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일본 총리 “올림픽 반대하면 반일” 발언 논란

김윤나영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도쿄|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도쿄|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에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반일(反日)’적이라고 말해 국내 민심을 제대로 못 읽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쿄신문은 8일 아베 전 총리가 월간지 하나다 8월호 인터뷰에서 “반일적인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공산당으로 대표되듯이 역사 인식 등에서 ‘반일’이라고 비판받는 사람들이 이번 올림픽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명확하게 반대를 표명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일본 진보 매체로 꼽히는 아사히신문이 지난 5월 사설에서 올림픽 개최 반대를 주장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올림픽을 통한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야당에 대해서는 “지극히 정치적인 의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그들은 일본의 올림픽 성공이 불편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지난달 자사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 중단 여론이 30%에 이른다면서 “반일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소박한 불안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칼럼니스트 오다지마 다카시는 “본래 반일은 국제 정세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친일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외국 정치 세력과 지도자에 쓰던 말”이라며 “일본인에 대해서는 ‘반정부적’, ‘반체제적’이라는 단어가 사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오다지마는 “일본인에게 반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등장한 이른바 넷우익”이라며 “아베 전 총리는 이번 반일 발언으로 스스로 ‘넷우익’이라고 커밍아웃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넷우익이란 일본 극우 성향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이용자들을 말한다.

정치 평론가 고바야시 기치야는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열리는 데 많은 국민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도 중단이나 연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반일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갔다”고 지적했다. 야마자키 노조무 고마자와대학 교수는 “의견이 다른 상대를 ‘반일’로 잘라내는 것은 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과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다”며 “과거 아베 전 총리의 다른 실언과는 비교할 수 없이 위험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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