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마지막 보려 30㎞ 늘어선 줄…영국을 하나로 이었다

정원식 기자

추모 위한 대기시간 최장 24시간 달해…전 세계 이목 집중

인내심 문화 바탕에 여왕 향한 감사·역사적 순간 동참 섞여

<b>윈저성 앞 끝없는 조문 행렬</b>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치러진 19일(현지시간) 여왕의 관이 안치될 윈저성 앞을 찾아온 조문객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줄을 서 있다. 윈저 | EPA연합뉴스

윈저성 앞 끝없는 조문 행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치러진 19일(현지시간) 여왕의 관이 안치될 윈저성 앞을 찾아온 조문객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줄을 서 있다. 윈저 | EPA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19일 오전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수많은 영국인이 여왕을 참배하기 위해 평균 14시간 가까이 줄을 섰다.

장시간의 줄서기를 감내함으로써 영국인들이 여왕에 대한 추모를 넘어 공동체적 소속감을 확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인들은 여왕의 관이 공개되기 이틀 전인 지난 12일부터 웨스트민스터 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관이 대중에 공개된 이후 줄을 따라 이동식 화장실, 식수대, 응급진료소 등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BBC에 따르면 최장 대기시간은 24시간, 대기줄은 16㎞에 달했다.

스티븐 코트렐 요크 대주교는 14일 “우리는 여왕에 대한 사랑과 줄서기에 대한 사랑이라는 두 가지 영국의 위대한 전통을 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curiousiguana)는 “나는 여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줄서기는 영국스러움의 승리”라고 했다.

영국은 ‘줄서기의 나라’다. 영국 문화인류학자 케이트 폭스는 2004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영국인 발견>에서 계산대가 두 곳 있어도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거의 유일한 국민이라고 썼다.

애초 영국에서 줄서기는 배급 구호품에 의존해야 했던 극빈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많은 영국인이 식량과 연료를 배급에 의존하게 되면서 영국 정부는 줄서기에 공정한 절차라는 의미를 부여했고, 이를 통해 ‘참을성 있게 줄을 서는 영국인들’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BBC는 전했다.

로브 존스 에식스대학 정치학 교수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왕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참배하기 위한 줄서기는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영국인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기줄은 차이를 접어두고 함께 모여 고통을 꿋꿋이 이겨내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문화사를 연구하는 조 모란 리버풀대 교수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여왕을 참배하기 위한 대기줄은 “하나의 문화현상이자 도착하는 것보다는 여정이 더 중요한 순례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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