고 조사에 착수했다. FIFA는 박종우의 고의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상벌위원회를 소집 중이고, IOC도 대한체육회에 해명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단 대한체육회는 동메달 박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귀국 전 박종우를 상대로 경위조사를 마친 대한체육회는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면서 “관중석에서 넘겨준 것을 내용도 보지 못하고 들었을 뿐이라며 우발적인 행동임을 IOC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다방면으로 박종우의 소명기회를 찾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박종우과 관련한 어떠한 질문이나 발언도 받지 않았다. 상황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반영했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은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세리머니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IOC가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와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사건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불참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FIFA가 공식적으로 진상조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선수와 면담을 통해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고, 동메달을 획득한 것에 기분이 좋아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며 “박종우 본인도 자신의 행동이 의도와 다르게 비춰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의 요청에 따라 오는 16일까지 진상조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