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걸어서 파리까지”

예천 | 김세훈 기자

결혼, 은퇴, 출산…마흔 살에 복귀, 다시 올림픽 꿈꾸는 전 마라톤 국가대표 임경희

<b>“세 번째 올림픽은 경보로 나갈 겁니다”</b> 불혹의 나이에 현역으로 복귀한 전 마라톤 국가대표 임경희가 6일 예천종합운동장에서 세 손가락을 펴며 2024년 파리에서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예천 | 김세훈 기자

“세 번째 올림픽은 경보로 나갈 겁니다” 불혹의 나이에 현역으로 복귀한 전 마라톤 국가대표 임경희가 6일 예천종합운동장에서 세 손가락을 펴며 2024년 파리에서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예천 | 김세훈 기자

런던·리우 대회 마라톤에 출전
부상으로 기량 발휘 못해 아쉬움

육아에 집중하면서도 늘 달려
내년 경보로 전향해 ‘티켓’ 도전
마라토너 출신 남편 적극 응원

은퇴 후 아이까지 낳은 마흔 살의 전 국가대표가 현역으로 복귀해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경력단절 여성으로 큰 꿈을 향해 노력하는 주인공은 전 마라톤 대표 임경희(40·나주시청)다.

임경희는 6일 경북 예천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경보로 전향해 앞으로 2년 동안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도전한다”며 “현재 가능성은 20%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끌어올려 파리에 꼭 가겠다”고 말했다.

임경희는 마라톤 선수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임경희는 “선수로서 가장 뛰고 싶은 올림픽에서 두 차례 모두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015년 결혼한 임경희는 2018년 시즌 뒤 은퇴했다. 2020년 1월 아들을 낳았다. 임경희는 육아에 집중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달렸다. 임경희는 “뛰다 보니 몸이 괜찮고 컨디션이 빨리 올라왔다”며 “김지수 경보대표팀 감독이 경보로 전향하자고 권유해 복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봉주와 함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한 남편 정남균(44)도 아내의 도전을 지지했다.

임경희는 복귀한 첫해인 올해 5000m와 1만m를 뛰었다. 지난 5월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5000m에서 시즌 3위(16분29초34), 4월에 열린 제51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1만m에서 시즌 2위(34분20초60) 기록을 냈다. 1만m를 34분대에 주파하면 경보를 할 만한 체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경보는 훈련만 할 뿐 아직 대회는 뛰지 않았다.

파리 올림픽 여자 경보는 20㎞, 35㎞가 열린다. 임경희는 내년 2월부터 국제 경보대회에 출전하면서 훈련과 실전을 겸한다. 20㎞의 올림픽 기준 기록은 1시간29분20초, 35㎞는 2시간51분30초다. 임경희는 “걷지 말고 뛰라고 하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라며 “그러나 경보가 뛰는 것보다 더 힘들다. 주법에 익숙해지고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수 경보대표팀 감독은 “체력은 완성됐고 주법도 괜찮다”며 “기술적으로 보완하면 올림픽 출전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경희는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에게 “현 상황에 머물지 말고 뭐든 무조건 하라”며 “나도 아들을 낳고 틈이 날 때마다 뛴 게 올림픽에 재도전하는 기회로 연결됐다”고 충고했다. 임경희는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며 “결과와 무관하게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하면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경희는 이날 휴대전화 액세서리 제조업체 ‘별다섯’으로부터 후원금 1000만원을 받았다. 후원금은 국제대회 출전 비용으로 쓰인다. 별다섯 김지락 대표는 “아이까지 낳고 현역으로 복귀해 어려운 도전에 나선 불혹의 임경희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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