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마지막 금리 인상 시사했지만…“은행 위기·정부 디폴트·기후 이변 변수”

이윤정 기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하반기 경제변수들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3대 변수로 은행위기, 미 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 기후이변 등을 꼽았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며 ‘마지막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기대가 실현되려면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 세 가지 장애물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 장애물로는 은행위기를 꼽았다. 지난 3월부터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3곳의 미국 은행이 잇따라 파산했고 최근에는 팩웨스트 뱅코프 파산설이 나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은행 파산으로 이용자들은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고, 대출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중소기업과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장애물은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정부가 다음달 디폴트 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파적 대립으로 정부가 극심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디폴트가 미 경제와 시장에 미칠 타격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경제 추락 규모와 맞먹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장애물은 엘니뇨 등 기후이변에 따른 충격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여름에서 가을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3일 전망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중·동부 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미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며 엘니뇨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엘니뇨처럼 극심한 기후이변은 인플레이션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풍과 홍수는 경작지를 파괴하고 세계 식량과 에너지 수급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니뇨로 물가상승률이 4%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 세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미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고통이 없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경제의 다양한 부문이 순차적으로 침체를 겪지만 경제 전체가 위축되지는 않는 ‘순차 침체(Rolling Recession)’를 예로 들었다. 올 들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수익이 줄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지만, 도리어 미 고용지표는 호전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레저 산업 등이 호황을 보여서다.

다만 약한 경기 침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최근 상황을 종합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펼쳐질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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