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아직 활발하지는 않지만 국내서도 찬반 논의

이성희·이서화·박순봉 기자

연예인 중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씨가 TV 토크쇼에 나와 동성애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주말 가족 드라마에 동성 커플이 등장한다. 한국 사회도 과거와 달리 동성애자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얼마 전 성소수자 모임이 동성애자 권리증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려 하자 서울 마포구청이 “지역사회에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며 불허했다. 동성애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이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에는 여론이 엇갈린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논의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성적소수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 대표 김조광수 감독은 오는 9월 동성 연인과 결혼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동성결혼을 허용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들에게 결혼은 ‘권리’이자 ‘인권’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동성 배우자와 40년 이상 살았지만 그가 죽자 꽤 많은 상속세를 냈다. 이성애자 부부였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이었다”며 “한국도 동성애자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산을 공유할 수도 없고, 결혼휴가도 의료보험도 안된다”고 말했다.

종교·보수 단체들은 동성결혼 허용 주장에 크게 반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동성결혼은 남녀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민법, 형법의 질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장샤론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사무국장은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형성된 왜곡된 성개념”이라고 말했다.

동성애가 개인의 취향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는 시민들의 반응도 있다. 대학원생 황성환씨(27)는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직장인 유권준씨(45)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혼은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권리”라며 “행복을 추구하는 건강한 결합이라면 찬성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이 결혼 후 출산과 양육 등 일반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자영업자 박현호씨(55)는 “남자들끼리 살고, 여자들끼리 살면 자식도 낳을 수 없고 자기들만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정미씨(36)는 “동성결혼을 하면 입양을 한다는데 아이가 커서 다른 집과 달리 부모의 성별이 같은 사실을 알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동성결혼에 대한 논란은 최근 학생인권조례에 성적 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 금지를 규정했다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동성애에 대한 논의보다 성 교육 등으로 미성년자의 올바른 성 정체성 확립을 먼저 강조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합법화한다고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성적 취향은 개인의 영역”이라며 “다른 취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도 다수의 시민들이 가진 권리는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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