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선거 '범좌파' 우세…정국 주도권 확보

윤기은 기자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이 5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밀라노|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이 5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밀라노|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주요 도시 6곳의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범좌파 진영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아는 5일(현지시간) 개표가 완료된 밀라노에서 민주당(PD) 주도 좌파 연합 후보인 주세페 살라 현 시장이 57.73%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냐에서는 좌파 연합 단일 후보인 마테오 레포어, 나폴리에서는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 후보 가에타노 만프레디가 60%를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이끄는 극우당 동맹을 필두로 한 우파연합은 이들 3곳에서 20∼30%대의 득표율로 범좌파 진영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로마와 토리노, 트리에스테 등 3곳은 어느 후보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오는 17∼18일 결선 투표를 통해 좌·우 연합 간 당선자를 가리게 됐다. 이번 투표 결과를 토대로 보면 로마의 경우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토리노는 좌파 연합이, 트리에스테는 우파연합이 각각 근소한 차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는 도시 6곳 중 3곳에서 시장을 배출시키면서 범좌파 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밀라노와 남부의 중심축인 나폴리는 우파연합의 정치적 거점이다. 그동안 우파연합의 기세에 눌려있던 좌파 진영이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맞았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원내 1당인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로마와 토리노 시장직을 모두 잃었다. 2016년 지방선거에서 로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선출되며 주목을 받은 비르지니아 라지는 공약인 쓰레기·교통·주거 안정 등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난 속에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19%의 득표율로 주요 후보 4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앞서 오성운동은 두 지역에서 단일 후보를 내자는 민주당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출마를 결정하면서 선거 참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정당 동맹의 하락세도 확인됐다. 동맹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34%를 득표하며 이탈리아 정당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후에도 한동안 30%대의 정당 지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안 정치 세력이라는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난해부터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살비니 상원의원은 “변명은 제쳐두고 먼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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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기대 이상의 선거 결과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총리를 지냈던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는 이날 동시에 열린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중부 토스카나주 시에나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보궐선거에서 지면 당 대표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던 레타 대표는 “이번 선거는 우리가 우파연합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자축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마리오 드라기 총리를 필두로 한 내각을 약화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동하는 이탈리아당(IV)과 오성운동(M5S), 민주당(PD) 등으로 이뤄진 기존 연정이 붕괴되고 지난 2월 극적으로 구성된 ‘무지개 내각’에는 좌우 정당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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