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민 시위에 환경규제 대폭 완화 방침…러 곡물 수입제한도 검토

선명수 기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샬렌에서 농부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SOS’ 조난 신호를  보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샬렌에서 농부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SOS’ 조난 신호를 보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최근 수개월간 유럽 전역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이어지자 농가에 대한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2023~2027년 시행 ‘공동농업정책(CAP)’의 일부 조항을 변경하는 방안을 27개 회원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1968년부터 수립된 CAP는 회원국 공동의 농업정책 방향을 담은 EU의 법적 가이드라인이다. 2021년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2023~2027년 CAP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농업’에 초점을 맞춰 농가들이 직불금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집행위는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한 CAP의 ‘휴경 의무’ 지침을 사실상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올해 말까지 휴경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제안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집행위는 휴경 여부를 농가 선택에 맡기고 따로 제재하지 않는 대신, 기존 방침대로 계속 휴경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추가 재정 지원을 하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뭄, 폭우 등에 영향을 받는 농가에 대해서는 윤작 관련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10㏊ 미만 규모 소규모 농가는 CAP에서 정한 요건을 지키지 않더라도 페널티를 면제하기로 했다.

집행위의 이같은 제안은 27개국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농민 시위로 각 회원국들의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무리 없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의 이번 조치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농업분야 환경 규제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민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스트리아 녹색당 소속 토마스 와이츠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조치는 포퓰리즘”이라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EU ‘녹색 딜(Green deal)’의 일부인 농업 정책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집행위는 농민들의 분노를 ‘녹색 딜’에 반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EU는 최근 폴란드 농민들이 불만을 표출해온 러시아산 곡물 수입 제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통화하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집행위는 “러시아산 농산물 수입 제한 문제를 평가 중이며, 이 평가를 바탕으로 곧 새로운 제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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