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맘 놓고 못 마시는 캐나다…납 성분 '비상'

박효재 기자
수돗물 맘 놓고 못 마시는 캐나다…납 성분 '비상'

선진국 캐나다에서도 이제 마음놓고 수돗물을 마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 최악의 수돗물 오염사태로 기록되는 2014년 ‘플린트 수질위기’ 당시보다 높은 납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자사 포함 10개 언론과 몬트리올 콩코디아대 등 9개 대학이 공동으로 캐나다 11개 도시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서부 몬트리올과 레지나 등 일부 지역 수십만 가구 수돗물의 납농도가 연방정부 권고치인 5ppb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2014년 이래 1만2000건의 수질조사 측정치 중 33%가 연방정부 권고치를 초과했으며, 이중 최고치는 140ppb를 기록했다. 이는 최소 3000명의 아이들을 납중독에 이르게 한 플린트 수질위기 당시 최고 수치였던 100ppb보다도 높은 것이다. AP는 일부 학교와 어린이집에서도 다량의 납성분이 검출됐다며 이 사실을 해당기관에 알렸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허용치 이상의 납성분이 검출된 지역 주민들은 분노했다. 북서부 항구 소도시 프린스루퍼트에 산다는 레오나 페터슨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수돗물에 납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바로 마셨다”고 말했다. 프린스루퍼트에서 채집한 25개의 수돗물 샘플 중 21개에서 연방정부 허용 기준치의 3배가 넘는 15.6ppb의 납이 검출됐다. AP는 700여 차례나 정보공개 청구를 하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지만 캐나다 전체 조사결과는 아니라며 피해 지역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자체장은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AP는 몬트리올 시장 발레리 플란테가 당장 10만가구 수돗물의 납성분을 조사하고, 노후한 납수도관 교체작업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후 납수도관 교체작업시 비용 대부분은 해당 파이프가 지나가는 주택 소유주가 부담하게 돼있어 시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캐나다에서 이렇게 수돗물에서 납이 많이 검출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철저하게 수질을 관리·감독하는 체계가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는 주정부마다 수질 안전기준이 다르다. 일부 주에서는 납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측정하지도 않는다. AP는 이런 조사결과마저도 온타리오시를 제외하면 정기적으로 통보하는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수질관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플린트 수질위기 때처럼 심각한 피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AP는 수질조사 결과를 정기적으로 통보하고 연방정부 기관인 환경보호청이 주도해 수질관리를 하는 미국에서도 플린트 수질위기를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당시 플린트 시정부는 정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상수원을 휴런호에서 플린트강으로 바꿨다가 대규모 납오염 사태를 맞았다. 납중독은 초기에는 식욕부진·변비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해지면 정신이상과 경련·발작·마비를 일으킨다. 납중독 외에도 미생물 오염으로 인한 급성폐렴의 일종인 레지오넬라증으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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