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가뭄에 수위 낮아져…선박들 ‘짐 덜 싣고 요금 더’ 울상

박은하 기자

중남미를 덮친 극심한 가뭄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한 화물 운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운하를 이용해온 선박들은 짐을 덜 싣고 더 많은 요금을 내고 있다. 여름철 화물 운송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뱃길로 사용되는 파나마 운하는 갑문 12개 사이에 물을 채워 배를 높이 띄운 뒤 차례로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배를 이동시킨다. 바다로 내보낸 물의 양만큼의 담수가 다시 운하로 흘러들어와야 운하를 유지할 수 있다. 배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수문을 열어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의 양은 2억ℓ가량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남미에 넉 달째 가뭄이 이어지면서 운하에 충분한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운하 주변의 올 2~4월 강수량은 평년의 50%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지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 기미도 아직 없다.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툰 호수는 올 7월 역사상 최저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파나마 운하청은 이달 초 흘수 제한 조치를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흘수는 최대 13.4m로 제한된다. 흘수는 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 아래로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다. 흘수가 클수록 더 무거운 배가 다닐 수 있다. 파나마 운하청은 이달 초 기존 15.24m이던 흘수 상한을 지난 24일부터 13.56m로 낮췄는데, 가뭄이 지속되자 한 차례 더 낮춘 것이다.

흘수 제한 조치로 운하를 통한 상품 운송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지 마린인사이트는 “사소한 변경으로 보이지만 일부 컨테이너선의 경우 화물이 40% 감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해상 무역선의 5%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며, 동아시아와 미국 동부를 오가는 화물선들이 특히 많이 이용한다. 마린인사이트는 “화물선보다 가벼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당장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LNG 수출을 크게 늘리기로 한 이상 파나마 운하가 향후 LNG 공급망의 병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화물회사들은 짐을 덜 실어야 하는 만큼 요율을 높여 이익을 벌충하려 하고 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는 동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화주들이 6월1일부터 컨테이너당 수수료를 500달러 더 내야 한다고 통지했다. 일부 배송업체는 운하를 이용하는 대신 캘리포니아로 선적해 미 동부까지 기차로 화물을 운송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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