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빠진 ‘반쪽짜리’ 강제징용 사과

김세훈 기자

일 기무라 미쓰비시 상무 “언급 않은 특별한 의도 없어”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징용자들에도 사과 검토할 것”

일본의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된 미군 포로들에게 70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한국, 중국 등 다른 국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기무라 히카루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 등 회사 대표단은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몬비젠탈센터에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에게 머리를 숙였다. 기무라 상무는 “2차 대전 당시 미국 징용 피해자 900여명은 미쓰비시 탄광 등 4곳에서 강제노역을 했다”면서 “미국 포로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일본에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의 요청을 받은 뒤 사과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과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기무라 상무는 ‘양심의 가책을 가장 많이 느낀 사과’ ‘힘들고 혹독한 노역’ 등 문구를 썼다”고 전했다.

<b>미쓰비시, 미군 피해자에게만 일제 강제징용 사과</b> 기무라 히카루 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몬비젠탈센터에서 2차 세계대전 때 강제징용된 미군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오른쪽)가 참석했다. 일본 대기업이 전쟁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앤젤레스 | AP연합뉴스

미쓰비시, 미군 피해자에게만 일제 강제징용 사과 기무라 히카루 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몬비젠탈센터에서 2차 세계대전 때 강제징용된 미군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오른쪽)가 참석했다. 일본 대기업이 전쟁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앤젤레스 | AP연합뉴스

머피는 AP통신을 통해 “70년 동안 사과를 기다렸다. 잘못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사과한 말을 믿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렇게 오래 살아서 사과도 받았다”며 “나보다 먼저 죽은 이들에게 ‘이제 편히 쉬어라. 우리는 사과를 받았고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대기업이 2차 대전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다음달 종전 70주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앞을 바라보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무라 상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특별한 의도는 없다”며 “현재 일본의 (과거사) 사과와 관련한 사례가 몇 개 진행 중이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다른 나라 징용자들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 광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징용자들도 강제노동에 동원한 바 있다.

오카모토 유키오 미쓰비시 머티리얼 사외이사는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1995년 종전 50년 ‘무라야마 담화’와 2005년 종전 60년 ‘고이즈미 담화’에 들어 있다”며 언급을 피했다.


Today`s HOT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폭격 맞은 라파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