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갈등’ 속 리투아니아 주중 대사관 잠정 폐쇄…외교관 모두 귀국 후 원격 운영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지난달 18일 개설된 ‘대만대표처’ 현판 앞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지난달 18일 개설된 ‘대만대표처’ 현판 앞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리투아니아가 중국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모두 귀국시키고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리투아니아는 중국과 대사관 운영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영사 업무 등을 원격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리투아니아 외교부는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주중 대사관 대사대리가 ‘협의’를 위해 본국으로 돌아왔다며 베이징에 있는 리투아니아 대사관은 임시로 원격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리투아니아 외교관에 대한 중국의 승인 갱신을 기다리며 양측 외교 대표 운영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대사관 기능을 최대한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투아니아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현재 대사관 운영과 관련해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리투아니아에 대사관 명칭 변경을 요구했지만 리투아니아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외교관들이 면책 특권을 잃을 것을 우려해 중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도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투아니아 외교관들의 중국 내 법적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앞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베이징 대사관의 지위를 더 낮은 직책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주중 리투아니아 대사관은 잠정 폐쇄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5일 주중 리투아니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19명이 베이징을 떠나 파리로 이동했다면서 베이징에 있는 대사관은 문이 굳게 잠기고 전화도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리투아니아 외교관들의 철수는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중국과 리투아니아는 최근 리투아니아 내 ‘대만대표처’ 설치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움에 따라 대만의 재외공관은 ‘대만’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타이베이 대표부’나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리투아니아가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대만대표처 설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대만대표처가 공식 개설되자 중국은 리투아니아와의 외교관계를 격하해 주리투아니아 대사관 명칭을 대표처로 바꾸고 경제적 보복까지 시사해왔다.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리투아니아에도 자국 내 대사관의 지위를 낮추라고 요구했지만 리투아니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외교관 자격 승인 등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리투아니아의 외교적 결정에 경의를 표하며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리투아니아 정부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경제적 협박에도 대만과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입장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리투아니아의 결정에 숭고한 경의를 표하며 대만이 지속적으로 리투아니아와 함께 민주 진영의 단결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경제·무역, 과학기술, 문화, 교육 등 각 분야의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