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주 자산 동결로 ‘위기’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9∼10개월 버틸 수준 악화

‘보안법’ 빌미 언론 압박 우려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가 사주의 자산동결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홍콩 정부가 지난 14일 신문공보 홈페이지를 통해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의 자산동결 소식을 발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6일 보도했다. 보안국장 명의로 발표된 라이의 자산동결 결정은 지난해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따른 것이다.

홍콩 범민주진영의 대표 인사 중 한 명인 라이는 앞서 2019년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불법 집회를 조직한 혐의 등으로 징역 14개월을 선고받았고,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SCMP는 홍콩보안법을 인용해 자산동결 결정이 이뤄진 건 라이가 처음이며, 동결된 그의 자산 규모는 약 5억홍콩달러(약 727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라이의 자산동결 조치가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빈과일보는 사주의 자산동결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했다. 그러나 최근 경영 악화로 지면 발행을 중단한 대만 빈과일보는 경영이 개선되지 않고 추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9∼10개월 정도만 운영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우려는 홍콩보안법을 빌미로 언론계 전체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레이스 렁 홍콩중문대 교수는 “빈과일보가 처한 상황은 홍콩 매체의 운신 폭이 제한적임을 보여주며 전체적인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서 “다른 매체들도 홍콩보안법의 영향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장은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빈과일보를 압박하며 기자들이 두려움 속에서 자기검열을 하도록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명보에 말했다.

홍콩에서는 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 관리가 공영방송 국장에 임명되고, 경찰이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직간접적인 언론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기자협회는 최근 회원 설문을 바탕으로 지난해 홍콩의 언론자유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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