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서방 ‘국제결제 차단’도 논의…러 “천연가스료 급등 각오하라”

박용하 기자

서방국가의 제재, 얼마나 효과 있을까

“푸틴은 살인자” 체코 프라하의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서 22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라하 | AFP연합뉴스

“푸틴은 살인자” 체코 프라하의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서 22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라하 | AFP연합뉴스

러시아 경제 맷집 커졌지만 고강도 제재 땐 경제 혼란
달라진 푸틴, 실리보다 사명…“과거보다 약효 적을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서방 국가들이 22일(현지시간) 경제 제재로 응수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에 대비해 강도 높은 제재를 꺼내지 않았고,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맷집도 커졌기 때문이다. 실리보다 역사적 사명을 강조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향도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 내용이 발표된 이날 러시아 금융시장은 일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MOEX 지수는 미국·유럽의 제재 발표에 1.5% 하락해 마감했다. 전날 10.5% 떨어진 데 이어 하락세가 지속됐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 수위에 따라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적게는 1%에서 많게는 5%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와 외신들은 이번 제재만으로 러시아에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고 봤다. 서방 국가들이 위기가 확대될 때를 대비해 강도 높은 제재를 아직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제재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에 비해서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대형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VTB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오랜 기간 제재에 노출되며 맷집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국책은행들의 해외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적응력을 키웠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350억달러(약 757조원)가량이고 국가부채 비율은 2021년 기준으로 18%에 그쳐 거시경제적 방어수단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러시아 금융기관들이 8년 전 크림반도 사태 당시보다 제재에 더 잘 대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달라진 성향도 제재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닐 멜빈 박사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실용주의적이고 계산적인 지도자였던 푸틴이 역사적 사명을 찾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실리를 따르지 않는다면 단기적 제재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푸틴이 제재에도 전쟁을 감행할 경우, 서방 국가들은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이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서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스템에서 차단되면 금융기관들의 송금이 어려워져 러시아 경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매매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적인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강력한 제재이나 후폭풍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는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에 혼란이 올 경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꿈쩍하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제재 발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다른 회의에 참석 중이라 연설 중계를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유럽의 제재 내용이 발표된 직후 “유럽인들이 (천연가스 가격으로) 1000㎥당 2000유로(약 270만원)를 감당해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Today`s HOT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폭격 맞은 라파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