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두 번째 ‘타깃’ 입장신문도 문 닫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문자옥 왔다” 꼬집은 언론…‘선동 출판물 배포’ 혐의 임직원 체포

경찰, 자산 동결·대대적 압수수색…기자협회 “언론 자유 보장을”

끌려가는 편집국장 홍콩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인 입장신문(스탠드 뉴스)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이 16일 경찰에 의해 호송차로 연행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증오 선동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입장신문 관계자들을 연행했으며 입장신문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체포 직후 폐간을 발표했다. 홍콩 | AP연합뉴스

끌려가는 편집국장 홍콩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인 입장신문(스탠드 뉴스)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이 16일 경찰에 의해 호송차로 연행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증오 선동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입장신문 관계자들을 연행했으며 입장신문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체포 직후 폐간을 발표했다. 홍콩 | AP연합뉴스

홍콩 당국의 언론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폐간된 빈과일보 임직원들이 선동적인 출판물을 배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데 이어 민주진영의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 전·현직 임직원들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입장신문은 임직원이 체포되고 회사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이 진행된 직후 폐간 결정을 발표했다.

홍콩 경찰 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가 29일 오전 입장신문의 패트릭 람 편집장 대행과 전직 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6명을 체포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청푸이쿤(鍾沛權) 전 편집장도 포함돼 있다. 청 전 편집장은 앞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찬푸이만(陳沛敏) 전 빈과일보 부편집장의 남편이다. 그는 지난달 가정사를 이유로 편집장직에서 물러났다. 경찰은 현재 수감 중인 찬 전 부편집장도 입장신문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아 옥중 체포한 후 추가 조사했다고 SCMP는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홍콩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기사를 보도한 자들을 체포했다”면서 6100만홍콩달러(약 93억원) 규모의 입장뉴스 자산을 동결하고, 사무실에서 50만홍콩달러(약 7600만원)의 현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이날 체포된 6명 외에도 홍콩기자협회장인 론슨 챈 부국장 등 최소 4명의 입장신문 직원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조사를 받고 풀려난 챈 부국장은 “전자기기와 프레스카드, 은행카드 등을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지난 1년간 수많은 언론인을 체포하고 언론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입장신문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폐간 소식을 전했다. 입장신문은 “즉각 모든 운영을 중단한다”며 “편집장 대행은 이미 사의를 표했고 모든 직원은 즉시 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는 설립 이후 민주·인권·자유·법치 등 홍콩의 핵심가치를 수호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입장신문은 홍콩에서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던 2014년 12월 창간한 민주진영의 온라인 매체다.

지난 6월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폐간되고 전·현직 임직원들이 구속 기소된 이후 입장신문이 당국의 또 다른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입장신문은 빈과일보 폐간 직후 이 같은 조치를 예상해 인터넷에 게재된 칼럼을 모두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입장신문은 당시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후원자와 저자, 편집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 왕조시대에 체제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탄압하던 방식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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