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지상군 투입도 검토…유럽, 대러 ‘정면 대결’로 가나

선명수 기자
<b>‘나토 최전방’의 긴장감</b>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병사들이 26일(현지시간) 발트해 근처 폴란드 드라프스코포모르스키에에서 진행 중인 ‘확고한 방어자 2024’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4일 시작해 오는 5월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은 냉전 종식 후 최대 규모로 나토 회원국 병력 9만명을 비롯해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함정 50척, 전투기 80여대, 전차 1100여대가 참여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나토 최전방’의 긴장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병사들이 26일(현지시간) 발트해 근처 폴란드 드라프스코포모르스키에에서 진행 중인 ‘확고한 방어자 2024’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4일 시작해 오는 5월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은 냉전 종식 후 최대 규모로 나토 회원국 병력 9만명을 비롯해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함정 50척, 전투기 80여대, 전차 1100여대가 참여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슬로바키아 총리 ‘깜짝 폭로’
마크롱 “필요한 일 다 할 것”

러 “파병 땐 충돌 불가피” 반발
나토는 “계획없어” 진화 나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꺼려왔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파병 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고, 나토는 “파병 계획이 없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상군 파병’을 둘러싼 논의는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중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피초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자국 군대를 보내고 싶어 하는 나토 및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양자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피초 총리는 EU의 대러 제재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친러·반서방 성향으로 분류된다.

피초 총리의 이 같은 ‘깜짝 발언’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각국 지도자 등 20여명이 참석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가 개최되기 전 나왔다. 피초 총리는 이 회의를 “전투 회의”라고 지칭하며 유럽 국가들이 실제 파병을 단행할 경우 “엄청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주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상군 파병 문제가 논의된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의를 마친 뒤 “지상군 파병에 대한 내용도 자유롭게 논의됐지만 오늘 그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는 없었다”면서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나토가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최대한 피해온 것과는 달라진 기류다.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말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거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나토나 나토 동맹국 모두 분쟁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오랜 숙원’인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최소한의 ‘가입 확답’조차 해주지 않고 있는 것도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토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무력 등 원조를 제공하는 ‘집단방위 체계’를 운영한다.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은 확실한 ‘안전 보장’을 뜻하지만, 나토 입장에선 러시아와의 직접 전쟁을 의미한다. 당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며 전쟁을 시작한 명분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일 경우 대화는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전투병력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폴란드, 체코 등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도 파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회의에서 (파병에 관한) 각기 다른 의견들이 있었으나, 파병 결정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어떤 군인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피초 총리는 회의에서 입장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에선 유럽이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결정하기 위해 미국 대선 결과를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위태로운 것은 유럽의 미래이므로 결정도 유럽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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