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낵 정부, ‘보트 난민’ 망명 신청 금지 법안 추진

선명수 기자

존슨 정부 땐 르완다로 ‘난민 밀어내기’ 추진해 논란

르완다에 ‘난민 밀어내기’를 추진해 논란을 빚었던 영국 정부가 소형 보트로 자국에 입국한 난민들의 망명 신청을 막는 새로운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정부는 7일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입국한 난민들은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으며, 르완다나 제3국으로 추방된다. 추방된 후에는 영국 입국이 영구 금지된다. 현재는 입국한 이민자들이 영국에 체류하며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수낵 총리는 이날 메일온선데이와 인터뷰하면서 “불법 이민은 영국의 납세자들, 또 합법적인 이민자들에게 공정하지 않다”면서 “(영국해협에) 배를 멈추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자국에 입국한 난민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추방해 르완다에서 망명 심사를 받게 하는 정책에 이어 추진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르완다 정부에 1억2000만파운드(약 1906억원)를 지급하고 자국에 들어온 난민들을 비행기 편으로 르완다에 보내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영국에 입국한 난민들은 르완다로 추방돼 그곳에서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난민 지위를 얻으면 5년간 르완다에 머물며 교육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민 절차를 밟거나 추방된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고 난민들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경로로 입국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돈을 내고 사람을 거래하는 ‘난민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유엔난민기구는 이 정책을 “대참사”로 규정했고, 영국 국교회 지도부마저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협약 체결 두 달 뒤인 지난해 6월 자국에 입국한 난민들을 르완다행 비행기에 태웠지만, 이륙 직전 유럽인권재판소가 긴급조치로 제동을 걸면서 현재까지 난민들의 르완다 이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영국 고등법원이 르완다 난민 이송 계획을 합법으로 판결하면서 난민 추방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가디언은 “정부가 난민 인권 협약을 우회하는 방안을 새 법안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 내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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