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 선수의 ‘인생 점프’

류형열 선임기자

‘프리스타일 스키 금메달’ 우크라이나 아브라멘코

소치 올림픽 6위가 개인 최고 성적…우승 1순위 자쭝양 꺾고 ‘대이변’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가 지난 18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연습에서 화려한 공중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평창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가 지난 18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연습에서 화려한 공중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평창 | 로이터연합뉴스

아마 자쭝양(중국)은 완벽한 점프와 연기, 착지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자쭝양은 전광판에 점수가 표시되자 스키를 내던지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28.05점. 128.51점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30·우크라이나)에 이어 2위였다. 아브라멘코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입을 벌린 채 전광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아브라멘코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덮어쓴 채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그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괴성만 흘러나왔다. 이번 대회 우크라이나의 첫 금메달이자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세 번째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지난 18일 밤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은 마지막까지 최후의 승자를 점치기 힘든 반전의 연속이었다. 아브라멘코와 자쭝양은 같은 기술, 같은 난이도(4.525)로 승부를 걸었다. 점프도, 연기도, 착지도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점프의 높이와 거리를 따지는 에어는 6.0점으로 같았고, 공중 연기 동작의 스타일과 정확도를 따지는 폼은 자쭝양이 14.3점으로 14.2점의 아브라멘코보다 0.1점 앞섰다. 두 사람의 메달 색깔이 갈린 것은 착지에서였다. 자쭝양이 8.0점을 받은 반면 아브라멘코는 8.2점. 세부 항목 점수에 난이도를 곱한 합계 점수의 차이는 0.46점에 불과했다.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톤 쿠시니르(벨라루스)가 예선에서, 소치 은메달리스트인 데이비드 모리스(호주)가 1차 결선에서 각각 탈락하는 등 강호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진 것도 아브라멘코에겐 행운이었다.

아브라멘코는 한번도 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올림픽은 평창 이전에 3번 출전했는데 2014년 소치 올림픽 6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월드컵에서도 2015년 3월 벨라루스 민스크 월드컵에서 1위를 차지한 게 유일한 우승이다. 2016년 여름 무릎 수술을 받는 바람에 평창행이 불발될 뻔했지만 지난 1월20일 열린 레이크 플래시드 월드컵에서 2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그때 1위가 바로 자쭝양이다.

프로필에 평창 올림픽 참가가 목표라고 적었던 아브라멘코는 평창에서 단 한번의 위대한 점프로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아브라멘코는 “메달만 따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이라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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