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폭동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어온 아이티의 아리엘 앙리 총리가 공식 사임하고, 아이티 과도위원회가 출범했다.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아이티 과도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 부르동에 있는 총리실에서 취임식을 열고 새로운 임시정부의 시작을 알렸다.
임시정부의 총리 권한대행을 맡은 미셸 파트리크 부아베르 전 재무장관은 이날 선서를 한 뒤 “오늘은 우리 공화국 역사에서 중요한 날이며, 이날은 사실상 해결책의 실마리를 여는 날”이라고 밝혔다.
이날 아이티 총리실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앙리 전 총리의 서명이 담긴 사직서를 공개했다. 앙리 전 총리는 “현 상황을 고려해 사의를 표한다”면서 “정부 관계자, 협력자, 보안군, 그리고 이 애국적인 여정에 동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썼다.
문서는 전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성됐다고 적혀있다. 지난달 다국적군 파견을 요청하기 위해 케냐를 방문한 앙리 전 총리는 갱단 폭동 사태 이후 아직까지 아이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아이티 과도위원회는 전체 9명으로 구성됐으며, 임기는 2026년 2월7일까지다. 과도위원회는 앞으로 새로운 내각의 의제를 설정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다음 선거가 시행되기 전에 필요한 임시 선거위원회를 임명할 예정이다. 위원들은 2026년 계획된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준비 작업을 하는 한편 갱단 억제를 위한 국제 경찰력 파견 지원 논의에도 나선다.
레진 아브라암 과도위원회 위원은 아이티의 보안군과 국제 중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과도위원회가 안보·개헌에 관한 국가적 협의, 선거 준비, 사법 시스템과 경제 재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국가 제도의 총체적 붕괴와 정부 실패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포르토프랭스 주민들은 말 그대로 인질로 잡힌 상태다. 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모든 국민은 절망과 파괴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해줄 확고한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티의 여러 세력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임시정부의 긴장이 고조될 것을 경고하면서 앞으로 길고 험난한 여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이티 주립대학의 안보 전문가인 제임스 보야르는 “과도위원회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며, 안보를 비롯해 모든 문제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지역 단체인 ‘부패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ECC)’은 “과거와 다른 정부를 만드는 것을 돕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투명해질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과도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아이티의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 시내와 델마스 지역에서 주택에 불이 나고 총격이 발생했다. 주요 항구와 공항도 한 달 넘게 폐쇄된 상태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국적 병력 배치를 위해 아이티 임시정부에 새로운 통치 제도를 신속하게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아이티의 치안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사회기반시설을 신속하게 투입할 준비와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