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으로 占치고 달력으로 사용”

바둑판은 고대중국에서 점(占)을 치거나 달력으로 사용하던 것이고, 바둑판 줄도 9로(路)-17로-19로의 순으로 발전돼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오사카 상업대학의 다니오카 이치로 학장(48)은 18일 인천대에서 열린 제1회 바둑학 학술대회에서 ‘바둑판은 왜 19로인가’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니오카 교수의 바둑역사에 관한 논문을 요약해본다.

◇19줄 바둑판은 언제 탄생했나=논문에 따르면 19줄 바둑판은 중국 수(隋)나라 때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권력자 밑에서 일하던 점술사들이 달력과 별자리 등을 감안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니오카 교수는 “여러 문헌을 종합해보면 바둑판이 점을 보는 도구나 달력으로 사용된 것은 틀림없다”며 “당시 바둑판은 17줄이었는데 점술사들이 달력을 바꾸면서 권력자들을 설득, 강권을 동원해 19줄로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현기경’ 같은 많은 중국 고전에는 1년이 360일로 나타나 있다. 바둑판에서 천원(天元)을 빼면 360이 된다. 또 바둑판의 9개 화점은 별을 뜻하며, 4개의 방향은 동서남북을, 4개의 귀는 사계절을 표현하고 있다. 달력의 숫자와 별자리 표식을 위해 바둑판 모양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9줄 바둑판이 출발점인가=바둑판 출토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중국 한(漢)나라 경제(景帝·재위 BC 157~141년) 유적에서 나온 것으로 17줄 바둑판이다. 일본 나라(奈良)의 정창원(正倉院)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바둑판이 있는데 7세기쯤 한국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이 바둑판은 19줄이지만 테두리가 없다. 즉 선이 그려져는 있으나 판의 거의 끝부분이어서 돌을 놓을 수가 없다. 이는 17줄 바둑판이 실제 사용되었다는 증거로, 달력이나 점을 목적으로 테두리 부문에 19줄째 선을 추가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정창원에 남아있는 2개의 바둑통에는 알이 각각 300개인데, 이 역시 17줄 바둑판에 걸맞은 것이다. 중국 수나라 때 바둑판에도 테두리가 없어 이 타입이 표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최초의 바둑판이 9줄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에는 요즘의 체스판 같은 단순한 모양의 게임판이 존재했고, 말레이시아의 전통게임이나 티베트의 방(方) 같은 게임이 기원전 8세기쯤 9줄 바둑으로 변화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게임의 흥미를 위해 줄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게임론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처음부터 복잡한 17, 19줄 게임이 만들어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바둑의 발전사=바둑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요·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이다. 이는 중국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세본(世本)’을 근거로 한 것인데 책 속에 바둑관련 내용이 적혀 있다. ‘세본’은 춘추전국시대 것이고, 바둑에 관한 기록으로는 가장 오래된 책자이다. 그러나 ‘요순설’은 신화를 근거로 기록하였다는 점에서 근거가 애매하다는 중론. 바둑에 관한 고대문헌에는 내용이 틀렸거나 심지어는 날조된 경우도 있다는 것. 예를 들면 가장 오래된 기보로 여겨지는 손책(孫策)과 여범(呂範)의 대국(AD 200년쯤)도 후에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단순히 시중에 떠도는 소문만을 근거로 하거나 신화 정도에 불과한 것을 마치 있는 실제 사실처럼 기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BC 551~479년) 시대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는 바둑에 관한 확실한 언급이 있어 이 시기에 바둑이 존재한 것은 분명하다.

◇19줄 바둑판은 마지막 형태일까=아마도 19줄 바둑판은 더이상 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애호하고 있으며 많은 프로기사들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19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게임의 측면에서 보면 바둑은 구성이 잘 되어 있다. 설령 우연과 강권으로 진화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19줄 바둑은 최종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박성수기자 s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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