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초 흑인 여성 대법관 탄생…잭슨 후보자 상원 인준 통과

김유진 기자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이 탄생했다.

미 상원은 7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자(51)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3표, 반대 47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50명 전원, 그리고 공화당 소속 세 명의 의원이 잭슨 후보자 인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잭슨 후보자는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연방대법원 회기가 끝나는 오는 6월 퇴임을 선언한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84)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이날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상원 회의장의 민주당 의석과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나왔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잭슨 후보자와 상원 표결을 함께 지켜본 바이든 대통령은 인준안이 가결되자 잭슨 후보자를 끌어안고 셀카를 찍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쁘고 중요하며 역사적인 날”이라며 “233년 연방대법원 역사상 흑인 여성이 판사 직위를 갖게 된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상원의원인 민주당 라파엘 워녹 의원은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나는 흑인 소녀의 아버지”라며 “잭슨 판사를 대법원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미국 민주주의가 기대고 있는 전진으로의 약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맡고 있는 잭슨 후보자는 233년 연방대법관 역사상 첫번째 흑인 여성 대법관이 된다. 흑인 대법관으로는 세번째, 여성으로는 여섯번째 대법관이다. 잭슨 후보자는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했고,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다수의 공익 변론을 맡았고 로펌 소속 변호사로도 근무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됐고, 2013년부터 연방지법판사, 지난해부터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활동하며 차기 대법관 커리어를 밟아왔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잭슨 후보자에 대한 상원 인준 절차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잭슨 후보자 인준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청문회가 시작되자 진보 성향의 잭슨 후보자의 과거 판결 이력과 경력, 이념 성향 등을 문제삼아 공격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는 상원 구조상 공화당 표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의회 내 양당의 극한 대립, 정쟁화된 연방대법관 지명 등이 역사적인 흑인 여성 대법관 탄생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상원 표결에서 잭슨 후보자 인준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미트 롬니, 리사 머카우스키, 수전 콜린스 의원이다. 이들 공화당 의원들은 잭슨 후보자가 대법관 직무 수행 자질이 충분하다는 판단과 헌법상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 권한을 존중한다는 관점에서 소신투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대법관 지명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내건 공약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잭슨 후보자의 인준 통과를 기념해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잭슨 후보자가 대법관에 취임해도 보수 성향 대법관이 전체 9명중 6명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향은 달라지지 않는다.

잭슨 후보자는 인종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미국의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석에 앉아 표결을 진행했지만, 잭슨 후보자에 대한 표결에 참여한 흑인 여성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현재 미 상원에는 흑인 남성 의원 3명만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함께 잭슨 지명자에 대한 상원 표결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함께 잭슨 지명자에 대한 상원 표결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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