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부터 주스, 초콜릿까지 원하는 맛 찾아보세요··· 수제맥주 마니아들의 놀이터 일산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글·사진 김형규 기자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는 맥주 마니아들에게 신나는 놀이터 같은 곳이다.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는 맥주 마니아들에게 신나는 놀이터 같은 곳이다.

‘배가 불러서 못 마시겠다’ ‘마셔도 안 취하니 술 마시는 재미가 없다’…. 맥주를 즐기지 않는 주당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개성 강한 수제맥주가 다양해진 요즘은 안 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소맥’처럼 진하면서도 콸콸 넘어가는 맥주가 요즘은 많다. 경기 일산의 수제맥주 양조장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젠틀맨 라거’도 그런 맥주다.

젠틀맨 라거는 애초부터 소맥을 겨냥하고 만든 술이다. “소주 반 잔에 맥주 반 잔을 섞은 소맥의 알코올 도수가 6.8도쯤 되는데 그걸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거잖아요. 저는 소맥 만들 때 소주잔을 꽉 채우니까 제 취향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7.6도까지 올렸어요.” 젠틀맨 라거를 만든 플레이그라운드 김재현 브루마스터(40)의 설명이다.

보통 라거는 가볍고, 에일은 무겁다는 게 맥주 상식인데 젠틀맨 라거는 한 모금 넘기면 시원하고 묵직한 자극에 배 속까지 찌릿하다. 앉은 자리에서 여러 잔을 거푸 마실 수 있을 만큼 음용성도 좋다. 무겁고 진한 맛은 재료를 듬뿍 넣은 덕분이다. 100% 맥아만 시판 대기업 맥주의 서너 배쯤 들어갔고 홉도 어지간한 에일맥주보다 많이 들어갔다. ‘그렇게 도수 높은 맥주를 누가 마시겠냐’는 주위의 걱정과 달리 젠틀맨 라거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만드는 10여종의 맥주 중 현재 압도적인 차이로 판매량 1위다.

오크통 안에서 9개월째 숙성 중인 사워에일과 스타우트 맥주. 사워에일은 올 여름, 스타우트는 올 겨울 각각 출시될 예정이다.

오크통 안에서 9개월째 숙성 중인 사워에일과 스타우트 맥주. 사워에일은 올 여름, 스타우트는 올 겨울 각각 출시될 예정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100곳이 넘는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 중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맥주를 꾸준히 시도하는 걸로 유명하다. 대표맥주인 ‘홉스플래쉬 IPA’는 뉴잉글랜드 스타일 IPA답게 과일 향과 홉의 풍미가 돋보이면서도 귀리를 넣어 부드러운 질감을 살린 게 매력적이다. 5명의 소속 양조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로 꼽는다는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는 카카오닙스를 넣어 삼킬 때 다크초콜릿 향이 느껴진다. 두 맥주는 2018년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에서 각각 금상과 은상을 받았다.

패션푸르트와 구아버, 블러드오렌지를 넣어 휴양지에서 마시는 열대과일 주스 같은 맛을 낸 ‘미스트레스 사워 에일’이나 특허받은 과일맥주 제조법으로 만든 밀맥주 ‘마담 체리 위트 에일’도 독특한 매력으로 찾는 이가 많다.

양조탱크 안에서 끓는 맥즙을 확인하는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마스터

양조탱크 안에서 끓는 맥즙을 확인하는 김재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마스터

플레이그라운드는 대기업을 다니던 MBA 출신 수제맥주 마니아 천순봉 대표(41)와 김재현 브루마스터가 동업해 2015년 문을 열었다.

천 대표의 이종사촌 매형은 미국 수제맥주 양조장 ‘노던 유나이티드 브루잉 컴퍼니’의 존 칼슨 대표다. 김 브루마스터가 1년간 미국에 가 양조 기술을 배우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겨울이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미시간주 북부의 펍에 꾸역꾸역 맥주를 마시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맛있게 만들면 무조건 손님은 온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창업을 준비하며 김 브루마스터가 배운 제빵과 커피도 각각 발효와 추출 기법이 맥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아시안 스트리트 푸드’를 테마로 다양한 안주를 낸다. 대표적인 태국 요리인 톰얌쿵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톰얌홍합탕.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아시안 스트리트 푸드’를 테마로 다양한 안주를 낸다. 대표적인 태국 요리인 톰얌쿵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톰얌홍합탕.

액젓으로 간을 한 치킨과 베트남 반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옥수수 튀김

액젓으로 간을 한 치킨과 베트남 반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옥수수 튀김

양조장과 탭하우스(생맥주 전문점)를 겸한 플레이그라운드는 파주로 향하는 자유로 휴게소 근처(고양시 일산서구 이산포길 246-13)에 있다. 자가용 없이는 찾아가기 힘든 위치인데도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손님이 많다.

르 코르동 블루 출신으로 해외에서 오래 일한 셰프가 만드는 수준 높은 안주도 한몫한다. 수제 새우버거, 톰얌홍합탕 등이 특히 인기다. 간장 대신 액젓으로 간을 한 치킨도 별미다.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맥주를 듬뿍 넣은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있다.

김 브루마스터는 “음식이든 맥주든 ‘제일 잘나가는 게 뭐냐’고 손님들이 물을 때 가장 아쉽다”고 한다. 다양한 맥주를 제공해 사람들이 자기 취향을 찾고 미식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게 수제맥주 양조장의 존재이유라는 것이다.

플레이그라운드에서 파는 맥주 한 잔 가격은 5000~7500원(450㎖ 기준). 500㎖ 캔맥주는 4000~6000원이다. 차를 몰고 온 손님에겐 대리기사도 연결해준다.

플레이그라운드 탭하우스 전경. 플레이그라운드 제공

플레이그라운드 탭하우스 전경. 플레이그라운드 제공

플레이그라운드 탭하우스. 플레이그라운드 제공

플레이그라운드 탭하우스. 플레이그라운드 제공

우리나라에 술을 빚는 양조장이 2000곳이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통주인 막걸리와 청주·소주, 그리고 와인에 맥주까지 우리땅에서 난 신선한 재료로 특색 있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양조장을 직접 찾아가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맛좋은 술은 물론 그 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 술과 어울리는 지역 특산음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맛난 술을 나누기 위한 제보와 조언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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