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선 마크롱의 빈자리 파고든 르펜의 ‘먹고사니즘’

박효재 기자

프랑스 대선 접전 2R

누가 웃을까 오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왼쪽 사진)과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 후보의 선거 벽보가 찢겨져 있다. 르펜 후보의 추격세가 계속되고 있어 결선투표도 접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마르세유 |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누가 웃을까 오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왼쪽 사진)과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 후보의 선거 벽보가 찢겨져 있다. 르펜 후보의 추격세가 계속되고 있어 결선투표도 접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마르세유 | AP연합뉴스

마크롱, 우크라 중재자 자처
국제사회서 존재감 세울 때
르펜, 에너지 가격 적극 대처
이민자 혐오 대신 민생 집중
좌파 노동자도 흡수 ‘상승세’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1차 투표 때처럼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이,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후보가 극우 색채를 덜고 민생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르펜 후보는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병원 직원·교사 급여 인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전통적 지지층인 극우는 물론 좌파 노동자 계층 표까지 흡수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 모두 조세정책 부문에서는 대규모 감세를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계와 기업에서 걷는 세금을 연간 최대 150억유로(약 20조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상속세도 15만유로까지는 면제하겠다고 공약했다. 르펜 후보는 에너지 사용 부가가치세(VAT)를 20%에서 5.5%로 낮추고, 직원들의 임금을 10% 인상한 고용주에게는 연금과 실업보험 기여금을 면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민정책은 두 후보 모두 프랑스 정체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취업한 이들에게는 장기 거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후보는 프랑스 국적자와 혼인 시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외정책에서는 차이가 좀 더 분명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EU 순회 의장국 최고 책임자로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였다. 반면 르펜 후보는 더 이상 EU 탈퇴를 주장하지는 않지만, 유럽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협정을 프랑스에 유리하도록 다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선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들은 구매력 저하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14일 입소스 조사를 보면 46%가 구매력 저하를 가장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꼽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조하는 환경위기는 32%, 과거 르펜 후보가 강조했던 프랑스의 정체성 위기는 22%로 구매력 저하보다 덜 심각한 위기로 꼽혔다.

르펜 후보가 5년 전 대선 때와 달리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거나 안보에 집착하는 대신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특히 르펜이 구매력 저하의 가장 주된 요인인 에너지 가격 급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는 운수업 노동자들의 ‘노란조끼’ 시위를 강경 진압한 탓에 좌파 노동자들 표가 르펜 후보에 쏠릴 수도 있다.

연금정책은 정반대다.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초반 퇴직연금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5세로 올리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수급 연령을 더 낮출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반면 르펜 후보는 퇴직연금 수령 연령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퇴직연금 수급 연령은 62세를 원칙으로 하되 20세 이전에 취업한 경우에는 60세부터 퇴직연금을 받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장기 실업자의 빈곤을 방지하고 재취업을 돕기 위해 도입된 보편적 복지 수당인 ‘적극적 연대수당(RSA)’을 축소할 수 있다고 공약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정신질환,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물러섰다.

스캔들도 막판 변수다. AFP통신 등은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홍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미국 컨설팅회사 매킨지에 고액 자문료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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