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니카라과, 주한 대사관 폐쇄···“재정 악화”

손우성 기자    윤기은 기자

작년 10월 신임장 제정 6개월 만에

제니아 루스 아르세 세페다 전 니카라과 주한대사.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제니아 루스 아르세 세페다 전 니카라과 주한대사.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중남미 니카라과 정부가 10년 만에 한국 주재 대사관을 철수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최근 니카라과 정부는 ‘주한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며 “재정 상황 악화가 이번 조치의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 17일 후임자 없이 제니아 루스 아르세 세페다 주한대사 임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임명된 아르세 세페다 전 대사는 지난해 10월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신임장 제정은 파견국 국가 원수가 신임 대사에게 수여한 신임장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전달하는 절차다.

한국과 니카라과는 1962년 수교를 맺었다. 1979년 사회주의 성향의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 정권 수립을 계기로 외교 관계가 동결됐고, 비올레타 차모로 대통령 취임 이후인 1990년 8월 다시 정상화됐다.

1995년 처음 만들어진 주한 니카라과 대사관은 1997년에도 재정난으로 폐쇄된 바 있다. 그러다가 2014년에 재개관했다. 한국 대사관이 철수하면 일본 도쿄에 주재 중인 대사가 한국 업무를 함께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니카라과 정부는 같은 이유로 독일 대사관, 미국 영사관(텍사스·캘리포니아·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멕시코(타파출라)·영국·과테말라 영사관 등 다수의 해외공관을 폐쇄했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은 최근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와의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018년 발생한 대규모 시위 이후 반대파에 대한 구금, 고문 등을 자행해 미국 등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다.

외교 관계 재편 연장선상으로 니카라과는 지난해 7월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북한 대사관의 문이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로 남았다.

니카라과 정부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러시아와도 손을 잡았다. 로사리오 무리요 니카라과 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불법 침략’으로 간주하면서 러시아와 함께 이에 공동 대응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지난해 러시아는 현대화한 군사용 장비를 니카라과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의학과 농업 등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니카라과는 2021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 대미 전선을 두텁게 했다.

중국은 지난해 니카라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푼타우에테 국제공항 재건 사업을 위해 4억달러(약 5500억원)의 차관을 주는 등 경제 협력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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