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8월까지 흑해 봉쇄 땐…우크라 곡물 수천만t 폐기

박은하기자

지난해 거둬들인 2200만t

6월 이후 수확도 3000만t

저장고 부족·육로도 한계

푸틴 “제재 풀면 봉쇄 해제”

우크라이나에서 전 세계 빈곤국 1년치 소비량과 맞먹는 양의 곡물이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러시아군에 의해 흑해로 통하는 항구들이 봉쇄되면서 수출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흑해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 수천만t의 밀과 옥수수가 폐기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확기가 다가오면서 농민과 곡물상인들은 수출 방법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흑해를 통한 해상운송이 막혀 내륙 운송루트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트럭과 철도를 이용한 육상운송은 해상운송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전쟁으로 인해 도로 등 기반시설이 파괴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의 농부 드미트리 스코르니아코우는 이달 초 키이우 북부 지역 곡물저장소에 있던 옥수수 5500t을 루마니아 국경과 인접한 다뉴브강의 레니항으로 보냈다. 평상시라면 트럭으로 하루 걸릴 거리를 이동하는 데 사흘이 소요됐다. 디젤이 부족해 연료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으며 오데사 외곽의 다리와 도로가 파괴돼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레니에 도착해서는 하역 노동자를 찾기 위해 8일을 기다렸다. 전쟁 전에는 최대 하루만 기다리면 됐다. 미국 곡물회사 카길이 사들인 옥수수는 바지선으로 루마니아의 콘스탄차로 옮겨진 뒤 중동으로 향했다.

전쟁 이전 곡물 수출은 90% 이상 오데사, 마리우폴 등 흑해 13개항에서 대형 선박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 항구들을 이용한 해상운송이 막힌 뒤 육상운송을 대안으로 찾게 되면서 운송루트는 길어졌고 시간과 비용도 늘어났다. 옛 소련 기준을 채택한 우크라이나 철도는 유럽연합(EU) 국가 철도보다 궤간이 넓어 국경지대에서 열차를 멈추고 곡물 운송수레에 하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WSJ는 콘스탄차를 거쳐 옥수수 7만1000t을 수출하는 데 기차 36대, 농업용 운송수레 28대, 바지선 16척이 필요하며 과거 2~3주 걸릴 기간이 한 달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우크라이나에는 곡물이 쌓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량은 연간 6000만~7000만t이다. 지난해 수확된 곡물 가운데 현재 2200만t이 선적계약까지 마쳤지만 수출되지 못하고 갇혀 있다. 6월 이후 수확되는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 등의 양은 3000만t으로 예상된다. 밀과 옥수수만 2500만t으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빈곤국들의 1년 소비량과 맞먹는다. 향후 3개월간 흑해 항로 없이 육로로만 수출할 수 있는 곡물은 현실적으로 500만t 수준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저장고도 부족해 멀쩡한 곡물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리투아니아는 흑해를 이용한 수출을 재개하고, 인도와 중국을 포함한 국제 연합함대를 구성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함을 호위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봉쇄를 풀려면 서방이 먼저 대러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식량 볼모전’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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