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 확산…경찰, 예일대·NYU에서도 시위 학생들 연행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반년째 지속되는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미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학내 시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학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경찰이 대학 캠퍼스로 진입해 시위 학생들을 체포·연행하면서 캠퍼스 내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뉴욕 경찰관들이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뉴욕 경찰관들이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코네티컷주 예일대 캠퍼스 내에서 일주일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여온 학생 47명을 포함해 시위대 6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학내 광장 일대에 천막을 설치하고 예일대 이사회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무기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이날 오후 400여명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나선 뉴욕대에서도 경찰이 학생 등 시위자를 연행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시위 진압 영상에 따르면 일부 경찰은 학생들이 설치한 텐트를 집어 던지는 등 격렬하게 대립했으며, 학생들은 두 팔이 뒤로 묶인 채로 경찰 호송 차량에 올랐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에서도 캠퍼스 내 천막을 설치하고 시위를 벌인 학생 1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날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를 좌시하지 말라’는 공화당 의원들의 질책을 듣고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다음날 이뤄진 조치였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무정부 상태가 캠퍼스를 휩쓸었다’면서 샤피크 총장에게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이 컬럼비아대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것은 오히려 미국 대학가에서 유사한 형태의 ‘천막 농성’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의 에머슨대, 터프츠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해 메릴랜드대, 캘리포니아대, 미시간대 등 곳곳에서 시위가 번져나가고 있다. 예일대의 동문과 학생 학부모 등 1500여명은 시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 첫날인 이날부터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샤피크 총장은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 대해 “증오를 가라앉히고 우리 모두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부 교수들은 샤피크 총장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아예 시위를 봉쇄하기 위해 광장 격인 하버드 야드를 폐쇄하고, 사전 허가 없이 천막 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보안요원들에게 학생증을 제시해야만 이곳을 통과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미 대학 내에선 때때로 과격한 구호를 동반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어져왔다. 유대계인 학생들이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3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을 야기한 이스라엘 정부·군을 비판하는 것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나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반유대주의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위험하며, 대학 캠퍼스를 비롯해 미국 어디에서든 설 자리가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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