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저지섬 조업권 싸고 영·프, 해군 동원 ‘으르렁’

정유진 기자

프랑스 측 ‘조업권 제한’에 반발

양국 함정·순찰함 파견 한때 대치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프랑스 간 어업 갈등이 고조되면서 영불해협 저지섬에 양국이 각각 함정과 순찰함을 보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2018년에도 가리비 어업권을 둘러싸고 충돌해 양국 어민들이 투석전까지 벌인 전력이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후 영국의 수역에 대한 주권을 강력히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다시 악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영국 해군은 전날 대포,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함정 두 척을 영국과 프랑스 사이 영불해협으로 파견했다. 영불해협에 있는 영국령 저지섬을 프랑스 어선으로부터 보호하라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프랑스도 비무장 해안 순찰선 2대를 파견했다. 앞서 아니크 지라르댕 프랑스 해양부 장관은 프랑스 어선의 어업을 제한할 경우 저지섬에 공급하는 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령이지만 프랑스 쪽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저지섬은 전력 사용량의 95%를 프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저지섬 측이 브렉시트 후 새로운 어업규정을 도입하면서 프랑스 어선의 조업량을 제한한 것이었다. BBC에 따르면 저지섬은 이달부터 발효된 새 어업규정에 따라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조업량을 근거로 프랑스 어선 41척에 대해 새로운 조업권을 부여했다. 문제는 제출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지섬이 41척 중 17척의 조업권을 크게 제한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발한 프랑스 어선 60여척이 6일 새벽 저지섬 세인트 헤일러 항구로 모여들어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영불해협에 파견된 영국 함정과 프랑스 순찰함이 대치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EU는 프랑스 측 편을 들었다. EU는 저지섬이 프랑스 어부들을 차별하는 새로운 규정을 철회하도록 영국이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행히 이날 오후 영국이 함정 두 척을 영불해협에서 철수시키기로 하고, 시위를 벌이던 프랑스 어선도 해산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CNN은 양국의 갈등이 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작지만, 이번 충돌은 브렉시트 후 EU와 영국 간 국제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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