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에 미군 주둔, 중국 방어 미국이 도울 것”…중국은 공격헬기로 위협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경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군이 군사훈련 지원을 위해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만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처음으로 상륙 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공격용 헬기와 수송용 헬기까지 동원해 공중 무력시위를 벌이며 대만을 압박했다.

차이 총통은 2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며 미군이 훈련 목적으로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미군 병력이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CNN은 대만 총통이 미군 주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십년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공식적으로 대만에 있던 미군을 철수시켰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0여명의 미 특수부대원들이 대만에서 일부 육군 부대를 훈련시키고 있으며, 미 해병대도 대만 해군의 보트 훈련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초에는 미군이 육군 특수부대가 대만에서 현지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삭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만 국방부도 언론에 미군이 대만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가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미국과 대만 모두 그동안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았던 미군의 대만 주둔 사실을 차이 총통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며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만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도 밝혔다. 이어 “대만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자유를 존종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역내 대부분 국가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이 군사적 지원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는 한 스스로 방어할 것”이라면서도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방어할 책무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CNN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화상으로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우리는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중국의 강압적 행동을 깊이 우려한다”며 “미국은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 약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중국 WZ-10 공격헬기.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미국과 대만의 계속된 밀착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압박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6일 WZ-10 공격헬기 1대와 Mi-17 수송헬기 등 군용기 7대를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다. 중국 군용기들이 연일 대만 ADIZ를 넘나들고 있지만 공중 무력시위에 공격헬기와 수송헬기를 함께 동원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상륙 작전을 가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군사항공 전문가인 푸첸샤오(傅前哨)는 “헬기는 고정익 항공기보다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가 짧지만 수직으로 이착륙해 공중을 맴돌 수 있어 섬 상륙 작전에 이점이 있다”며 “대만 인근에 헬기가 출현한 것은 인민해방군의 훈련 강도와 전투 태세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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