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 폭력’ 논란 중심에 선 특수부대 브라브엠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프랑스 경찰관이 연금개혁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 경찰관이 연금개혁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경찰의 폭력적 시위진압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의 가혹행위가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과 비민주적 강행 처리 절차에 집중된 시민들의 분노가 경찰의 시위진압 대응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프랑스 온라인매체 루프사이더와 르몽드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지난 21일 파리에서 벌어진 연금개혁 시위에서 ‘슐레이만’으로 불리는 시민이 경찰관 2명에게 인종차별적 모욕과 구타를 당하는 상황이 담겼다. 경찰은 성폭행 위협을 하는 발언과 함께 “다음 시위 때 나와 마주친다면 넌 경찰 호송차량 대신 구급차를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슐레이만이 중앙아프리카 국가 차드 출신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거기서 먹기는 잘 먹느냐”는 등의 발언도 했다. 두 차례 걸쳐 때리는 소리도 녹음파일에 담겼다.

슐레이만은 이날 현장에서 체포된 7명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라고 프랑스앵포가 전했다. 슐레이만은 처음에는 두려움 때문에 나서지 않으려 했다가 녹음 내용이 방송되고 나자 경찰을 고소하겠다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한 모욕과 구타에 대해 “아마도 피부색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슐레이만을 모욕하고 폭행한 경찰관들은 경찰이 시위 진압 목적으로 운용하는 특별조직 브라브엠(BRAV-M) 소속으로 알려졌다. 권총, 확장형 봉, 최루탄으로 무장한 브라브엠 대원들은 2인1조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시위 진압을 위한 특수훈련을 받은 이들은 주로 파리 교외 지역에 배치돼 폭력, 파괴행위가 발생한 시위 현장에 개입한다. 일반 순찰차보다 빠르게 시위대를 뒤쫓을 수 있으며, 한 명이 운전하는 동안 한 명이 뛰어내려 재빠르게 시위대를 체포해 성과를 보여 왔다.

브라브엠은 2019년 봄 상점과 카페 약탈 등이 벌어진 ‘노란조끼 시위’를 계기로 창설됐다. 시위진압에 성과를 보이면서 18명의 오퍼레이터와 총 92개 조로 이뤄진 부대로 성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브라브엠의 규모를 2024년 파리 올림픽 때까지 150개 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브라브엠이 68혁명에 대응해 창설한 경찰 특수부대 ‘레 볼티제르’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레 볼티제르 역시 곤봉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시위대를 체포했다. 1986년 학생 시위에서 이들에 의해 시위대 3명이 사망하면서 해산했다. 메디아파르는 20년 경력의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경찰 내부에서도 브라브엠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BFM-TV에 따르면 브라브엠 해산을 요구하는 요구가 국회청원플랫폼에 개설돼 2만3000명 넘게 서명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앞서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에게 브라브엠의 해체를 요구했다.

로랑 누녜즈 파리 경찰청장은 해당 보도가 나간 뒤 프랑스 5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소수의 개인적인 행동으로 최근 몇 년간 유용성을 보여준 조직 전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샬로메(22)는 경찰이 공권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상부와 검찰에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고발할 방침이다. 그는 누녜즈 파즈 청장과 로라 베소 검사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지난 26일까지 연금개혁 반대 시위와 관련해 총 17건의 수사를 벌이고 있다. 두니야 미야토비치 유럽평의회 인권위원은 지난 24일 경찰이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에게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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