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드론 ‘오폭’ 가능성에…흔들리는 바이든의 ‘오버 더 호라이즌’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원거리 타격으로 테러 억지 전략, ‘회의적’ 견해에 힘 실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에도 원거리 정밀 감시 및 타격 능력으로 지상군 투입 없이 테러 조직을 억지하겠다는 조 바이든 정부의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아프간 대피 작전 막바지인 지난달 말 카불에서 단행한 무인 공격기(드론) 공습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다수를 희생시킨 오폭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작전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봄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테러 조직 억지 전략으로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을 앞세웠다. 지평선 너머 먼 곳에 있는 타깃을 고도의 감시망과 드론을 포함한 정밀 공격 수단으로 타격한다는 개념이다. 지상군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물을 핀셋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적대 국가 요인 암살 등에 자주 활용하고 있는 작전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드론 공습으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고위급 2명을 제거했다. 전형적인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으로 전날 카불 공항 입구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오폭의 위험성을 포함한다. 정밀 타격을 한다고 하지만 테러 조직과 무관한 민간인이 희생될 위험이 있고, 역정보나 부정확한 첩보를 믿고 공습에 나섰다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미군이 낭가하르주 공습 다음날 카불에서 단행한 드론 공습이 이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차량 운전자가 미국 구호단체를 위해 일한 현지인으로, 테러와 전혀 무관한 인물로 드러났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이 남성이 차량으로 폭발물을 운반하고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차량 트렁크에 실려 있던 물건은 물통이었다는 것이다. 차량이 드론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10명의 아프간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이 아프간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일찌감치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 작전이 주요하게 펼쳐지고 있는 예멘, 소말리아, 이라크, 시리아 등에는 현지 첩보 네트워크, 인접한 공군 기지, 현지 협력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간에서 미군은 물론 외교 인력과 중앙정보부(CIA) 등 정보 인력까지 모두 철수시킨 상태다. 아프간을 공습하려면 중동에서 공격기가 이륙해야 하며, 테러 조직 동향에 대한 첩보는 탈레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한계를 지적하면서 “테러리즘 불씨에 기름이 끼얹어진 상황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계획이 있기는 하느냐”고 지난달 27일 바이든 정부를 질타했다고 한다.

오폭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면 반미 감정이 높아지면서 테러 조직에 대한 지지 여론만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테러 조직에 대한 응징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바이든 정부를 두고두고 괴롭힐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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