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IPEF·칩4’ 회의, 전기차 보조금 제외 대응…정부 통상 역량 시험대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협력 구상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 관련 회의가 오는 9월 중에 각각 개최된다. 중국 견제가 초점인 두 회의에 한국은 ‘출범 멤버’로 참석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의 반발과 보복 우려를 최소화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여기에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파장으로 한국이 경제·통상 분야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행사에서 IPEF 참여국 정상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도쿄 |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행사에서 IPEF 참여국 정상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도쿄 | AFP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다음 달 8~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IPEF 장관급 회의를 연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기에 출범한 IPEF는 한국 등 14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첫 대면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디지털·무역,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반부패 등 4개 분야에서 새로운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상무부는 이날 IPEF가 “높은 기준의 경제적 틀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경제 활동과 투자,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역내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이 참여하는 칩4도 다음 달초 첫 실무급 예비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4개국 실무진이 처음으로 모여 세부 의제, 참여 수준 등을 정하는 자리인 데다, 이미 양자 차원의 협력틀이 존재하는 만큼 무게감 있는 이슈가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제안보 사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대중 수출통제, 기술보호 등 민감한 이슈보다는 반도체 인력 양성, 공동 연구개발 등 공급망 협력 강화 관련 이슈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은 IPEF와 칩4가 중국 등 특정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은 IPEF와 칩4가 논의되던 초창기부터 극도로 반발하고 한국의 참여를 경계해 왔다. 정교한 중국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칩4의 경우 미국이 공급망 재편에 부여하는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반도체 동맹’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건 미국이 결국은 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반도체 강국들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무부는 지난 15일 중국이 중점 개발하는 반도체와 가스터빈 엔진 관련 소재 및 기술 관련 4개 품목을 수출통제 목록에 올렸다. 만약 미국이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통제를 다자간 체제로 확대한다면 동맹국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통상 현안은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 관련 대응이다. 당장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통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측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까지 열어두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사실 배터리 원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고려하면 배터리 소재·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북미 지역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해당 법의 규정은 미국 기업들도 충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핵심 산업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하려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이 모처럼 거둔 정치적 승리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기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법 시행 유예·면제 조치 등을 통해 기업들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비슷한 상황인 일본, 유럽 등과의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oday`s HOT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해리슨 튤립 축제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