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폭파로 최전선 ‘물바다’···‘대반격 시동’ 우크라 기갑부대 발 묶나

선명수 기자

우크라 ‘대반격 개시’ 때 의문의 댐 폭발

댐 파괴로 우크라-러 양측 입을 득실은?

러의 ‘우크라 대반격 지연 작전’ 분석도

러 점령 크름반도는 ‘물 공급 빨간 불’

6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하류의 카호우카댐 파괴로 홍수가 발생해 노바야카호우카 시내가 물에 잠겨 있다. 타스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하류의 카호우카댐 파괴로 홍수가 발생해 노바야카호우카 시내가 물에 잠겨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 하류의 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준비한 ‘대반격’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댐 폭파가 점령지 탈환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시작과 함께 이뤄진 데다, 파괴된 댐 자체가 양측 모두에게 전략적 가치가 큰 요충지였다는 점에서 전쟁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댐 파괴로 발생한 홍수가 우크라이나군의 남부지역 진격 경로를 차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댐 파괴로 인한 홍수가 남쪽에서 대반격을 준비하던 우크라이나의 선택지를 좁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개시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세에서 러시아가 방어를 위한 시간을 벌고, 우크라이나군의 잠재적 진군 경로를 제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러, 참호 대신 ‘물폭탄’으로 우크라 대반격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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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반격을 준비하며 주요 목표에 대해선 함구해 왔으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육로를 끊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핵심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해 왔다. 아울러 크름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러시아 점령지를 차단하고 크름반도를 고립시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목표로 제시돼 왔다.

이번 댐 파괴로 침수된 하류 지역은 이를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진입 경로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의 진격에 대비해 크름반도로 향하는 길목인 이곳에 ‘용의 이빨’로 불리는 겹겹의 대전차 방어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하류의 카호우카댐의 폭발 전 모습(왼쪽)과 6일(현지시간) 폭발 후 댐 일부가 파괴된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하류의 카호우카댐의 폭발 전 모습(왼쪽)과 6일(현지시간) 폭발 후 댐 일부가 파괴된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는 “댐 파괴로 인한 범람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영국 BBC도 하류 지역 침수로 드니프로 동쪽 지역은 우크라이나 기갑 부대가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고 분석했다. 파괴된 댐이 있는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동쪽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홍수가 러시아군이 건설한 참호와 요새, 지뢰밭을 함께 쓸어버린 것은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일 수 있지만, 불어난 물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도하가 어려워진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독일 나치의 진격을 막기 위해 드니프로강의 댐을 폭파한 전력이 있다. 당시 댐 폭파로 인한 홍수로 수천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 주민 테티아나가 6일(현지시간) 카호우카댐 폭발 이후 발생한 홍수로 침수된 집 안에서 반려동물인 차차와 춘야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 주민 테티아나가 6일(현지시간) 카호우카댐 폭발 이후 발생한 홍수로 침수된 집 안에서 반려동물인 차차와 춘야를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강 카호우카댐 폭발로 인해 인근 지역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강 카호우카댐 폭발로 인해 인근 지역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 크름반도 희생 감수하면서 댐 파괴 ‘무리수’?

댐 파괴로 인한 피해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 입장에서도 적지 않다. 홍수 범람으로 드니프로강 동쪽에 구축한 진지가 물에 잠겼고,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성지’나 다름 없는 크름반도의 물 공급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이는 러시아가 자신들이 댐을 폭파할 이유가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리는 근거이기도 하다.

파괴된 카호우카댐은 크름반도로 향하는 물의 85%를 공급하는 핵심 수원으로,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을 점령하자 댐의 수로를 막아 크름반도에 식수난을 야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곳을 점령해 물길을 다시 열었다.

푸틴 대통령이 크름반도가 입을 타격을 어느정도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한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정책분석센터 연구원 엘리나 베게토바는 뉴스위크에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탈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신호”라며 “이번 공격으로 크름반도는 수년 동안 식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데르스 오슬룬드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카호우카댐 붕괴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며 유정에 불을 지른 것과 비교했다. 그는 “영토를 잃었을 때 영토를 파괴하는 것은 포기할 때 하는 일”이라며 “공격적인 행동이 아니라 일종의 신포도”라고 말했다.

카호우카댐은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탈환전’을 벌인 지난해 10월에도 한 차례 수문과 일부 구간이 파손된 바 있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방이 댐을 폭파했다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번에도 양측이 상대방에게 공격 책임이 있다고 맞서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나토 고위 관리는 WSJ에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댐을 파괴했을 때 더 이득을 보는 것은 러시아로, 러시아가 (댐 폭발에) 동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BC는 “카호우카댐을 파괴한 쪽이 누구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체스판을 뒤흔들어 양측이 많은 주요한 조정을 하게 하고,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공언해온 반격의 다음 단계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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