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관 과반 “결혼보호법 위헌 소지”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대법원 심리 과정서 9명 중 5명

“법 권한 넘어” 합헌 의문 제기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정의한 미국의 결혼보호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연방대법원의 심리에서 상당수 대법관이 이 법의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대법원이 공개한 발언록에 따르면 이날 심리에서 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결혼보호법이 헌법에 합치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특히 이번 판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연방정부가 동성 커플에 대한 정부의 복지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대법관 중 5명이 보수 성향이지만 이 가운데 케네디 대법관은 사안에 따라 진보적 판결을 지지하는 ‘스윙 보터’로 분류돼 이번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이날 케네디 대법관이 결혼보호법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밝힌 것은 위헌 판결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연방정부의 결혼보호법은 결혼과 아동의 권리에 대한 정부의 전통적인 의무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주에서 이미 합법화한 동성결혼을 연방법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현행 결혼보호법으로 미국에는 완전한 결혼과 불완전한 결혼이라는 두 가지 결혼 방식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역시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현행법이 평등권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등은 2011년 결혼보호법에 대한 법적 방어를 포기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완강히 반대해온 미국 보수층의 변화된 태도도 대법원의 위헌 판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동성결혼을 더 이상 종교적·법적 이슈로 생각하지 않는 미국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등 실용적인 측면을 더욱 중시한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동성 부부에게도 이성 부부와 마찬가지로 연방정부의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정부 지출이 확대되고 동시에 세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동성 부부는 세금공제, 교육융자, 건강보험 등 1100여가지에 이르는 연방정부의 각종 법률 및 복지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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