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라크 포로학대 악명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폐쇄

정유진 기자

인권 아닌 치안불안 탓

피비린내 나는 이라크 역사의 산 현장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가 폐쇄됐다. 10년 전 미군이 수감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진이 공개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던 바로 그곳이다. 폐쇄 이유는 더 이상 운영할 필요가 없을 만큼 평화가 찾아와서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이라크의 치안이 너무 불안정해 교도소마저 탈취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15일 “반란군에 점령당할 위험 때문에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폐쇄하고 재소자 2400명을 중부와 북부의 다른 교도소로 이감했다”고 밝혔다. 교도소가 위치한 아부 그라이브 지역은 최근 알카에다와 연계된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와 정부군 사이의 충돌이 집중된 곳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7월 교도소를 공격해 죄수 500여명을 탈주시킨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탈주한 죄수 일부가 이 단체의 수뇌부가 됐다고 전했다.

미군들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들의 목에 개처럼 줄을 걸거나(왼쪽 사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고 가혹행위를 하며 웃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군들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들의 목에 개처럼 줄을 걸거나(왼쪽 사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고 가혹행위를 하며 웃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는 지난 수십년 동안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는 와중에도 악명을 떨쳐왔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에는 그의 독재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잡아 가둔 곳으로 쓰였다. 한때는 하루에 100명씩 사형이 집행되는 등 이곳에 잡혀온 정치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었다. 교도소 인근에서는 수천명의 시신을 묻어놓은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곳이 진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미국이 2002년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후부터다. 미군정은 이 교도소에 전쟁범죄자들을 구금했는데, 미군 헌병들은 끔찍한 고문으로 포로들을 질식사시키거나 여성 포로를 성폭행했다. 또 알몸인 수감자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문이나 침대에 손을 묶는 등 각종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이들은 이런 고문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친구들에게 장난으로 보냈고, 이 사진들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미군의 추행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6년 미군정은 결국 이라크 정부에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통제권을 이양했으며, 이후 교도소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2009년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 정적을 잡아 가두기 위해 다시 문을 열었다. 교도소는 수천명의 죄수들로 채워졌다. 수감자 중에는 테러단체와 연계된 사람들도 있지만, 무고하게 끌려온 정치범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정권과 말리키 정권 양쪽 모두에 의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한 죄수는 “후세인, 미군정, 말리키 정권에 걸쳐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기 위해 이 교도소는 ‘고문 박물관’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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