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리카에 올인”…미국의 아프리카 끌어안기 통할까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13~15일 워싱턴 미·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

8년만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정상회의를 개최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재정 지원, 투자 확대, 외교 강화 등을 약속하며 아프리카 정상들의 환심 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행보에는 ‘유일한 전략 경쟁자’인 중국의 아프리카 지역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지만, 실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 아프리카 정상회의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 아프리카 정상회의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all in)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미국과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협정(FTA) 기구 간 업무협약(MOU) 체결, 아프리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발표, 밀레니얼 챌린지 코퍼레이션(MCC)을 통한 아프리카 각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 등이다.

미·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는 13~15일 워싱턴에서 열린다. 미국 정부는 회의 시작을 앞두고 아프리카에 3년간 총 550억달러(약 72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 ‘선물 보따리’에 이어 아프리카연합(AU)의 주요 20개국(G20) 가입 지지 등 외교적 지지도 약속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회의를 위해 아프리카 49개국 정상과 AU 대표단, 기업인 등을 대거 미국에 초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상원의원 시절 자신이 아프리카 문제 소위원장을 맡아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 나라를 방문했으며, 2014년 부통령 때는 첫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며 아프리카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특히 2014년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가리켜 “국가 간 정치적 의무나 의존도를 발생시키는 파트너십이 아니라 성공과 기회를 공유하는 새로운 파트너십”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가 성공하면 미국이 성공하고 전 세계도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초점이 아니며 미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아프리카와 ‘의존도를 키우는 파트너십’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중국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해 엄청난 국가채무를 지우고도 채무 탕감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아프리카의 ‘디지털 경제 인프라’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아프리카 내 물리적 인프라 건설에 치중해온 중국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코가 지역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을 위해 8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역시 아프리카 전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중국 기업 화웨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이처럼 ‘아프리카 끌어안기’에 나선 것은 아프리카에 소홀한 사이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미·중 경쟁이 첨예한 핵심 산업 주도권을 쥐려면 아프리카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2540억달러로 미국(643억 달러)보다 약 4배 가량 많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채권국으로 올라서면서 양측은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에서도 밀착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미·중 사이 선택 압박이 가중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과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움직임에 대해 “(과거) 아프리카에 대한 식민화가 이제는 식민주의 딱지는 없지만 일정한 정복의 형태가 되었다. 그들(강대국)이 우리 위에 군림하거나 우리를 통해 뭔가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쪽으로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두 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를 이용하려 한다는 불만을 보여준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미국의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러시아 및 외국 행위자들의 해로운 행위”에 대항해 “개방 사회”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가 독재정권 또는 권위주의 체제인 상황에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경쟁’을 내세운 바이든 정부의 아프리카 외교가 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프리카는 코로나19,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기침체는 물론이고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물가 폭등세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줄어들면서 경제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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