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홍콩 민주주의’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보안법 이후 압박 거세져

민간인권전선 해산 결정

당국 “끝까지 책임 추궁”

홍콩의 대표적인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이 해산을 결정하면서 민주진영의 와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회원단체 총회를 거쳐 만장일치로 단체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1년여 동안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민간인권전선과 다른 단체의 집회 신청을 거부해 왔고, 시민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대표가 감옥에 있고 사무국 운영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해산을 선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간인권전선은 2002년 홍콩의 40여곳이 참여해 만든 연합단체다. 2003년부터 매년 홍콩 주권반환일인 7월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거리 행진과 집회를 주최해왔고, 2019년에는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이 단체는 당국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왔다. 단체 대표인 피고 찬은 2019년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5월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고, 단체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돼 왔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당국의 압박이 지속되고 회원단체가 하나둘 이탈하면서 더 이상 단체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자진 해산을 선언한 것이다.

중국 본토 당국과 홍콩 경찰은 민간인권전선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와해되고 있는 민주진영을 끝까지 옥죄어 뿌리를 뽑겠다는 태도다. 홍콩 경찰은 “민간인권전선의 해산과 관계없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민간인권전선 해산은 불법조직으로 수년간 법치에 도전하며 사회 공동의 이익을 해친 것에 대한 자업자득”이라며 “홍콩 정부가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위법 행위를 끝까지 규명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국의 강경한 입장은 다른 단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친중매체와 중국 관영매체들은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추모집회를 주최해 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와 홍콩기자협회 등을 다음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홍콩에서는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로부터 ‘악성종양’이라는 비난을 받은 지 10여일 만인 지난 10일 전격 해산을 발표했다. 조슈아 로젠바이크 국제앰네스티 중국팀장은 “홍콩보안법이 독립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더 이상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당연시할 수 없게 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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